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에 대처하는 육아맘의 자세

슬기롭게 통과하자. 당신도, 나도.

by 자유로운 풀풀

쌍둥이 두 딸과 벌써 다섯 번째 장마를 맞이하게 됐다. 아이들 48개월까지, 그러니까 만 4년을 가정 보육하며 지내보니, 아이와 장마철을 어떻게 보낼지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다.


장마에 대처하는 육아맘의 노하우. 그것들을 좀 적어볼까 한다. (이건 지극히 주관적인 나만의 것이니 필요한 것은 가져가고, 이상한 것은 슬기롭게 넘겨버리는 지혜를 발휘하여 주시기를-.)


가전제품 적극 활용하기

장마철은 습하다. 습하면 불쾌지수가 마구 치솟는다. 가만히 있어도 피곤한 우리에게 진득하게 달라붙는 살갗은 치명적이다. 약간의 터치에도 불구덩이를 내뿜을 수 있다. 그러니, 있는 가전제품은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전기세가 걱정이라고? 홧김에 질러버리는 충동구매금액보다 한 달 전기세가 더 저렴했다. (나는 그랬다.)


먼저, 제습기.

잠자는 동안 베란다, 거실, 방 등 필요한 곳에 제습기를 풀가동한다. 특히 빨래를 말리는데 아주 탁월하다. 건조기가 없거나, 건조기에 돌리지 못하는 빨랫감들을 한 방에 몰아넣고 밤새 제습기를 돌리면, 바싹 마른 옷들을 만날 수 있다. 건조기의 보송함과는 좀 다름에 주의한다.


둘째, 에어컨.

에어컨은 사랑이다. 냉방 모드가 너무 차갑게 느껴질 때는 제습 모드로 돌린다. 얼마 전 똑똑한 친구에게 전수받은 에어컨 활용 팁. 거실에서 생활할 때는 방에 에어컨을 틀고, 방에서 잘 때는 거실에 에어컨을 틀어 공기를 순환시키기! 에어컨 찬 바람이 아이 호흡기와 피부에 직접 닿으면 냉방병이나 여름 감기에 걸릴 위험이 높다. 이렇게 간접 바람으로 시원한 공기를 순환시키면 엄마도 보송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 1시간마다 5분씩 환기는 필수!


셋째, 보일러.

더운 장마철에 웬 보일러냐고? 의외로 장마철 방바닥은 차갑고 습하다. 몸이 냉해질 우려가 있다. 바닥에서 많이 생활하는 아이들은 특히 그렇다. 그림 그리기, 장난감 놀기, 블록 쌓기 등등. 책상으로 가져가기에는 번거로운 활동들을 아이들은 바닥에서 주로 해결한다. 그래서 바닥의 냉한 기운을 어른보다 아이가 더 빨리 느끼는 듯하다. 높은 습도로 바닥이 진득하게 느껴질 때, '보일러 1시간 가동 + 에어컨 제습모드'의 콜라보는 집 안을 순식간에 시원하고 보송하게 만들어 준다.


왜 이렇게 까지 가전제품 활용을 적극 추진하는 거냐고 묻는다면, 난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엄마의 감정은 소중하니까요.


집 안에서 습도와 싸우며 고군분투하는 엄마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 줄 수 있다면, 무엇이든 적극 활용하라고 꼭 강조하고 싶다.


육아 템들 적극 활용하기

아무리 집안을 쾌적하게 만들어도, 집 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힘들기 마련이다. 심심하다며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에게 '짜잔~'하고 보여줄 육아 템 몇 가지를 추천한다.


첫째, 각종 스티커북, 만들기 책

스티커북과 뜯어 만들기 책도 엄연히 책이다. 반듯한 양장본의 스토리북만 책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하자!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검색해보면 관련 책, 놀이북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온다. 하루에 한 권, 커피 한 잔이라 생각하고 아이에게 건네보자. 눈이 동그래진 아이가 신나게 집중할 것이다. 주의사항. "엄마, 이거 뭐야?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아이의 끊임없는 질문이 쏟아질 수 있다. 그럴 땐 "이렇게 지적인 자극을 주는 활동으로 아이와 유익한 시간을 보내는 구나"하고 스스로를 세뇌 시킨다. 잠들기 전, '그래도 오늘 만들기 하나는 했다'며 뿌듯해하는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각종 문구류

