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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종현 Nov 25. 2020

제주도, 새로운 도전과 가능성 (2)

코로나 시대의 제주도 다시 보기 4편

제주시의 구도심에 탑동이라는 곳이 있다. '탑동'이라는 지명은 청상과부가 많아 탑을 짓고 제를 지내면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탑동의 북쪽 해안은 수심이 낮아 공동어장으로 활용되었고, 간조 때 마을 주민들이 해산물을 채취하고 수영을 즐기던 곳이었다. 1978년에 탑동 해안도로가 개통되고, 1985년부터 탑동 해안의 공유수면은 매립되기 시작해서 1991년 제주시에서는 매립지를 새로운 도시설계지구로 계획하였다. 전시, 문화, 체육행사를 할 수 있도록 탑동광장과 테마의 거리를 만들었으며, 1990년대에는 많은 젊은 유동인구가 탑동 주변에 몰렸다. 젊은 유동인구의 소비에 맞추어 광장 주변에는 영화관, 카페, 패스트푸드점이 생겨나게 되었고, 1999년 이러한 소비 요구에 맞추어 시네마극장은 탑동 광장 왼편에 복합영화상영관으로 개관하게 되었다. 네 개 상영관에 793석의 관람석을 보유하여 2000년 초반 당시만 해도 도내에서는 드물었던 멀티플렉스 영화관 개념을 도입한 선구자 격인 영화관이었다. 그러나 1998년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 붐은 지방의 극장가까지 공략했고, 제주시에도 2000년 중반에 들어서며 대규모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속속 입점하면서 소규모 극장들의 경영 상태는 급속히 악화되었고 계속되는 재정 악화로 2005년에 폐관되었다. 탑동을 포함한 구도심의 상권은 제주시의 신도시 개발 지역으로 이동을 하면서 전성기를 고별하고 있었다.



세계적인 미술품 콜렉터인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은 방치된 시네마극장, 바이크 숍 그리고 동문시장 옆에 있는 모텔  곳을 사들여 미술관으로 탈바꿈을 시켰다. 2014 서울 원서동에 있는 김수근 건축가의 역작인 공간 사옥을 사들여 개조한 아라리오뮤지엄  스페이스를 시작으로 제주에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 탑동바이크샵, 동문모텔 I, II  5개의 현대미술관을 개관하게 된다.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 I과 II는 제주 구도심의 최대 번화가였던 동문재래시장과 제주의 역사를 안고 흐르는 산지천 사이에 자리하였던 모텔들을 인수하여 문화시설로 개축한 현대미술관이다. 이름에서   있듯이 미술관들은 각각 기존 건물의 쓰임과 기억을 담고 있다.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공간에 앤디워홀과 같이 누구나 알만한 세계 유명 작가로부터 최근 가장 주목받는 현재 작가들의 작품이 기존 공간에 놓여있는 풍경은 초현실적인 느낌마저 주고 있다.  외에 제주 비엔날레와 연계한 다양한 전시 기획을 하고 있어 첨단의 현대미술을 감상할  있다. 단지 여기까지라면 구도심에 생긴 미술관 정도로만 보일 것이다. 하지만 아라리오는 달랐다. 주변에는 ‘사람들을 모이게 하려면 맛있는 음식이 있어야 한다 아라리오 김창일 회장의 철학대로 미술관에서 운영하거나 제휴한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빵집, 돈가스 가게와 수제 맥주 전문점 등이 차례로 들어섰다. 갤러리 오너, 컬렉터이기 전에 노련한 사업가의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40 가까이 수집한 현대미술 컬렉션과 함께 선보였던 신선한 기획전시들은 도민과 여행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일도동, 이도동, 삼도동 일대를 원도심이라고 하는데  일대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개성 넘치는 공간들과 문화가 있고 이야깃거리가 있어서이다. 제주 사람들의 '진짜 ' 만날  있다. 독창적인 콘셉트를 가진 서점, 수준 높은 미술관, 아기자기한 공방과 전시장, 감각적인 카페와 맛집까지 즐비해서 원도심 투어 코스가 생겼다.  중심에는 아라리오 뮤지엄이 있다.

