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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송인 Dec 24. 2021

올해 완독한 임상심리 전공 원서 8권과 간략한 코멘트

핵심 내용을 떠나서, 아버지의 자살을 이해하고자 개인적으로든 학술적으로든 몇십 년에 걸쳐 노력했을 저자의 모습이 상상돼 마음이 짠해지는 그런 책입니다. 개인적인 경험과도 일부 맞물리면서 울림이 컸습니다.



Neurosis and Human Growth는 어휘가 어렵고 해석이 잘 안 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간 부분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호충돌하는 욕구 가운데 어느 하나를 억누르고 다른 하나를 전면에 내세우는 미봉책이 얼마나 삶을 괴롭게 만들 수 있는지 배웠습니다. 호나이는 프로이트와 달리 내적 갈등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에서의 실제 역동을 디테일하게 그려내기 때문에 내용 이해가 잘 안 됐음에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대학생이던 2008년 무렵 이 책의 번역서를 읽고 받았던 감동이 생각나서 원서로 읽었습니다. 환경이 어떠할지라도 생각을 변화시킴으로써 그 환경에 보다 적응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상담 및 심리평가 실무에서 일한지 9년차인 이제는 식상할 정도가 돼 버렸지만, 여전히 이 책이 갖는 자조서로서의 기능에 두 엄지를 치켜올리고 싶습니다. 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인지치료자체가 환자를 셀프치료자로 변모시키는 과정이기 때문에 일반인이 읽어도 좋을 내용이 많습니다(특히 스토이시즘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더 통하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성격장애적인 특성을 지녔다 하더라도 살아가며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될 여지가 있습니다. 성격은 잘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긴 해도 실상 고정돼 있는 어떤 것이 아니죠. 이 책은 자기애성 성격 특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호나이 책과 비슷하게 성격의 차원적 특성과 역동을 잘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격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읽어 보면 도움되는 지점이 있을 겁니다.



번역서가 있고, 임상/상담 실무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는 책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1-4장까지가 핵심이고 1-4장에서 설명한 사례개념화 내용을 토대로 각 이론에 맞게 사례개념화하는 법을 보여주는 5장 이후는 성의가 너무 없다는 느낌입니다. 거의 copy & paste 수준으로 기계적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도움이 안 되는 느낌입니다.

 


상담을 정말 많이 해본 사람이 대상관계 심리치료의 실제를 학생들에게 최대한 쉽게 가르치려고 쓴 책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다만 구체적 실례가 많이 나와 있는 것에 비해 책의 전체적인 통합성은 부족해 보입니다. 비상약품함 같은 느낌이랄까요. 상담 하다가 답답한 부분이 있을 때 혹시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들춰보게 될 것 같은 그런 책입니다.



저는 세계관이나 실제적인 전략에서 CBT에 가깝게 행동하는 사람이지만 자기한테 없는 것에 끌리는 탓인지 정신역동 관련 책을 틈틈이 보고 있고, 이 책도 그 일환입니다. 근거기반 실천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지만 매뉴얼화된 그런 심리치료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정신역동적 접근으로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여섯 가지 영역(우울, 강박, 유기공포, 낮은 자존감, 공황 불안, 트라우마)을 통해서 정신역동 심리치료를 전개하는 방법을 비교적 세세하게 보여줍니다. 저자가 정신과 의사인데 글렌 가바드처럼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내는 재주가 있어서 큰 부담 없이 읽었습니다. 다만 이론상의 통합적 접근을 취하는 쪽이고, 저 서평을 쓸 때와 달리 지금 드는 생각은 다른 심리치료 접근과의 차이가 분명하지 않아 보인다는 것인데, 책의 문제라기보다 언어 너머의 경험들에 초점 맞출 때가 많은 정신역동 치료를 언어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한계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심한 자기애를 지닌 사람과 가까이 지내야 할 때, 과연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자조서입니다. 얇은 책이고 비교적 상식적인 수준에서 해법을 제시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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