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눈에, 귓가에, 그리고 마음에.
세상의 예쁜 빛들을 담아낸 그림이 되어 사람들의 눈을 그 빛으로 물들일 수 있고,
사라지지 않는 목소리가 되어 바람을 타고 사람들의 귓가를 맴돌 수 있고,
한글자 한글자가 살아 움직이는 글로 남아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잔잔한 발자국을 남길 수 있다는 것.
예술가가 매력적인 이유가 아닐까.
세상을 떠난 뒤에라도_
세상의 온갖 빛깔이 담긴 종이 한 장은
볼이 발그레한 소녀의 맑은 눈동자에 비치면 둥글고 작은 우주가 되고,
달팽이 관을 어루만지는 부드러운 목소리는
바람이 풀잎을 헝클어뜨리는 어느 초록의 공원에서 귓가를 파랗게 물들이고,
도서관 어느 한 구석 커튼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이 뽀얀 먼지를 드리우면
여러개의 획으로 이루어진 몸을 나른하게 뒤척이며 깨어난다.
그렇게 하나의 존재로 남아 있을 수 있다.
누군가의 눈에, 귓가에, 마음에.
비슷비슷한 레포트 중 하나로,
프리젠테이션 자료 구석의 이름 석자로,
그렇게 무의미하게 '남겨지는 것'이 아닌.
하나의 존재로 '새겨지는 것'이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아직 끝나지 않은 생이 아닐까.
예술가의 생은,
그래서 그 누구보다도 길지 않을까.
그것이, 예술가가 매력적인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