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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로운 풀풀 May 11. 2022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시인과 촌장 '가시나무'를 듣다가

새하얀 옷을 입고 무대로 등장한 남자가수가 두 손을 모으고 노래를 불렀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야유를 보내며 채널을 돌렸다. 사랑해마지않는 H.O.T 오빠들을 물리친 그 남자가수가 아니던가. 그 노래를 이해하기에 내 속엔 '내 사랑 오빠'들이 너무 많았다. 그 노래의 가사를 생각하기엔 내 속엔 깔깔거림이 너무 많았다.


20년도 훌쩍 지났다.

아침 샤워를 하다가 문득 그 노래가 떠올랐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눈물이 맺혔다. 뭐가 이리도 많아서 곁에 사람 하나 둘 자리가 없는 걸까. 들여놓았다가도 물러나고, 다가갔다가도 나와버리는 걸까. 


요즘 나는 그렇다.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다. 내 속에 헛된 바람이 많다. 내 속에 어둠이 많다. 내 속에 어두운 가지들이 서로를 부수며 바스러져버린다. 떨어진 조각들이 새로운 어두운 가지를 싹 틔운다.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데 수용이 필요한 시간이다.

지금의 나를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하다.

침잠하든 도피이든 그 무엇이든.


내 속에 너무도 많은 나를 마주하고 이별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고 나면,

조금은 더 편안해진 얼굴로 아이들을 바라보며 웃는 내가 되겠지.


나의 그릇이 작은 건지도,

담고 있는 생각이 많은 건지도.

그릇을 키울 수도 있고, 생각을 덜어낼 수도 있지만.

그전에 필요한 것은 수용.

이런 나를 내치지 않고 받아들여야 한다.


나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 나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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