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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종현 Sep 25. 2021

인맥 다이어트에서 메타버스로

현재가 된 일의 미래 : Future of Work 9

코로나 팬더믹은 모여야 살 수 있었던 인간사회를 반대로 모이면 위험한 사회로 만들었다. 그나마 집 밖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는 마스크로 얼굴의 반을 가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대인 관계의 가장 기본이 타인의 얼굴을 보고 나의 얼굴을 보여 주는 것인데 마스크로 가린 얼굴로는 타인의 표정을 읽을 수가 없게 되었고 새로 만난 사람들의 얼굴은 마스크로 가려서 누군지 기억을 하기가 어려워졌다. 락다운으로 집에서 원격 수업과 화상 회의를 통해서만 학업과 업무를 이어나갔고 필수품은 온라인 주문을 통해 배달받게 되었다. 동창모임, 지인 모임은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이 안 나고, 정장 차림과 구두를 신지 않고 다닌 지 얼마나 되었는지, 화장대의 립스틱은 유통기한도 지나 버렸고, 새로 구매란 옷이라곤 레깅스, 트레이닝복, 요가복만 늘어난다. 그래도 아무렇지 않게 세상은 돌아가고 있고 잘 적응들 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오프라인 공간에서 이루어진 많은 행위가 온라인 공간으로 이동해 왔지만, 그 이동은 이번 코로나로 인해서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에 따라 그동안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인간관계는 재정립이 필요하게 되었다. 줌(Zoom)과 같은 온라인 화상 미팅에서 동일한 작은 화면 내의 여러 참여자는 자연스럽게 동등한 관계가 된다. 스승과 제자와의 관계, 상사와 부하의 관계는 당연히 대면일 때 보다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교회당에서의 목사, 대학 강의실에서의 교수, 사무실에서의 상사처럼 오프라인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던 권위는 온라인 상에서는 사라졌다.

Henry Vezina 'Work From Home collection'

어느새 코로나 팬더믹이 발생한 지 2년이 되어간다. 누구에게나 2년 동안의 기간은 짧은 기간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 코로나 팬더믹 시기가 학교를 처음 가는 초등학교 1, 2 학년이거나 한참 공부를 해야 할 중. 고등학교 시기이거나 대학교 1, 2학년 또는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직장 1,2년 차라면 어떨까? 모든 것을 경험한 기성세대 입장에서 보면 과거 그 당시 누구를 만나서 관계를 맺고 어떻게 생활을 했었는지를 상기한다면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학원에서 보충학습을 한다고 하더라도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고, 수학여행, 졸업식, 신입생 환영회, MT, 미팅도 해보지 못한 대학생활, 줌으로만 만나는 대표, 상사, 동료들 그리고 화상으로 건배만 하는 회식 등등 이런 일들이 2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일어난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야 할 중요한 시기에 사회와의 단절을 경험한 세대들은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이 하면서 그간 당연히 지켜왔던 타인과의 관계가 코로나19 이전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교수님의 강의를 받으러 대학교 강의실에 반드시 가야만 하는 것인가 의문을 갖게 되고, 상사의 눈치를 보며 야근을 하고 회식과 같은 조직문화에 순응할 이유를 찾을 수 없게 되고, 매일 출근하며 다니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이었는지 느끼게 된 것이다. 인맥을 위한 학교, 회사, 사회생활이 그들에게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 보인다. 역대 최저 혼인율, 역대 최저 출생률로 이제 혈연, 학연, 지연 중심의 끈끈한 인맥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 퇴색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20년 11월에 성인남녀 14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잡코리아와 알바몬의 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10명 중 9명은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인맥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맥 다이어트'란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연애, 결혼, 취업, 인간관계 등을 포기하는 젊은 세대를 ‘코포세대’로 불리기도 하는데, 특히 직장인들의 경우, 코로나19로 대면활동이 줄어든 탓에 인간관계에 대한 결여로 원만한 인간관계는 필요하지만, 무의미하다고 느끼거나 불편한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도피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 직장인들에게 과도한 업무량이나 낮은 연봉보다 상사‧동료와의 관계적 불화가 직장생활의 만족도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더 큰 스트레스라는 점도 맥을 같이 한다. 이는 ‘느슨한 관계’를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의 태도와 연관돼 있다. 평생직장에 대한 환상도 완전히 사라지고, 비정규 근로 고용이 보편화되며, 직장 동료와의 관계도 끈끈한 위계서열 구조에서 벗어난 이유이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가 인간관계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ROBLOX

