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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링키 May 18. 2017

곁.

내가 아니면 안되는 줄 알았다.


굳이 내가 아니어도 상관없는, 그런 자리가 있다.


한 걸음만 물러나와도 뻔히 볼 수 있었던 진실을

모른 채, 고집스럽게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었던

나의 무지함이 부끄러웠다.


내가 아니면 안되는 줄 알았다.


내가 그 곳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도 평온해보이는 너를,

웃음기 가득한 너의 입가를,

겨우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제야 문득 깨달았다.


내가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었던 것은,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였다는

초라한 진실을.


어렴풋하게 느껴졌던 진실을 꿀꺽 삼켜 버리고

모른 체 내가 지키고 싶었던 것은,

언제든 너에게 닿을 수 있었던 그 자리였다.



너의 곁,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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