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출 시 어느 도시를 선택할 것인가?
중국 진출을 준비하는 회사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의 하나는 “중국에 진출 시 베이징, 상하이, 션전(심천), 아니면 다른 도시들 중에 어디를 베이스로 진출하는 것이 좋을 것이냐?”라는 질문이다. 중국은 인구의 70%가 농업에 종사하는 넓은 영토의 국가이다. 이 때문에 지방 행정을 4 계층의 수직 구조로 나누어 통치하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의 광대한 영역을 23개의 성, 5개의 자치구, 베이징, 상하이, 톈진(천진), 충칭(중경) 4개의 직할시에 수평 분할하고 있으며 홍콩, 마카오 2개의 특별행정구를 두고 있다. 과거 칭다오(청도)나 텐진, 광저우를 중심으로 한 생산공장들이 진출한 도시에서 현재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션젼 등 1선 도시로 진출을 많이 하게 된다. 1선, 2선, 3선 도시 분류는 법적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고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나타내어 비즈니스 시장조사나 경제상황을 설명하는 기준으로 활용한다. 톈진도 준 1선에 포함된다. 2선 도시의 대표도시로는 항저우, 난징, 지난, 다리엔, 닝보, 칭다오, 충칭, 샤먼 등이 있다. 하지만 2선이라고 해서 시장이 작은 것은 절대로 아니고 기존 시장이 가진 문화 색깔도 분명한 편이다. 알리바바는 항저우, 텐센트는 션전, 하이얼은 칭다오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베이징은 주로 IT를 포함한 대부분 기업들의 본사가 위치하고 있고 정치 중심지이다. 상하이는 유통이나 소비재 중심의 경제 중심지이고, 션젼은 홍콩 근처에 위치하여 중국산 짝퉁 산자이(山寨) 대표도시에서 지금은 텐센트, 드론으로 유명한 DJI, 화웨이 등이 대표기업으로 하이테크의 본산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출하려는 목적과 고객군이 어디에 많이 있는지, 현지에서 채용할 인력의 필요 스펙에 따라 진출할 지역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과거엔 투자만 하면 어디든 환영과 지원을 받았지만, 지금은 3 선급 도시 이하로 가야지만 지방정부의 혜택을 기대할 수 있고 1선 도시엔 전 세계의 웬만한 글로벌 기업들은 모두 진출해 있어서 그만큼 경쟁도 치열한 편이다.
중국의 스타트업 72%가 1선 도시에 입지(베이징 36%, 상하이 19%, 션전+광저우 17%)하고 있어 그만큼 비즈니스 기회와 고급인력이 모여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주로 한국 대기업들은 베이징과 상하이에 중국 본사를 세우고 기타 주요 도시에 지사를 확장해 나가는 편이다. 한국 대기업과 IT기업들을 상대해야 한다면 베이징이, 화장품과 같은 소비재 기업을 상대해야 한다면 상하이, 게임이나 하이테크 제조기업들을 상대해야 한다면 홍콩과도 지리적으로 가까운 션전이나 광저우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상하이가 베이징보다는 좀 더 외국 기업이 사업하기에 합리적이고 융통성이 많고 영어도 어느 정도 통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반대로 정부를 많이 상대해야 한다거나 IT인력을 구하기엔 베이징이 가장 좋은 편이다.
이중텐(易中天)의 독성기(讀城記)라는 책을 보면 베이징과 상하이에 대한 차이를 잘 설명해 준다. 베이징은 ‘성城’이다. 성은 겹겹이 둘러쳐진 ‘성벽’과 하나하나의 ‘문’으로 구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성벽다운 성벽, 성문다운 성문이 없는 광저우 같은 도시는 ‘성’이 아니라 그저 ‘시市’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시’란 교역을 행하던 장소다. 상하이는 흔히 ‘상하이탄(灘, 여울, 물가)’이라고 불린다. 물가에 있고 드넓으며 자유롭기 때문에 이렇게 불린다. 베이징 이민자들은 관료, 학생 등 성공한 사람들이다. 멀리 청(淸) 나라 때 만주족이 베이징에 들어와 귀족층을 형성했으며 공산당 고위 관리층들이 몰려들었다. 베이징대 칭화대 등 명문대학을 찾아 전국에서 우수 학생들이 베이징으로 운집하고 있다. 이들이 베이징성을 구성하고, 베이징의 문화를 만들어 간 것이다.
