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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로운 풀풀 May 20. 2022

삶의 어느 순간 멘토는 필요하다.

  새로운 일을 시도 중이다. 본캐와 부캐에서 각 하나씩 진행된다.




  본캐에서는 교실 리모델링 사업을 준비 중이다. 업체를 선정하고, 원하는 인테리어를 생각한다. 교육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만든다.    


  리모델링이라곤 한 번도 해 본 적 없다. 우리 집 가구도 인터넷 검색하여 색깔만 맞으면 아무거나 산다. 벽지의 색깔 따위야 하얀 바탕이면 다 된다는 게 지론이다. 알록달록한 공간들이 주는 심미적 가치는 커다란 미술관에 가서야 만 느낀다.


  학교에서 진행되는 교실 리모델링은 가정집을 꾸미는 것과는 비슷한 부분들이 있다. 학교도 아이들이 숨 쉬는 공간이기에 가정집에서 고려해야 하는 요소들이 들어간다. 아이들이 사용하기 편안한 책걸상, 교사가 자료들을 정리하기에 좋은 수납공간, 교육 활동들은 전시하고 나누는 벽면 등등. 여기에 아이들이 활동을 발표할 수는 책걸상만 넣으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방법들 또한 비슷한 부분이 많다. 가구 작업, 바닥 타일 작업, 전기 공사, 멀티미디어 교구들을 넣을 공간 등등. 여러 업체들과 따로 계약할 수 있고, 한 업체에서 연결 지어 진행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진행되는 부분도 비슷하다. 원하는 모습을 결정하고, 이를 업체와 조율한다. 주어진 예산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결정한다.


  6년 만의 복직. 학급 업무와 기본적인 행정 업무 적응만으로도 버거운데, 커다란 사업 하나를 통째로 맡게 되었다. 처음에는 참으로 막막했다. 뭔 죄를 지었길래 이렇게 큰 사업을 맡게 되었나 싶었다.


  막막하던 현실에 한 줄기 빛이 떨어졌다. 상위 기관에서 사업 설명회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연이은 또 다른 빛. 도움을 줄 컨설팅 조직도 구성되었다.


  설명회를 다녀오고, 컨설팅을 받고 나니 못 오를 산이 오름 직한 산으로 다가왔다. 하나씩 단계를 밟아가면 충분히 해 낼 수 있겠구나 싶었다.




  부캐에서는 책 쓰기를 시도 중이다. 꿈만 꾸던 일을 우연히 시작하게 되었다.


  책 쓰기는 하면 좋고, 안 해도 그만인 일이다. 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언젠가는 이라는 생각만 하고 실천에 옮기지 않았다.


  실천에 옮기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중 두려움이 가장 크다. '내가 무슨 책을?'이라는 의심이다. 나의 말을 쏟아내고 싶지만, 쏟아내는 말은 시간과 돈을 들여 읽을만한 가치가 없다. 누군가의 손에 들려지고, 한 페이지를 펼쳐 읽어보는 수고로움에 보답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덮었을 때, 무언가 한 가지라도 얻어갈 수 있는 책이었으면 했다. 그러기엔 스스로가 너무 빈약하게 느껴졌다. 나라는 인간은 너무나도 부족하기에 할 수 없다는 자격에 걸렸다.


  우연히 알게 된, 책 쓰기 프로젝트에 참여 신청을 했다. 5월은 저마다 목차를 구성한다. 6월, 7월 두 달간 주당 다섯 편의 꼭지 글을 쓴다.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이끌고 있는 '소영처럼'님이 이끌어주시는 모임이다.   


  아주 우연히 공유된 프로젝트 글을 보고 마음이 설렜다. 책 쓰기를 가르쳐주는 여타 다른 모임들도 좋아 보였지만, 소영처럼님이 끌어주시는 모임은 각자 자신이 주도적으로 해 내는 모임이기에 더욱 끌렸다. 맨 땅에 헤딩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떤 길을 제시해주는 모임도 좋지만, 처음부터 혼자 해 보고 싶었든 내게 딱 맞는 모임이었다.


  처음은 어려웠다. 지금도 어렵다. 책의 콘셉트를 잡고, 목차를 구성하라는 짤막한 두 문장은 일주일을 넘게 머리를 쥐어뜯게 만든다. 경쟁 도서를 분석하고, 참고 도서를 찾아보라는 간단한 조언은 시뻘게진 두 눈으로 서점 사이트를 훑어보게 만든다.


  관련 책들을 몽땅 주문했다. 집에 있는 책들을 긁어모았다. 관련 강의도 신청하였다.   


  부캐를 성실하게 해내기 위한 시스템도 마련했다. 본캐의 자리를 유지하면서 부캐를 만들기 위해선 꼭 필요한 것이 루틴, 시스템이다. 이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를 읽고, 듣고, 보고, 쓴다. 각종 조언들을 스크랩하고 긁어모은다. 적절한 에너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몸과 마음 컨디션을 예민하게 돌본다.


  책 쓰기는 너무나도 막막했다. 막연한 동경과 환상에 불과했다. 실천을 도와주는 모임과 자료를 만났다. 덕분에 한 발 씩 내디뎌본다. SNS에 도전기를 갈겨쓰면서 의지를 다진다.




  익숙한 것들을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해 보지 않은 것은 떠올리기도 어렵다. 불현듯 스친 희망사항은 희망고문에 그치고 말 때도 많다.


  그래서, 새로운 시도에는 조력자가 필요하다. 진짜 사람일 수도, 매체를 통한 간접적인 조언일 수도 있다. 어떤 형태로든 무언가를 떠올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선 다양한 것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없다. 혼자만의 힘으로 해냈다고 착각할 뿐이다. 곰곰이 따져보면, 순수하게 본인의 의지와 지식만으로 무언가를 해 낸 것은 아니다.


  어떤 일이든 멘토가 필요하다.


  멘토의 도움이 있다면, 힘을 싣고 지혜를 나누는 조력자가 있다면 훨씬 풍성한 결실을 맛볼 수 있다. 지금 나는 초보 교사에서 숙련된 교사가 되었다. 초보 엄마에서 성장하는 엄마가 되었다. 책 소비자에서 책 생산자의 삶을 꿈꾼다.



  삶의 어느 순간에서든 멘토는 늘 존재한다.


  스쳐간 멘토들이 떠오른다. 가까이는 동료 교사에서 멀리는 역사 속의 철학자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들이 있다. 직접 대면을 통해서 만난 동료 교사에서부터 책 속에서 만나는 철학자들, 프로젝트로 만난 선배님들에서부터 미디어를 통해 접한 코치들까지.


  삶의 어느 때든 멘토가 필요했고, 어느 순간이든 멘토는 존재했다. 마음에 남은 멘토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지금을 공유하는 멘토들에게도 고마움을 드린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소망한다. 누군가의 도움을 기꺼이 받아들이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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