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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링키 May 17. 2017

네모난 세상.

원하지 않았던, 그러나 머물러 있는.


조그마한 창밖으로 네모난 하늘과

레고 같은 건물들이 보인다.

작은 프레임 안의 풍경은 작지만 평화롭고, 조용했다.

마치 액자 속의 풍경화 처럼.

프레임 밖의 시끄러운 잿빛 소음도,

스쳐가는 자동차의 비명소리도,

프레임 안의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틀에 갇혀버린 그 작은 풍경 속에서,

모든 것이 멈춰버린 듯한 그 고요함 속에서,

나는 왠지 모를 위로를 받았다.


어리석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비겁한 현실 도피자 처럼,

멀찍이 떨어진 곳에 서서 텅 빈 눈동자로 가만히

아주 작고도 비현실적인 세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원하지 않았던, 그러나 머물러 있는.


자유롭고 싶끊임없이 서툰 날갯짓을 하면서도 멀리 떠나지 못하는 것은,

아마 누구의 탓이 아닌 온전히 나의 탓이리라.


틀이 존재하지 않는 커다란 세상 속에서,

퍼덕이던 작은 날개를 접어 한껏 웅크린채

불안한 눈동자로 낯선 벽들을 조금씩 더듬으며 구석진 곳을 찾아 헤매이는 나의 몸짓, 

마치 고래의 뱃 속에 불시착한 새처럼

위태롭고 애처로울테지.


떠나고 싶었던, 그러나 떠나고 싶지 않.

나의 네모난 세상.


저 너머 작고 네모난 프레임 속의 세상.

그 속에서 바라보는 나는 어떤 모습일까.   


제자리에 덩그러니 서서 자유를 꿈꾸는 나는, 

작고 초라한 모습일까.


아니면, 또한 그저 고요한 풍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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