상하이 이민자들은 평범한 사람들로 그들은 1840년대 상하이 개항을 계기로 상하이탄으로 몰려들었다. 이민자들의 목적은 하나, 오직 돈이었다. 그들은 치열한 경쟁을 해야 했고, 그 경쟁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바로 상하이 사람들이다. 그래서 베이징 사람들은 성과 같은 울타리를 만들고 그 울타리로 들어가기 위해 애쓴다. 이는 집단의식을 강하게 만들고 꽌시(关系)와 서열을 더 중요시하게 만든다. 반면 상하이는 탄과 같이 모두에게 개방된 공간으로 집단의식보다는 개인의식이 강하고 다른 사람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고 남이 자기의 영역에 끼어드는 것도 싫어한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더 많은 것을 가질 수 있으니 비즈니스에 더 친화적일 수밖에 없고 꽌시가 베이징에 비하면 그 중요성이 떨어진다.
베이징은 관료 사회로 계급 편차가 심하지만 거대하고 거리가 멀기 때문에 피차 서로 강요하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오히려 외지인에 대해 더 포용력이 크고 관대한 편이다. 반면 상하이는 문화 전파력이 강하고 자긍심이 강해 외지 사람들을 신분이나 계급에 관계없이 무조건 무시한다. 항상 ‘우리 상하이 사람이다(阿拉上海人 아라상해니: 상하이 방언)’라면서 상하이라는 공동체에 참여하는 것은 개인적인 신분보다는 상하이 사람인가 아닌가를 더 중요시하며 외지인에 대해 배타적이다. 심지어 상하이 사람들끼리 말할 때는 절대 표준어를 쓰지 않는다. 상하이 방언을 할 수 있다면 그들과 더 쉽게 통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 가지 상하이와 베이징의 특징을 쉽게 설명하는 것이 있는데 하나는 상하이에서는 대부분 동전을 많이 사용하고 휴대하고 다니지만 베이징에서는 돈의 단위인 위엔 아래의 마오까지도 지폐를 주로 사용한다. 두 번째는 ‘상하이는 비즈니스를 할 때 돈이 테이블 위로 거래가 되지만 베이징에서는 테이블 밑으로 거래가 된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실리와 체면, 능력과 꽌시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디지털 다임이 중국에 진출한 시기엔 시장조사를 해보니 파트너가 될만한 기업들이나 한국 기업들의 중국본사, IT 관련 인력자원 등에서 상하이보다는 베이징이 유리해서 중국 진출 도시로 베이징을 선택하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점점 상하이나 그 주변 항저우 등에서 고객사들이 생겨나고 있어서 상하이에 추가로 지사를 둬야 하지 않느냐는 고민도 있다. 그러므로 중국에 진출을 고려해 본다면 앞서 얘기한 대로 현지에서 단 몇 개월이라도 체류하며 살아보면서 언어도 배우고 시장조사를 통해서 지역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영토가 너무 넓다 보니 각 도시들마다 기후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심지어 같은 글자를 사용하지만, 발음이 너무 달라서 중국인들도 못 알아듣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항상 현지인들이나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물어보면 본인들이 정착한 곳이 가장 좋다고 한다. 중국에 온 한국사람들도 각 도시의 문화에 젖어들기 때문이다. 이는 어디든 살만하고 주변 인적 네트워크가 비즈니스 하기에 최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지사 발령이 아닌 이상 초기에 체류하거나 정착한 곳을 벗어나는 케이스가 드문 편이다. 대신 베이징과 상하이는 예외로 워낙 큰 대도시이다 보니 양쪽을 왔다 갔다 하면서 직장을 옮기거나 비즈니스 장소를 변경하는 케이스는 종종 보이고 있다. 베이징에 사는 한국인들은 성을 쌓아 놓고 그 속에서 어울리고, 상하이에 사는 한국인들은 넓은 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참 고
중화인민공화국의 행정구역 - 위키백과
중국 O2O 서비스 현황 및 트렌드 - TechNode 유채원
상하이런 베이징런 -일빛 출판사 2006
독성기(讀城記) -이중텐(易中天), 에버리칭홀딩스 2010
목 차
에이전시의 해외진출 : 작지만 강한 기업 만들기 세 번째 주제
第一章 해외진출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第二章 경착륙을 할 것인가? 연착륙을 할 것인가?
第三章 인력 세팅은 어떻게 할 것인가?
第四章 중국 진출 시 어느 도시를 선택할 것인가?
第五章 중국 법인 설립 절차
第六章 중국 회사명 등록과 작명 사례
第七章 중국 사업 시 세금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들
第八章 중국 사업의 성공코드
'작지만 강한 기업 만들기'는 디지털 에이전시인 디지털다임의 뉴스레터에 연재하고 있는 내용을 브런치에 맞게 재편집한 내용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