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착륙을 할 것인가? 연착륙을 할 것인가?
디지털다임이 중국 진출을 하기 1년 전, 시장조사 차원에서 베이징에서 몇 개월 체류를 할 때의 이야기이다. 모 대기업의 중국 인하우스 에이전시 대표를 한국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소개를 받아 미팅을 가진 적이 있다. 대표님과 여러 중요 이사님이 참석을 한 자리에서 나는 먼저 회사를 소개하면서 포트폴리오를 보여드리려고 하는데 대표님의 한마디, “포트폴리오를 보지 않아도 중국보다 훌륭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사장님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고객사 책임자를 만나고 영업을 하더라도 문제는 실무자들이 모두 중국인이라서 일을 따서 진행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연착륙을 할 방법을 찾으세요. 한국에서 고객사와 같이 진출하는 방법을 찾으십시오." 그때는 그것을 하나의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심지어 외부 도움 없이 홀로 더 잘 해 보겠다는 오기도 생겼다. 그래서 그 이후 난 중국인을 사귀기 시작했고 가급적 한국에서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보다는 중국 로컬 기업들을 찾아다녔고 그들과 제휴로 풀어나갔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 대표님의 조언이 맞다. 아무리 실력이 출중한 에이전시라도 해외로 진출할 때는 영업을 전폭적으로 밀어줄 수 있는 고객사가 있어야 해외 진출 시 큰 어려움 없이 연착륙을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영업에 대한 기회비용들이 매우 많이 발생하게 되고 지사를 운영할 수 있는 기본 비용을 충당하기에도 버거워지는 상황까지 가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는 인하우스 에이전시라면 당연히 모 기업이 해외진출을 하면 함께 따라가는 것이니 쉽게 연착륙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떨까? 내가 아는 많은 경우가 대부분 고객사의 담당 임원진이나 실무진의 말만 믿고 진출했다가 고객사의 해당 사업이 철수를 한다든지, 사업 방향이 바뀐다든지 해서 낭패한 경험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적이 많다. 고객사 임원이나 실무진이 그 기업과 동일시할 수 없는 문제이다. 좀 더 명확히 얘기하면 해당 사업을 맡고 있는 임원진이나 실무진은 해외 진출 시 현지 업체를 다뤄본 경험이 적거나 없어서 또는 퀄리티가 만족스럽지 못해서 당장은 한국에 있는 에이전시에게 아웃소싱을 주겠다고 달콤한 제안을 할 수는 있지만 그건 하나의 공수표일 뿐이다. 정작 사업적인 판단이나 중요한 결정에 의해서 언제든지 철회되거나 방향이 바뀔 수 있다. 고객사만 믿고 진출해서 미리 인력 세팅하고 주재원 비용 나가고 임대료 나갔다가 결국 본전도 못 찾고 낭패 보는 케이스가 생길 수 있다. 만약 이런 제안이 온다면 정말 파트너십을 가져갈 수 있는 기업인지, 임원진 레벨이 아닌 최고 경영진의 의지가 정말 확고한지 제대로 두드려 봐야 한다. 그것이 충족되더라도 법률적인 계약까지 해주며 에이전시의 이익을 보전해 줄 수 있는 진정한 파트너십의 고객사를 찾는 것은 어려운 것이다. 달콤한 유혹 안에 숨어있는 리스크 요인을 정말 감당할 수 있는지부터 심사숙고해보고 잘 안되었을 경우에 따른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연착륙의 또 다른 방법으로 현지 파트너사를 찾아서 그들의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그들을 어떻게 찾느냐일 것이다. 지인의 소개일 수 있고 협회의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도 있고 직접 개척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서로 협의가 된다면 양해각서(Memorandum of Understanding, MOU)를 맺고 상호교류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융성한 접대를 받았다고 해서 또 어려운 MOU를 맺었다고 해서 비즈니스가 바로 되고 해외진출이 갑자기 되지는 않는다. MOU는 대부분 법적 구속력이 없는 형식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냥 비즈니스의 출발점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들과의 상호 신뢰이다. 해외에서 특히 중국에서 비즈니스 간의 신뢰는 하루아침에 그것도 몇 번 만나서 밤새도록 접대받고 술 먹었다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분명 그들도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이 있으니 관계를 시작한 것이지만 정말 비즈니스의 관계가 되려면 몇 단계 서로를 알아갈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심지어 법률적인 구속력이 있는 계약을 했어도 몇 번이고 바뀔 수 있는 상황이 중국에선 다반사로 일어난다. 우리가 가진 상식은 한국에서나 먹히는 것이고 그 나라에 가면 그 나라의 상식과 법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럼 “경착륙을 하라는 것인가?” 란 질문이 생길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답변은 일단 연착륙을 계획하더라도 경착륙 한다고 생각하고 해외진출에 임하라는 뜻이다. 계획은 연착륙에 포커스를 맞추어 진행을 하더라도 경착륙에 대비한 PLAN B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의 예를 들면 사업자등록증과 같은 영업집조 하나 나오는데 원칙적으로 2~3개월이라고 하더라도 6개월 이상, 어떤 경우엔 법인명이나 상표권을 획득하지 못해서 일 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사업 제휴나 공동투자, 합자법인 설립을 한다면 생각지 못한 변수는 더 많아진다. 우리의 상식과 시각으로 판단해서 세운 계획들은 해외 현지에선 전혀 먹히지 않을 수 있다. 10을 이야기하면 5 정도만 받아들이고 3이 됐을 때의 PLAN B를 반드시 세워놓아야 한다. 해외에선 특히 시간은 내 편이 아닌 절대적으로 상대편이다. 나의 시간으로 모든 것이 계획되어 있다면 그것은 100% 실패한다. 그들의 시간으로 다시 세팅을 해야 한다. 내가 직접 본다고, 그런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고, 심지어 계약을 그렇게 했다고 해도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새로운 변수는 항상 존재한다.
