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마치 꽃가루 처럼 그렇게-
아직도 너를 위해 흘릴 눈물이 남아있었는지,
나는 너무 우연한 기회에 알아버렸다.
너라는 사람의 이름이 아득해지고,
너라는 사람의 얼굴이 희미해지고,
너라는 사람의 온도가 잊혀지고,
이제 그 자리에 생각지도 못했던
다른 사람의 이름이 소중해지고,
다른 사람의 얼굴이 또렷해지고,
다른 사람의 온도가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네가 지워진 줄 알았다.
널 떠올리며 흘릴 눈물도, 웃음도,
이제는 말라버린 기억처럼 다 바스러진 줄 알았다.
별 것도 아닌 몇 잔의 술이 귀찮게도
부스러진 내 마음을 긁어모을 줄은,
그래서 메말라버린 기억의 부스러기 한 줌에 이렇게 펑펑 울어버릴 줄은 몰랐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사람이 함부로 맺고 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공기 중 어딘가에 끊임없이 떠다니고 있는 건지도 ㅡ모르겠다.
그리고 마치 꽃가루처럼 어느 한 순간
내 코끝을 간지럽히고,
재채기를 하게 만드는 것이리라.
숨길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재채기처럼,
그렇게 울음을 토해내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꽃가루가 온 세상에 흩뿌려진 봄날,
그래서 더 슬퍼지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