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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종현 Mar 01. 2017

에이전시에서 스타트업 하기 II

협업 모델에 대해서

II. 협업 모델에 대해서


‘에이전시에서 스타트업 하기’의 두 번째 이야기이다. 첫 번째 이야기 ‘시작하기 전에 고려해 봐야 할 체크 포인트’에서 팀빌딩이 스타트업의 결과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라고 했다. 팀빌딩을 내부의 인원으로 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가정한다면 고려할 수 있는 것은 외부의 중요 인력을 영입하는 방법, 관련된 회사를 M&A 하거나 사업권이나 영업권을 양도받는 방법, 파트너사를 찾아서 조인트벤처(Joint Venture) 회사를 설립하는 방법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른 스타트업에 투자 또는 지원을 통합 협업을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첫째로 가장 쉬운 방법인 외부의 중요 인력을 영입하는 것은 대부분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중요 인력이 스타트업 관련 분야에 이미 노하우를 갖고 있고 그가 알고 있는 중요한 멤버들을 추가로 영입을 해서 빠른 시일 내에 스타트업을 정상궤도로 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일 것이다. 물론 여기엔 몇 가지 리스크가 존재한다. 기존 경영자나 조직과의 업무 진행 시의 마찰이나 조직문화 적응과 같은 운영 상의 문제, 영입한 인력 위주로 인력이 세팅되고 영업이 되어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난 이후에 회사와 결별을 하고 단체로 퇴사해서 독립하는 경우, 특히 이렇게 영입된 중요 인물은 회사에선 분명히 필요한 존재였기 때문에 실적에 대한 것보다는 본인의 가치를 더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정말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라면 왜 그 사업을 직접 하고 있지 않았을까? 물론 리스크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중요 인력이 정말 경영자를 포함한 기존 리더들과 컨센서스를 이루고 맡은 업무를 잘 이끌어 간다면 분명 필요한 전체 중의 조각 맞춤이 되어 투자비용 대비 가장 효율적인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두 번째 M&A와 같은 경우 많은 국내 대기업이나 특히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IT기업들이 이런 방식을 통해서 성장하는 것은 이미 많은 사례가 나와있다. 글로벌 IT기업들이 왜 직접 할 수도 있으면서 그 많은 M&A 비용을 지불할까라는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직접 그 사업을 추진하는 것보다는 이미 어느 정도 성과가 있고 진도가 잘 나가고 있는 회사를 비싼 값에 인수하더라도 바로 시장 진입이 가능하고 마켓셰어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점, 특히 이미 상장사일 경우 주가 상승을 통해 기업가치에 반영되기 때문에 손해 볼 게임은 아닌 것이다. 특히 기술이나 환경변화가 급격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더더욱 필요한 방법일지 모른다. WPP나 퍼블리스, 인터퍼블릭과 같은 광고그룹도 M&A를 통해서 고객사에 대한 글로벌 서비스를 강화하고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차지하려고 하고 있다. 최근 많은 긍정과 동시에 우려의 이슈를 만들고 있는 옐로모바일이 M&A를 통한 규모를 키우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물론 M&A가 지금의 에이전시들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고 가장 어려운 방법일 수 있다. 밸류에이션이나 기업문화 융합, 경영진의 경험, 인수자금 등 많은 허들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세 번째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방법은 적합한 파트너를 찾는 것이 모든 키를 쥐고 있을 것인데 과연 어떤 파트너를 찾는 것이 좋을까? 에이전시라면 기존 사업에서 가장 잘 하는 부분일 수 있는 마케팅, 디자인, 개발, UI/UX 등에 집중을 하고 상대방 파트너는 IoT와 같은 테크놀로지 기반이라든지, 유통이나 생산, 서비스를 갖고 있다면 각 사의 핵심 역량을 집중해 줄 수 있고 시너지가 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문제는 지분 구조인데 단순히 생각할 수 있는 50:50과 같은 양사 간의 평등한 경영권이 과연 조인트벤처 회사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일일이 중요한 의사결정에 양사 간의 이해관계를 반영한다면 오히려 혼란과 분산, 기회손실을 가져올지 모른다. 이해관계에 의한 최적화된 지분 구조와 그에 맞는 명확한 역할을 가져가는 것이 적합한 파트너 선택 외에 중요한 키가 될 수 있다.


좀 더 나아간다면 여러 연합 조인트벤처 설립도 가능하다고 본다. 한 에이전시가 스타트업 사업모델을 인큐베이팅을 하고 그 사업을 서로 도와줄 수 있고 성장시킬 수 있는 다른 에이전시들이 주주로 투자 참여해서 각 사가 가지고 있는 핵심 역량 부분을 지원을 해주고 특히 각 사가 보유한 고객사를 통해 조인트벤처의 영업에 도움을 주면 어떨까? 대신 인큐베이팅을 한 에이전시가 경영권을 가지고 간다면 좀 더 효율적인 경영과 빠른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각 에이전시들이 서바이벌 경쟁을 통해 많은 경영 노하우가 생겼기 때문에 좀 더 강한 회사를 만들어 현재의 에이전시의 모델보다는 IPO까지 갈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을 수도 있다. 물론 이 모델도 각 사의 이해관계나 투자여력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이상적인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각 에이전시들이 이미 많은 내부 스타트업을 해 본 경험이 있고 실패한 경험이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기존 회사는 그대로 존재하면서 새로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리스크 분담 차원에서도 필요한 모델이다.


