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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종현 Mar 01. 2017

에이전시에서 스타트업하기 I

시작하기 전에 고려해 봐야 할 체크 포인트

불황이 계속 그칠 줄 모르고 점점 더 심해져 가다 보니 청년 실업률은 높아지고 대신 용기와 아이디어가 있는 젊은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정부 차원의 프로그램도 많아지고 있다. 몇 년 정도의 업력이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잘 잡힌 스타트업에는 많은 금액의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들어갔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많은 에이전시들도 특히 작금의 불황을 극복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도 많이 고민하고 일부 회사들은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에이전시 업의 개념을 간단히 정의하자면 “고객의 업무를 대신해서 고객 목표에 따른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업의 개념을 따르자면 당연히 상호 신뢰를 통해서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오랜 기간 함께 호흡을 맞춰가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대부분의 고객사들은 매번 경쟁 PT를 통해 그간의 성과와 관계없이 짝을 바꾸기도 하고 그룹 내에 인하우스 에이전시가 있을 경우, 또 다른 협력 에이전시의 외주를 통해 진행을 하기도 한다.


이런 관행으로 독립 에이전시의 경우 매번 신규 고객사 영입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가야 하고 경쟁으로 인해서 안정적인 매출이나 높은 수익 구조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결국 이런 고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타결책으로 에이전시들에 따라서는 연구개발에 집중해서 기술 확보나 자신만의 설루션을 만들기도 하고, 새로운 사업으로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하고 인력을 세팅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기존 에이전시 B2B모델과는 전혀 다른 모델인 B2C 영역으로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에릭 리스의 린 스타트업 (Lean Startup)에 나온 글을 다시 한번 인용을 한다. "스타트업이란 극심한 불확실성 속에서 신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려고 나온 조직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극심한 불확실성'이다. 즉, "극심한 불확실성 속에서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있기만 하다면 그 조직이 정부 조직이든, 대기업 신규 사업 부서든, 비영리 조직이든, 벤처 기업이든 모두 스타트업이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본적으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사람은 창업가(entrepreneur)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에릭 리스가 창업가 개념을 설명하면서 가장 강조하는 점은, 대기업에서 혁신적인 신규 사업을 추진하거나 기존 제품을 혁신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 또한 창업가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사람은 '내부 창업가'(intrapreneur)'라고 한다. 결국, 에이전시에서 진행하는 많은 부분들의 새로운 조직은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있다.


I. 시작하기 전에 고려해 봐야 할 체크 포인트


“나도 예전에 그 아이디어를 생각했었다고 말해봤자 아무 소용없다.
‘그녀는 괜찮은 여자야’하는 생각만으로는 평생 내 여자를 만들 수 없다.”
- 오마에겐이치


에이전시의 사업모델이 수주형에 의존하다 보니 경쟁도 치열할 것이고 항상 사업이 잘된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어느 정도 성장을 이룬 다음에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고민을 하게 되고 새로운 성장엔진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또한 고객사를 위한 서비스에만 몰입하여 사업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자신만의 서비스나 브랜드를 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겨날 수도 있다. 에이전시 본 사업이 어느 궤도에 올랐다면 새로운 스타트업(여기서 스타트업은 신규사업, 인큐베이팅을 포괄)에 도전을 해보는 것은 어쩌면 태생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단계일지 모른다. 결국은 돈을 더 벌자는 것을 넘어서 지속적인 성장 비전을 제시할 수 없다면 그다음은 퇴보, 결국 퇴출될 수밖에 없는 비즈니스가 에이전시 업계이기 때문이다.


한때 최고의 크리에이티브를 자타공인했던 에이전시가 5년 이상의 명성을 유지한 기억이 있는가? 특히 요즘같이 너무나 급속하게 환경이 변하는 시장에서 탑(top)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스타트업은 내부 혁신을 통해서 필연적이고 자생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본다. 어려울 때보다 잘 나갈 때 혁신을 일으키기 어렵다. 결국 이 모든 것엔 경영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문제는 ‘경영자는 내부 스타트업에 있어서 실행자인 동시에 투자자’라는 점이다. 고객사의 프로젝트는 아주 냉철하게 수주한 금액 내에서 최선을 다해 수익을 만들어 가는 데 익숙하지만 정작 자신의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냉정한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다. 스타트업 자체가 잘못하면 오너 경영자의 취미생활로 끝날 수 있고 잘 못하면 메인 비즈니스에까지 타격을 입혀 재기 불능에 까지 이를 수 있다.


“혁신을 일으키는 원동력은 결핍(needs)이다.
결핍으로 인한 헝그리 정신과 부족한 자원 하에서 뭔가를 만들어 내야 하는 절박함이 파괴적 혁신을 일으키곤 한다. 자원이 풍부한 곳에서는 굳이 절박하게 행동할 유인이 없으며 지배적 사업자는 자기 스스로를 파괴해야 하는 모순에 빠지므로 파괴적 혁신을 일으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 넥스트렌스 홍상민 대표