반면에 미국의 게임 플랫폼 업체 로블록스(Roblox)가 지난 3월 뉴욕 증시에 상장을 계기로 올 상반기 '메타버스'란 단어가 사회적 트렌드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메타버스 관련 테마주가 주가 상승을 주도하기도 했다. 메타버스(metaverse) 또는 확장 가상 세계는 가상, 초월 의미인 '메타'(meta)와 세계, 우주 의미인 '유니버스'(universe)를 합성한 신조어다. 일반적으로는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적·경제적 활동이 통용되는 3차원 가상공간' 정도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로블록스 이전에도 린든 랩이 개발한 인터넷 기반의 가상 세계로 2003년에 시작했던 '세컨드라이프' 서비스도 있었고 리니지와 같은 게임도 메타버스라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다시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Second Life

메타버스에서는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대결을 해서 상대방의 아이템을 차지하고, 얼굴도 바꾸고 근육도 키울 수 있으며, 갖고 싶었던 강아지를 키우고 나의 집을 지을 수도 있다. 집안에 도우미를 두고 급여를 줄 수도 있고 명품 브랜드 옷과 가방을 사고, 클럽에서 이성과 어울려 춤을 추고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는 것도 가능하다. 금액을 많이 지불한다면 고급 자동차와 요트로 남들의 부러움을 받을 수도 있다. 전 세계 팬들이 참여한 K-POP 콘서트에서는 멤버들과 함께 댄스를 추고 떼창을 부르는 것이 가능하며, 기업들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마케팅으로 이용해 사옥을 짓고 가상 제품을 팔아 매출에 기여한다. 물론 메타버스가 단순히 3차원 가상공간 서비스로 한정한다면 과거 3D TV 가 보편화되지 못한 이유와 같이 한차례 유행으로 지나갈지 모르겠지만, 애플이 아이폰에 집중하고 있는 AR(증강현실) 기술이 더 발전하고 페이스북이 인수한 오큘러스 퀘스트 같은 장비를 가정마다 구매를 한다면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GUCCI @ZEPETO

코로나19를 겪으며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들은 줄어들어 그들과 유지하는 인간관계는 점점 더 느슨해지고 일부는 과감히 정리하는 동시에 그동안 전염병과 금전문제로 못해왔던 기본적인 욕망인 소유욕, 과시욕을 메타버스에서 아바타를 통해서 표출하는 이중성을 갖게 된 것이다. 현실에서 꼭 필요 없는 관계는 줄이고 대신 가상에서의 새로운 관계를 넓혀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 2018년에 개봉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 (Ready Player One)'에서 같이 메타버스에서는 현실의 나의 사정과는 전혀 다른 나의 아바타를 통해 새로운 계급을 획득하고 내가 디자인한 세상에서 활약을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메타버스는 부모에게 받은 신체의 핸디캡과 재력, 학력, 경력과 관계없이 오로지 나의 의지만으로 도플갱어를 창조하고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공간일지 모른다. 공간만 현실에서 가상으로 바뀌고 인간의 욕망은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세계, 현실에서의 anybody가 가상공간에서 somebody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참고 및 인용

영화 Ready Player One : 표지사진

공간의 미래 _유현준

잡코리아 “10명 중 9명 인맥 다이어트 원한다”

‘인맥 다이어트’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엔씨소프트의 영원한 캐시카우 ‘리니지’

Second Life Demo

네이버 '제페토' 이용자만 2억명 ... '메타버스' 무섭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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