김창일 회장은 2006년부터 제주도 하도리 연수원을 만들고 아라리오 갤러리의 전속작가 스튜디오 작업과 본인의 작품 활동을 해왔다. 제주 '아라리오'의 아이디어도 제주의 고유한 지형을 살린 지역 개발 프로그램인 올레길 모델에서 얻었다고 말한다. “올레길이 나에게 자신감을 줬어요. 사람들이 제주에    똑같은 코스로 가지 않고 골라서 걷듯이, 미술관도  덩어리로 뭉치지 말고 나누자는 아이디어였습니다. 올레길을 따라 작은 레스토랑, 카페, 공예점이 생기고 사람들이 이런 장소들을 찾아다니듯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할  있게 말이죠.” 미술 컬렉터로 세계 곳곳을 여행한  회장은 제주도가 지정학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홍콩이나 싱가포르의 강점겨뤄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대신 올레길 이후 도보 코스를 따라 생겨나는 게스트하우스나 펜션, 카페같이 작고 조그만 장소들에서 제주도의 희망을 본다. 눈에 띄는 중심에 우뚝  무언가를 개발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지도를 보고 일부러 찾아갈  있는 , 동네의 개성을 살리는 공간들이 늘어나면서 지역이 활성화되는 방식이다. 그렇게 제주 아라리오도  덩어리가 아니라 기존 건물의 규모에 맞게 쓰임새를 분리해  개로 나누고, 각기 미술관에 성격을 부여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팬더믹이 한참인 2020년 5월 또 다른 핫 플레이스가 아라리오 탑동 시네마 옆에 오픈을 한 후 인스타그램을 한참 동안이나 도배를 했다. 바로 D&DEPARTMENT JEJU by ARARIO(이하 디앤디파트먼트 제주)이다. 디앤디파트먼트는 아라리오와 협업을 해서 탑동 바이크샵이 있던 건물을 리노베이션 하였다. 디앤디파트먼트 프로젝트는 2000년 디자이너 나가오카 겐메이가 창업한 스토어 기반의 활동체이다. 모든 활동의 축이 되는 키워드는 ‘롱 라이프 디자인’. 롱 라이프 디자인이란 긴 생명력을 가진 디자인, 유행이나 시대에 좌우되지 않는 보편적인 디자인으로 끊임없이 최신 모델을 구매해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증명한 디자인이 올바른 디자인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물건을 고쳐가며 오래 계속해서 사용한다는 디자인 의식이다. 이러한 의식을 토대로 ‘지역 다움’을 발굴하고 발신하는 것 또한 디앤디파트먼트의 핵심이 되는 활동이다. 디앤디파트먼트는 활동에 공감하는 사람과 파트너십을 맺고 현재 일본 국내 9개 거점(도쿄, 홋카이도, 도야마, 사이타마, 야마나시, 교토, 가고시마, 오키나와)과 해외 2개 거점(한국 서울 이태원, 중국 황산)을 전개하며 지역의 전통, 공예, 관광을 소개하는 거점으로서 뿐만 아니라 이벤트, 강연의 개최 및 디자인 여행 가이드북 ‘d design travel’의 출판 등 다양한 각도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아라리오가 파트너를 맡은 제주점은 디앤디파트먼트 최초의 숙박 공간이다. 숙박은 창업자 나가오카 겐메이가 줄곧 생각해온 기획이었다. 목표는 '호텔 같은 것. 제주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감각으로 묵을 수 있는 공간을 바랐다. 다른 각도로 말하자면 '호텔 같지 않은 호텔'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곳을 호텔이라 칭하지 않고 '디룸 d room'으로 이름 지은 이유다. 디앤디파트먼트가 제안하는 새로운 여행 형태의 창작 레지던스이다. 롱 라이프 디자인과 지역 콘텐츠 생산에 뜻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장소. '호텔 같은' 곳에서 '손님 같은' 사람들이 교류하며 창작 활동을 하거나 이벤트 또는 팝업스토어를 열고, 숙박하며 머무는 동안 제주의 특색 있는 소재와 기술에 대해 배우고 관련 인물, 커뮤니티와 교류하며 새로운 창작활동을 펼칠 수 있는 메이커스 레지던스이다. 타지에서 활동하는 셰프가 제주에 와서 제주의 식자재 생산자와 교류하며 제주의 식문화를 이해하고 새롭게 해석하여 신메뉴를 개발하여 소개하는 식당을 오픈하기도 하고, 음악가나 영화감독은 제주서 받은 영감으로 하룻밤 라이브나 상영회를 여는 일도 상상해볼 수 있다. 지금까지 디앤디파트먼트가 20년간 각 지역에서 활동하며 형성된 네트워크를 활용 해 다양한 생산자의 콘텐츠를 담아내는 흥미로운 장소가 될 것이라고 그들은 이야기 한다.


제주의 롱 라이프 디자인, 생산자 발굴 과정과 제주의 롱 라이프 디자인 상품


1층 디식당에서는 제주의 제철 식자재로 한식 문화를 새롭게 해석한 메뉴를 선보인다. 대표 메뉴로는 돔베고기와 햇고사리 육개장, 감귤 고추장 비빔밥 등이 있다. 2층 디앤디파트먼트 상점에서는 제주도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자라온 공예품과 지방 산업, 특산품과 그 소재 및 기술들을 발굴해서 소개하며 롱 라이프 디자인 감각으로 선정한 생활용품과 가구를 선보인다. 제주에 머물며 지역 문화와 교류하고 창작할 수 있는 체류형 팝업 스토어인 '디뉴스 d news'가 있고 3층에는 롱 라이프 디자인 용품들과 중고 가구, 아라리오 현대미술 작품들 그리고 엄선된 제주 상품으로 채워진 13실의 게스트룸 '디룸 d room'이 있다. 디앤디파트먼트 프로젝트, 아라리오, 밀리미터밀리그람이 공동기획을, 운영은 아라리오가 맡았다. 디앤디파트먼트에서 처음으로 준비하는 숙박은 멤버십 형태로 운영되며 와디즈 펀딩을 통해서 첫서포터즈를 모았다. 제주에서 시작하는 디앤디파트먼트 지역활동에 응원하는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고 회원들과 함께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 것이라고 한다.


디앤디파트먼트 제주는 탑동 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뮤지엄 남쪽으로는 프라이탁 FREITAG과 렌탈바이크샵 포터블 PORTABLE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설계를 맡은 블루보틀 공간 디자이너로 유명한 나가사카 조 건축가는 예전의 것을 모두 헐고 새로운 공간을 만들기보다는 옛 모습을 간직한 상태에서 조화롭게 개발할 수 있는 방식을 모색했다고 한다. 폐업한 탑동의 영화관을 미술관으로 리노베이션하여 전개하고 있는 아라리오는 앞으로 디앤디파트먼트 활동을 중심으로 보다 탑동 지역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지역민과 관광객에게 진정한 제주다움과 지역 다운 롱 라이프 디자인을 전하는 역할을 목표로 해나갈 것이다.




참고 및 인용

탑동시네마 _아라리오뮤지엄

전망 좋은 미술관 _W 매거진

제주다움을 발굴하고 발전시키는 디앤디파트먼트 제주 프로젝트 _wadiz

D&DEPARTMENT JEJU BY ARARIO

제주와 한국의 롱라이프 디자인, 디앤디파트먼트 제주 바이 아라리오 _디자인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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