경착륙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디지털다임의 중국 진출 초기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담당자들로부터 설문조사를 받았다. 내용은 “중국 진출 후 몇 년 정도면 BEP를 넘을 수 있을까요?” 답변을 종합해서 평균을 내보니 6년 정도면 BEP를 넘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설문조사에 응한 어느 기업도 6년을 넘은 기업이 없었다. 결국, 아무도 BEP를 달성한 기업이 없고 그냥 추측일 뿐이라는 것이다. 우수갯 소리 같아 보이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해외 진출을 해서 어느 정도의 투자가 가능할지를 심사숙고를 해봐야 한다. 어떻게든 해외 진출에 대한 이상적인 포부와 계획을 세웠다고 처음부터 실탄을 많이 소비할 수는 없다. 최소한의 비용 지출과 본사와 연계된 사업과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야 한다. 지속적인 현지 파트너와의 관계와 작은 프로젝트나 제휴의 경험부터 쌓다 보면 어느 시점에, 아마도 6년째 일지 모르겠지만, 그간의 노력과 투자의 결과가 실적으로 드마마틱한 상승곡선을 보이며 당해연도의 BEP를 넘게 되고 다시 전체 BEP를 넘는 날이 오게 된다. 아무리 연착륙을 하더라도 진출 1, 2년 만에 성공할 수 있는 공식은 어디에도 없다. 반대로 생각해 보자. 만약 싱가포르 계의 외국 에이전시가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고 하면 당신은 쉽게 그들에게 일을 맡길 수 있을까?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에이전시가 아닌 외국인으로 경영진이 구성된 외국계 독립 에이전시가 한국에 진출해서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은 있는가? 해외에서 보면 우리가 그들에게 그렇게 보일 뿐이다. 포트폴리오가 좋다고 바로 일을 같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외 사업에 있어서 시간이 내 편이 되려면 무조건 느긋하게 마음먹고 좀 더 고민하고 신중하게 진행하고 혹 진행이 더디더라도 제대로 가고 있는지 방향에만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상대 파트너와의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특히 중요한 일들을 임원진이나 담당자들에게만 맡겨놔서도 안 된다. 대표이사가 항상 직접 만나고 챙기고 진행해 봐야 한다. 해외에서 비즈니스를 할 때 통역을 대부분 이용을 하게 되는데 중복적으로 대화의 의미를 체크해봐야 한다. 정확히 우리의 뜻이 전달되었는지, 상대방의 뜻을 정확하게 이해한 것인지, 해외 비즈니스에서의 어림짐작은 절대 위험하다. 조언을 구할 수 있으면 주변으로부터 최대한 구해서 어떤 의미인지, 어떤 리스크가 있는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항상 체크해봐야 한다. 특히 진짜 비즈니스의 시작은 회의 테이블이 아닌 그들과의 식사나 개인적인 술자리일 수 있다. 이때 통역을 이용한다면 친밀한 비즈니스 관계는 이미 물 건너간 것이다. 차라리 쌍방의 제2외국어인 영어라도 사용해야 한다.
계약을 할 경우 대부분 분쟁이 있을 경우 그 나라의 법정에서 판결을 하거나 제3 국의 법정을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분쟁이 나면 100% 진다고 생각해야 한다. 한국에서 일하는 것처럼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렇기 때문에 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많은 경우의 수나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외주를 받는 계약이라면 지급조건이 선금 50%, 중도금 30%, 잔금 20%였다고 하고 잔금은 프로젝트가 모두 끝나고 이상이 없을 경우 받는다는 조건이라고 하자. 중국이라면 이 20%를 완료 후 언제 받을지 장담 못할 수 있다. 차라리 선금 30% 중도금 1차 30% 완료 후 중도금 2차 30% 잔금 10%로 해서 남은 잔금에 대한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을 쓸 수도 있다. 특히 해외에서의 협상은 외국인인 우리에게 항상 불리하다는 것은 사전에 인정하고 임해야 한다.
지인의 페북에 이런 글귀가 있다.
중국 사람은 계약하고 일곱 번을 번복하고
일본 사람은 계약 전에 일곱 번을 수정하고
한국 사람은 일단 계약하고 일곱 번 후회한다.
목 차
에이전시의 해외진출 : 작지만 강한 기업 만들기 세 번째 주제
第一章 해외진출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第二章 경착륙을 할 것인가? 연착륙을 할 것인가?
第三章 인력 세팅은 어떻게 할 것인가?
第四章 중국 진출 시 어느 도시를 선택할 것인가?
第五章 중국 법인 설립 절차
第六章 중국 회사명 등록과 작명 사례
第七章 중국 사업 시 세금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들
第八章 중국 사업의 성공코드
'작지만 강한 기업 만들기'는 디지털 에이전시인 디지털다임의 뉴스레터에 연재하고 있는 내용을 브런치에 맞게 재편집한 내용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