그리고 에이전시라면 꼭 파트너로 고려해 볼 상대는 고객사이다. 에이전시는 고객사의 니즈와 목표에 부합해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엔 최적의 회사이다. 그런 관계를 왜 항상 ‘갑'과 ‘을'의 관계로만 있어야 할까? 고객사의 입장에서도 매번 경쟁 PT를 해서 에이전시를 바꾸는 것이 항상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고 내부 비리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진정한 파트너십을 이루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단기성 호객 성과에만 KPI가 맞춰 장기적인 브랜딩이나 전략 마케팅을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NIKE의 디지털 대행사인 R/GA에서 NIKE+ Fuel Band 하나를 개발하는 데 2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R/GA에선 NIKE의 개인 운동화를 커스터마이징 해볼 수 있는 NIKE ID를 이미 9년 전에 만들었고 그 이후 NIKE+ 러닝, Fuel Band 등 이미 기존 광고대행사, 디지털 대행사 영역을 넘는 많은 에이전시의 롤 모델이 되어 있다. 그런 일이 과연 1,2년 정도마다 경쟁 PT를 통해서 업체를 선정한다고 될 수 있는 일인가? 디지털다임도 많은 기간 유지한 고객사들의 성과가 다른 단기 고객사들 보다 성과가 현저히 많이 난다. 이런 신뢰를 통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각 사의 장점과 핵심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조인트벤처 설립은 어떤가? 그만큼 서로 많이 알고 있고 일을 해 본 관계이고 분명 각 사가 부족하고 필요한 부분을 상대방 회사가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전에 많은 에이전시에서 스타트업 모델 방식을 에이전시 내부에서 랩처럼 키워보려고 했지만 하나같이 실패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이 다르기 때문이죠. 에이전시는 클라이언트가 초반에 비용을 지불하지만 스타트업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열심히 라면 먹으면서 무언가를 이뤄내 벤처 캐피털(VC)에 큰돈으로 회사를 팔아야 해요. 스타트업 세계로 가려면 스타트업 모델을 써야 하기에 우리는 VC 방식을 도입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일반적인 VC과 다른 점은 실질적인 지분만 공유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경험까지 모두 전달한다는 점입니다. 많지는 않지만 자금도 대주고, 멘토 역할도 하며, 전략,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등 보통의 VC이 하지 못하는 것들을 제공해주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어 VC은 네트워킹 제공과 멘토십 정도겠지만 우리는 인터페이스, 프레젠테이션, 브랜딩 능력 등 디자인 측면으로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죠. 질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결과적으로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물론 20개에 투자하면 한 곳이 잘 될까 말까 할 정도로 성공률이 낮긴 하지만 다양한 벤처 70개에 투자하는 것만으로도 추후에 경제적으로 잘 될 수도 있고, 일단 문화적으로 도움이 돼요. 그들이 내미는 아이디어에서 우리가 영감을 받을 수 있고, 직접 우리 사무실에 와서 일하면 관료주의에 물들지 않는 그들의 분위기와 일하는 방식 덕분에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 R/GA CCO Nick Law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에 투자 또는 지원을 통합 협업을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세계 최고의 디지털 에이전시인 R/GA에서도 똑같은 고민과 트라이아웃 경험을 했다는 것은 놀랄 일은 아닌 것 같다. 다만 그들이 내부적 스타트업보다는 그들의 장점을 이용하여 다른 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을 해준다는 관점의 전환은 현재 에이전시들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국내에선 PXD가 이 부분에 선두적인 에이전시로 보인다. PXD블로그의 이재용 대표의 글에서도 그동안 많은 부분 에이전시로서의 미래에 대해 고민했던 흔적이 보이고 특히 다른 외국 사례들을 벤치마킹한 많은 글 들은 필히 참조할 만한 좋은 사례들이다. PXD는 이미 6개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거나 협력한 사례를 갖고 있으면 계속 추진 중이라고 한다. 현재 에이전시가 가지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의 확장이나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다임도 향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고 직접 추진해 볼 계획이다.


중국의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글을 맺는다. 비즈니스에 성공하려면 다음 네 가지를 갖추어야 한다고 한다.

建立品牌
知己知彼
找对问路
建大联盟

브랜드를 만들고, 나를 알고 상대를 알며, 채널을 찾고, 큰 연맹을 만든다.




<인용 및 참고>

허핑턴포스트 : 세계 최고 디지털 에이전시 R/GA의 닉 로우를 만나다

PXD가 스타트업과 협력합니다

디자인 에이전시의 새로운 시도 - 기술과의 결합





'작지만 강한 기업 만들기'는 디지털 에이전시인 디지털다임의  뉴스레터에 연재하고 있는 내용을 브런치에 맞게 재편집한 내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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