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니면 안되는 줄 알았다.
굳이 내가 아니어도 상관없는, 그런 자리가 있다.
한 걸음만 물러나와도 뻔히 볼 수 있었던 진실을
모른 채, 고집스럽게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었던
나의 무지함이 부끄러웠다.
ㅡ 내가 아니면 안되는 줄 알았다.
내가 그 곳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도 평온해보이는 너를,
웃음기 가득한 너의 입가를,
겨우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제야 문득 깨달았다.
내가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었던 것은,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였다는
초라한 진실을.
어렴풋하게 느껴졌던 진실을 꿀꺽 삼켜 버리고
모른 체 내가 지키고 싶었던 것은,
언제든 너에게 닿을 수 있었던 그 자리였다.
너의 곁,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