점토, 클레이, 색연필, 사인펜, 종이류 등등 다양한 종류의 것을 하나씩 오픈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나는 인터넷으로 문구류를 왕창 주문해 구석에 숨겨둔다. 그리고 아이들이 지루해하거나, 내가 체력이 떨어져 힘들 때 하나씩 꺼낸다. 엄마 눈엔 같은 사인펜일지라도, 아이에겐 다른 캐릭터, 다른 색감, 다른 펜촉의 두께 등으로 새로운 장난감이 하나 생긴 듯 한 기분을 준다. 점토를 조몰락 거리며 뭔가를 만들어내 자랑하는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창의적으로 표현하여 프레젠테이션 하는 미래의 스티브 잡스다. 색연필로 종이에 이것저것 그려 종알종알 설명하는 아이는, 내면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 내는 미래의 예술가다. 자잘한 문구류로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해내는 아이를 경탄의 시선으로 바라보자. 시선까지는 힘들면 박수라도 치자. 아이의 자신감이 쭉쭉 올라갈 테다.


셋째, 미디어의 활용

장마는 극한 상황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실내 외출도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아진 요즘, 장마는 육아맘들을 극한으로 몰고 간다. 그러니, 너무 지치고 힘들 때는 미디어도 적절히 보여주자. 엄마도 소중하다. 살아야 한다. '해야 한다, 해선 안된다'로 규정된 틀에서 살짝 벗어나 보는 것도 큰 활력이 될 것이다.


걱정은 뒤로, 재미난 거 해보기

비가 오면 아이들은 신이 난다. 밖으로 나가자고 마구마구 조른다. 그럴 때, 비바람이 몰아치지 않는다면 한 번쯤 나가보는 것도 재미난 추억이 된다


여기서 필수템은, 아이의 장화, 비옷. 그리고 엄마의 비옷. (장화도 있음 더 좋겠다.)

비옷 입고, 장화 신고 물웅덩이를 첨벙 대는 아이들 곁에서 우산은 거추장스럽다. 비옷은 엄마에게 두 팔의 자유를 허락한다. 그것만으로도 아이와의 장마 데이트가 좋은 추억으로 만들어질 가능성, Up!


비옷을 입고 첨벙 대는 아이를 보면 걱정이 불쑥 올라오기도 한다. "감기 걸리면 어쩌지?" 컨디션이 좀 안 좋았다면 감기 걸릴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재미나게, 신나게, 땀나게 놀고 집으로 들어가 바로 목욕을 하면 된다. 아이랑 비 맞으러 나가기 전 '집에 와서 즉시 목욕 하기'를 단단히 약속하고, 놀면서 감기 걱정이 들 때마다 아이에게 약속을 말한다. "집에 가면 바로 따뜻한 물에 목욕하자!" 내 입으로 그 말이 내뱉어지는 순간, 올라왔던 걱정이 한 계단 내려가게 될 거다.


비에 젖었다? 비를 느꼈다!

장마철 육아 생존의 가장 큰 비법. 정말 정말 정말 어렵지만, 그래도 시도해보면 나에게 득이 되는 비법이다.

비에 젖은 옷이 걱정되면 "세탁기가 빨아줄 텐데 뭐."라고 가볍게 넘겨버린다. 축축하게 젖은 몸은 "수건으로 닦지 뭐."하고 자동차, 현관에 수건을 미리 챙겨둔다. 부산스러운 현관 풍경은 "잘 놀았다."로 눈감는다.


'비'라는 대상이 좋은 경험으로 남아있는 사람일지라도, 내 몸에 타인의 몸이 하나 더 추가 되면 생각이 좀 달라진다. 나만 챙기면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 하나 또는 둘 이상을 함께 챙기고 보살펴야 하는 엄마는 '비'가 그리 달갑지 않다.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쾌한 감정을 계속 곱씹으며 나의 감정을 불편함으로 채워가게 되면, 잃게 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분명 조금 전까지 비를 맞으며 신나게 놀았음에도 지저분한 현관 앞에서 불쑥 화를 내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그러니, 생각의 전환을 시도해보자.


젖은 빨래는? 세탁기가.

빨래 건조는? 제습기 또는 건조기가.

감기는? 따뜻한 목욕으로.

식사 준비는? 조미김으로.


내가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 일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거다. 버튼 한 번이면 세탁기가 돌아가고, 조미김 한 봉지면 밥은 해결된다. 모든 것을 평소처럼 완벽하게 해 내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충분하다.




장마가 시작됐다. 습하고 무더운 장마가.

나의 수고를 티끌만큼이라도 덜어줄 아이템들과 가벼워지려는 마인드로 장마철 육아를 슬기롭게 통과하길.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리고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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