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유로운 풀풀 Jan 30. 2023

마음을 쏟던 누군가와 멀어지는 일

몇 년간 수시로 일상을 공유하고, 일주일에 몇 번은 통화를 하던 지인이 있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사람의 생각을 듣는 게 재밌었다. 나와 다르기에 배울 점도 많았다.


내게 온 신경이 곤두서는 큰일이 있었고 그 일을 대하는 서로의 상반된 태도 덕분에 우린 좀, 아니 아예 멀어졌다. 회복을 기대하고 먼저 건네 본 연락은 사무적인 응대로 돌아왔고, 나도 더 이상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참 이상하다. 노력을 해도 마음이 아프고, 노력을 안 해도 마음이 아프다.

용기를 내볼까 고민도 했고, 그 사람의 SNS를 보며 댓글을 달아볼까 생각도 했고, 아직 남아있는 연락처로 연락을 해볼까 고민도 했는데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내가 그 사람에 대한 오해가 겹겹이 쌓였 듯, 그 사람도 그럴 테지.

내가 말하지 않고 쌓아둔 것처럼, 그 사람도 그럴 테지.

아, 어쩌면 모든 이야기를 다 뱉어내는 그 사람은 쌓인 게 없는데 나만 이렇게 곪아가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말 한마디를 했을 때 그 사람은 '너 변했다'며 나에게 쏘아붙였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그 사람의 SNS를  의도적으로 들어가서 보았다.

씩씩하게 잘 살고 있는 그 사람.

난 왜 이리도 그 관계에 집착하는 걸까.

뭐가 아쉬운 걸까.




책이 출간되고 참 많은 사람들을 겪는다.

출간되기 전에는 겪지 않았어도 될 일을 겪고, 하지 않았어도 될 일을 하며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사람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나를 대하는데

나의 생각과 다른 누군가를 볼 때면 어느 순간 마음이 철렁 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럼에도 이야기를 내어놓았기에 이 모든 건 나를 단단하게 해 주는 일이 될 테지?


참 감사한 일은

마음으로 이야기를 읽어주는 분들을 만났을 때다.

책을 사지 않는 우리 문화에선 책 값이 참 큰데, 그 값을 기꺼이 지불해 주신 분들.

책을 읽지 않는 요즘 문화에선 책을 읽는 시간이 참 귀한데, 그 시간을 기꺼이 소비해 주신 분들.

그리고 그 마음을 글로 남겨주시고 말로 표현해 주시는 분들.


뭔가에 홀린 듯 책을 쓰겠다고 결심하고

몇 달을 책 작업에만 몰두하였다.

'난 안돼'라는 제한선을 뚫고 나의 세상을 넓혔다.


넓혀진 세상은 봄비에 젖은 촉촉한 대지다.

어떤 싹이 올라올지 모르고, 어떤 생명체가 살지 모르고, 어떤 관계가 생성될지 모르는 새로운 세계.


이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로 발을 옮길 차례다.

일주일의 축제는 끝났고, 이젠 움직일 때다.


아, 새로운 세상에서 맺을 관계는 나를 조금 더 아껴야지.

상대의 말을 듣느라 내 힘을 소진시키지 말고,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맞장구를 치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일은..

하지 말아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일요일에도 5시 20분에 일어나다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