스타트업에 있어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일까? 캐시카우 비즈니스를 유지하면서 신사업 비즈니스를 키워야 하는 이중 부담을 갖게 된다. 가장 좋은 인력을 메인 비즈니스에서 손을 떼게 하고 과감히 투입할 수 있을까? 남은 시간에 남은 인력으로 스타트업을 하면 원하는 성과가 나올 수 있을까? 결국 새로운 스타트업에 자원 집중은 한계가 있다. 특히 인력 구성의 문제이다. 회사의 핵심인력은 캐시카우 비즈니스에 매달려 있다. 설사 핵심이 아닌 좋은 인력을 스타트업에 투입한다고 해도 창업자이면서 오너인 사장과 스타트업에 대한 DNA가 다르다. 창업자는 이미 사업을 시작할 때 스타트업이었고 그런 모험을 이미 감수했던 경험이 있다. 그런데 직원은 임원진이라도 아직은 안정된 직장인 DNA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 경영자와 직원 간의 갭을 어떻게 극복하고 한 방향으로 갈 수 있느냐도 풀어야 할 큰 숙제이다. 결국 지속 성장을 위해 기업 내 스타트업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모두 공유되어 있지 않다면 성공하기 쉽지 않다. 초기 벤처 스타트업에 모인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마음가짐도 달라서 어느 정도의 희생이 전제가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면 이미 자리를 잡은 에이전시 내에서의 스타트업은 이 허들부터 넘어야 한다. 왜 스타트업을 안정된 일을 희생하면서까지 해야 하는지가 공유되어야 한다. 결국 사람, 팀 빌딩이 스타트업의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


투자할 자금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생각해 볼 문제이다. 경영자는 과연 얼마의 자금을 투자할 수 있을까? 내부 인력을 투입하는 것도 에이전시 프로젝트의 비용 산정이 대부분 인력 투입 비용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스타트업에 투입되는 만큼 수익을 낼 수 없으니 이중으로 비용이 나간다고 볼 수 있다. 얼마의 투자가 적당할까? 이익잉여금이나 자본금이 많이 남아 있다면 충분한 투자가 들어갈 수 있겠으나 만약 현금흐름에도 문제가 있다면 에이전시의 경우 현재 시점에서 신규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기존 계약분의 수입과 비용 지출로 현금 보유가 적어도 6개월~1년을 버틸 수 있어야 한다. 잘 못하면 기존 메인 비즈니스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 뻔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금흐름에 문제가 없다면 스타트업에는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회사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투자를 인큐베이팅이라고 보고 잘 된다면 더 성장을 하기 위해 분사를 해서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향일 것이다. 또는 정부지원 자금을 받아서 스타트업을 하는 것도 방법인데,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어 지원금 경쟁도 심하니 기회비용을 따져보고 잘 선택해서 지원해야 한다. 단순히 정부지원을 받았다는 형식적인 결과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스타트업의 목적과 부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스타트업의 결과가 좋다면 메인 비즈니스로 자리 잡게 할 수 있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드라이브를 걸 수 있지만, 만약 좋지 않다면 어느 시점에 그만둘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시기가 온다. 가장 어려운 문제이다. 스타트업의 시작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지만 포기하는 것은 아무나 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들어간 투자의 본전 생각이 나서 조금씩 조금씩 더 늪에 빠질 수 있다. 그러므로 처음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이 부분에 대해서 명확히 기준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1년 또는 2년, 특정 기한과 투자금액을 예상하고 어느 목표에 도달하지 않는다면 그때까지 들어간 투자자금은 매몰원가(Sunk Cost)로 함몰시키고 접는 것이다. 말은 쉽지만 그 결정을 실행하기는 정말 어렵다. 하지만 이런 매몰찬 결정을 할 수 없다면 메인 비즈니스의 수익성까지 악화시킨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목표는 지속적으로 수정을 하되 현실적으로 잡을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엔 기존 비즈니스의 오버헤드 비용을 감안하지 않고 시작 후 향후 6개월 안에 자체 인건비를 제외한 직접비용을 커버할 수 있게 하고 1년 안에 월 BEP를 맞추고 2년 안에 투자 BEP를 맞춘다는 식의 KPI를 잡고 어떻게든 목표에 도달하게끔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도달하지 않았을 때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를 미리 계획해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벤처 기업이 망하는 가장 큰 패인은 제품 출시 시기를 놓치는 것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그들이 정말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개발하느라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뒤늦게 깨닫는다. 대부분의 기능과 옵션, 버튼 등은 제품의 성패에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걸. 초기 스타트업에게 이런 것들은 단지 시간 낭비일 뿐이다.”
- Jonathan Wegener


스타트업은 완벽한 결과를 만들려고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먼저 만들어 보고 평가를 받고 다시 수정해서 보완하는 린프로세스가 매우 중요하다. 모두가 스티브 잡스가 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스타트업이 새로운 시도이다 보니 분명히 성공보다는 실패의 확률이 높다. 하지만 실패를 많이 해봐야 성공할 가능성에 더 다가갈 수 있다고 본다. 스타트업을 계속 만들어가는 것은 성장동력의 발굴 이외에도 조직을 젊게 유지하기 위해서도, 주요 인력의 유출 방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경영자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조직은 점점 늙어가고 있다. 조직이 계속 같은 일만 숙련되어 반복하고 저성장을 하고 있다면 이미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된 것이다. 경영자는 항상 조직을 혁신하고 지속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 실패도 반복해 봐야 한다. 스타트업을 처음 시작한다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생각만 하지 말고 우선 작게라도 실행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녀는 괜찮은 여자야'라는 생각은 그만 하자.





'작지만 강한 기업 만들기'는 디지털 에이전시인 디지털다임의  뉴스레터에 연재하고 있는 내용을 브런치에 맞게 재편집한 내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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