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에서의 재연을 다루기
making the implicit explicit
*Attachment in Psychotherapy의 15장을 읽고 생각한 바를 나눕니다.
상담자로서의 발달 단계 같은 것이 아마도 있을 텐데, 그런 단계를 가정할 때 이번 챕터는 꽤나 상위 단계에 위치할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저자가 이번 챕터에서도 상담에서 펼쳐진 비언어적 상호작용 양상을 이해하기 쉽게 서술해 놓아서 텍스트 읽기에 큰 무리는 없었지만, 이런 것을 상담에서 직접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니 약간 두렵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번역서에는 실연이라고 번역이 돼 있는데 보통 재연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재연이 반드시 발생할 수밖에 없고, 재연이 발생할 때 상담자가 이를 인식하여 비언어적인 분위기를 언어적으로 내담자와 나누는 것이 치료 진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 챕터였습니다. 언어뿐만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치료자가 making the implicit explicit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재차 강조되는 느낌입니다.
Then, to the degree that the implicit can be made explicit, we usually enhance the likelihood that the patient’s relationship with the therapist may ultimately be experienced as safe, attuned, collaborative, and inclusive. (267쪽)
재연에는 내담자뿐만 아니라 상담자가 살아온 역사도 관여하기 때문에 내담자가 무언가를 촉발시키더라도 그에 반응하는 양상은 상담자의 성격과 같은 요인에 의해 여러가지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Our best hope is to become as knowledgeable as possible about the characteristics of the not-so-pristine container—our own subjectivity— that shapes our responsiveness to our patients’ evocative influence. (270쪽)
또한 상담자의 성격이 내담자가 무엇을 촉발시킬지를 결정하기도 하는바 서로간의 상호 피드백이 있다고 가정하고 상담에 임해야 하며, 상담자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내담자와의 어떤 역동을 거쳐서 나오게 되는 것인지 늘 자기감찰하는 것이 중요할 뿐만 아니라, 표현되지 않는 자기감찰은 무의미하기에 과정 모니터링한 바를 내담자와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합니다. 이런 공유가 그 자체로 교정적인 관계 경험이 됩니다.
To the extent that they can be made conscious, however, enactments have the potential to provide access to highly significant, as-yet-unrecognized facets of the patient, the therapist, and the relationship they share. Moreover, the very process of exploring these jointly created scenarios, rather than blindly playing them out, can itself constitute a corrective relational experience of inclusiveness, collaboration, and mentalizing. (271쪽)
재연의 패턴을 collusion(공모)와 collision(충돌)로 구분하여 설명하는 것이 유용합니다. 재연을 통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자 하는 내적 욕구를 지칭하는 용어들이 새로웠고(the mind's self-righting tendencies, the competency motive, the innate drive to develop), 이 챕터 중후반부부터 실제로 재연이 어떤 식으로 발생했고 이것이 어떻게 치료적 기회 혹은 실패가 됐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줘서 도움이 됐습니다.(하지만 어떤 사례는 좀 어렵게 느껴졌고요.)
일례로, Jackson의 사례에서 상담자가 자기 이슈와 내담자 이슈를 분리하여 내담자에게 설명하는 대목이라든가 AI의 사례에서 상담자가 AI의 과거 경험을 이해하고 진정으로 공감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내담자에게 지녔던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인식할 수 있게 되고, 이것이 내담자에게도 영향을 미쳐서 내담자가 회피하려 했던 감정을 스스로 수용하는 계기가 되는 일련의 흐름들이 놀랍게 다가왔습니다. Ellen 사례에서 회기 시작 전 내담자와 함께 한 명상이 상담자와 내담자 모두의 마음을 조금 더 수용적으로 변화시킨 것 역시 놀랍고요.
상담 경험이 부족하여 저자가 말하고자 한 것을 다 이해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었으나, "참여관찰자"로서 상담자가 어떻게 내담자의 자각과 자유를 증진시킬 수 있는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새로운 관계 안에서 옛 관계를 보고 그 옛 관계를 다시 새롭게 변모시키는 것이(The Old in New, the New in the Old) 상담자와 내담자 모두의 과제인데, 앞으로 저 역시 경험을 통해서 배워나갈 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