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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링키 Nov 05. 2015

낡은 자전거.

나의 싱그러움이 짓밟았을 그 어떤 낡음-

 아파트 단지 안을 아무 생각 없이 터덜터덜 걸어가다가,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할아버지의 낡은 자전거를 보았다.

새 자전거처럼 빠른 속도를 낼 수도, 그렇다고 죽은 듯이 멈출 수도 없는, 애매한 경사의 내리막길에서 그 낡은 자전거는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슬프고 기괴한 비명을 질러댔다.

이제는 너무 낡아 내지르는 비명 조차 삐그덕 거리는 자전거를 탄 채,

할아버지는 어딜 향해 가고 계셨을까.


할아버지의 주름살이 하나하나 늘어가는 그 오랜 세월을 함께한 자전거는, 주인의 점점 가벼워지는 무게와 조금 말라버린 엉덩이를, 보다 가빠진 숨소리를, 알면서도 모르는척 덤덤하게 실은 채 어딘가를 향해 달려갔을 것이다.

자신을 재촉하는 페달의 속도가 조금씩 조금씩 느려지는 것 또한 그저 아무 말 없이 받아들이며

묵묵히 함께 늙어갔으리라.  


그랬을 그 낡은 자전거가 온 몸을 쥐어짜듯 아프게 질러댔던 그 비명소리는, 아파트 단지를 뛰어노는 아이들의 싱그러운 웃음 소리에 그만 죽은 듯이 묻혀 버렸다.

싱그러운 아이들과 낡아버린 자전거는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갔고, 나는 그 곳에 홀로 남아 지나간 나의 싱그러움과 다가올 나의 낡은 시간들을 생각했다.


나의 싱그러움이 짓밟았을 그 어떤 낡음과,

나의 낡음을 짓밟을 그 어떤 싱그러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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