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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로운 풀풀 Feb 12. 2022

그대, 몰락하며 나아가는가

차라수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다가

불과 몇 달 전의 나는 '하지 않으면 안 되기에' 했다. 대부분의 일들을 해야 하기 때문에 했다. 그 일을 하지 않는다면, 계획했던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고. 그리 되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이니.

'해야 하는 일들'을 하는데 집중했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행동한 것은 아니다. 어떤 일을 하기에 앞서 자동적으로 판단 내려지는 나의 패턴이었다. 삶의 행동의 기준이 '이것을 해야 하느냐, 하지 않아야 하느냐.'였다.


요즘의 나는 '하고 싶으니까' 한다. 글을 끼적이고, 책을 좀 읽고, 독서모임에 참여자 및 운영자로 활동하고, 강의를 듣는다. 이 모든 것은 '인풋과 아웃풋의 즐거움'때문에 이루어진다. 그 외의 것들을 극도로 필요한 부분들만 움직인다. 집안일도 최소화로 하거나 아예 하지 않고, 마음 내킬 때 스르륵 움직인다. 육아 또한 잠자리 독서만 지킬 뿐, 나머지 것들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대부분의 에너지는 '하고 싶은 일'에 집중되어 있다.



'너는 해야 한다', 이것이 그 거대한 용의 이름이다.
그러나 사자의 정신은 이에 대항하여 '나는 원한다'라고 말한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에서]



고민되었다.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 있는데, 그것들을 열외로 밀어버리고 원하는 것에 집중해도 되는 것인지. 이미 나는 '해야 한다'에 저항하며 '원한다'로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해보려니 부딪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은 것이다. 


어느새 조바심이 생기고, 마음은 먼 미래의 어느 지점을 달려가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원한다가 해야 한다로 바뀌어버리는 순간이다. 지금 여기에 나의 원함을 버리고, 다가올 어느 순간의 원함을 위해 현재를 '해야 한다'로 채워버린다. 다시 나를 옭아매려고 한다.


새로운 가치의 창조. 
이것은 사자도 아직 이루지 못하는 일이다. 
그러나 새로운 창조를 위한 자유의 획득. 
이것은 사자의 힘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에서]


나에게 묻는다. 

"이것을 통해 무언가를 만들어내야만 하는 것인가?"

아니다. 그저 원했기에, 동하였기에 한 것이다. 그것을 통해 무언가를 이루어내려는 것은 아니었다. 마치 버튼 하나를 누르면 새로운 문이 열리고, 또 다른 버튼을 누르면 다른 문이 열려 다른 세계를 마주하듯. 순간 마음이 열렸고, 눈이 뜨였고, 움직이고 싶었던 것뿐이다. 그리고 발걸음을 떼자, 다음 문이 열리고 만 것이다.


새로운 가치의 창조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무엇이 되었든,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즐거움인 것만은 분명하다. 삶에 활력이 되는 설렘이다.




나는 낙타인가 사자인가.

낙타이기도 사자이기도 한 어느 지점에서 몰락하며 나아가고 있다.

낙타에서 사자가 되는 것은 어느 정도의 고통이 따르지만, 사자에서 낙타가 되는 것은 순식간에 쏟아지는 달콤한 졸음과도 같기에.

그런 순간마다 눈을 뜨고 자유를 획득하며 나아갈 뿐이다.


성스러운 긍정으로 나아가는 중인가.

몰락하며 나아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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