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종현 Aug 27. 2021

긱 이코노미, 긱 워커의 시대

현재가 된 일의 미래 : Future of Work 7

몇 년 전 타다의 베이직 서비스가 종료되기 조금 전의 일이다. 저녁에 술자리를 가지는 날이면 택시를 잡기보다 타다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공간도 쾌적해서 자주 이용을 하는 편이었다. 호출한 타다에 탑승해서 기사 분의 인사를 받고 차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기사 분이 내 이름을 부르며 혹시 맞지 않느냐고 말을 걸어왔다. 핸드폰을 보고 있던 나는 깜짝 놀라서 맞다고 하면서 기사 분을 보니, 과거 클라이언트사 사장님인 게 아닌가? 익숙한 목소리와 얼굴을 보니 예전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흔치 않은 상황에서 대화가 이어졌는데, 기사분은 지금 회사를 그만두고 스타트업 준비를 하는 와중에 저녁에만 타다 서비스의 기사를 한다는 것이었다. 타다라는 서비스가 기사들의 관리를 잘하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우버나 그랩과 같은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를 직접 경험도 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알려줬다. 탑승 시 바로 나를 알아보고 이런 일을 한다고 내가 어떻게 생각할까 잠시 망설였다고 하였지만 대화를 나누며 어느새 둘은 예전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후 다시 만나 술자리를 하면서 준비하고 있는 스타트업 아이디어도 들을 수 있었다.


바로 얼마 전, 평소에도 항상 적극적인 지인 대표님의 페이스북에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경험담이 올라왔다. 요약을 해보면 노동 관련 공무원을 만나 요즘 20대 남자들 뽑기 어렵다고 하소연을 했더니 쿠팡 이야기를 하더란다. 밤에는 새벽 배송하고 낮에는 쿠팡이츠를 하고 뉴스에서 월 600만 원도 벌고 700만 원도 벌 수 있다고 하고, 대졸자와 인터뷰를 해보면 "지금 중소기업 들어가서 일해서 미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상사 눈치에 야근에 부정적인 것들만 잔뜩 보이니까요. 그러니 빨리 차라리 돈을 모아서 코인을 하든 주식을 하든 사업을 하든 하는 거죠. 커피숍이든 식당이든 골목식당 보면 저는 잘한 거 같거든요."라고 하더란다. 그래서 정말 그런 수입이 가능할지 교육을 받고 직접 배달을 해봤다고 한다. 한 시간 정도 배달에 세후 약 18,000원 정도 수입이 나와서 만약 8시간 20일만 일한다면 초보라도 약 290만 원 정도가 계산된다. 끊임없이 배달 알람이 오는데 쿠팡에서는 1일 몇 회 이상 어려운 배송 하면 인센티브를 준다고 한다. 또 배달을 하면서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포켓몬고 게임처럼 미션을 수행하면 돈을 주는 것 같은 재미도 있었다고 한다. 중소기업의 박봉에 상사 눈치보며 힘들게 일하는 것보다 필요할 때만 일을 하는 사람이 더 많아 질 것이라는 것이 대표님의 결론이었다.

위 두 사례는 플랫폼 노동의 예로 크게 '긱 이코노미'의 사례로 볼 수 있다. 긱 이코노미란 임시로 하는 일을 뜻하는 'Gig'와 경제를 뜻하는 'Economy'의 합성어이다. '긱(Gig)'이란 말은 1920년대 미국에서 주변에서 필요할 때마다 재즈 연주자를 섭외해 단기 공연을 진행하던 Gig에서 유래한 용어다. 긱 이코노미는 이렇게 특정 기업과 고용계약을 맺고 일하기보다, 앱 같은 디지털 플랫폼(기반 서비스)을 통해 그때그때 제공되는 일거리를 잡아 돈을 버는 경제 활동을 뜻한다. 기업이 필요할 때 임시로 사람을 고용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글로벌 경기 악화와 실업사태 속에 2009년 우버의 등장으로 '긱 이코노미(Gig Economy)'가 관심을 받게 되었다. 특히 코로나 팬더믹으로 온라인 주문, 재택근무 등이 많아지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긱 이코노미도 사실 예전부터 있던 서비스인데, 요즘 공유경제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여유될 때 일하는 사람'도 같이 늘어난 결과이다. 긱 이코노미로 일하는 사람은 자기가 원할 때 일할 수 있어 좋고 소비자는 서비스 공급자가 더 많아지니 질 높은 서비스를 받아 볼 수 있게 된다.


과거 일본에서도 프리터가 사회적 현상으로 대두된 적이 있다. 프리터(フリーター 후리타: freeter)는 자유로움을 뜻하는 영어 Free와 근로자를 뜻하는 독일어의  Arbeiter의 일본 합성어로 고종된 특정 직업이 없이 아르바이트나 파트타이머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프리터는 청년 실업률로 몸살을 앓던 1980~1990년대 일본에서 생겨났는데 2001년에는 15~34세 인구의 2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급증했다고 한다. 프리터들은 주로 한 개 또는 여러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며, 자신이 생각했던 필요한 만큼의 돈이 모이게 되면 미련 없이 일을 그만두고 한다. 그리고 가지고 있는 돈을 다 쓸 때까지 여행을 하며 떠돌아다니거나, 취미 생활에 몰두하다가 또 돈이 필요하게 되면 다시 아르바이트로 돈을 번다고 한다.

"No Shifts, No Boss, No Limits" 교대근무 없음, 상사 없음, 제약 없음. 한 공유경제 사이트의 구인 문구이다. 노동은 하되 직장 생활은 없다는 이야기인데 이런 긱 이코노미에서의 '긱 워커'들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회성, 초단기 노동을 제공할 수 있어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 한 명의 긱 워커가 프로그램 개발자이면서 라이더, 집 렌털 사업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직장을 떠난 긱 워커가 꿈의 근로형태가 될 수 있을까? 긱 워커를 경험한 4명 중 3명은 긍정적인 반응으로 조사되었다. 89%가 원할 때 일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 그다음으로 32%는 최저시급보다 높은 임금이었다. 긱 워커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는 1위는 연차와 복지가 없는 것 57%, 다음으로 휴가비가 없고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없는 것이 각 50%로 공동 2위, 3위는 최소 임금이 보장되지 않는 것도 37%가 있었다. 긱 워커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연령대는 20대 69.8%, 30대 56.5%로 젊은 층이 많았지만 일각에선 은퇴하는 신중년층이 가장 큰 수혜자란 의견도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긱 이코노미에 대비를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71.4%가 어디에서 일하느냐 보단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답변했는데 이중 88.8%가 이에 대비해서 무엇인가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57.6%가 하나의 직업 이상의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답을 했다. 매킨지는 2025년 긱 워커가 전 세계 GDP의 약 2%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긱 이코노미가 우리 자신에게 위기가 될지 기회가 될지는 본인이 잘 판단해서 준비해 볼 문제이다.


직장을 반드시 그만두고  워커를 하는 것은 아니다.   전부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직장인 유튜버라면 해당 직장에서 상사가 본인의 업무에만 집중을 하라고 유튜버를 그만둘 것을 요구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회사 홍보 차원에서 임직원들의 유튜버 활동을 적극 독려하는 분위기이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많아지면서 일을 하며 재테크를 한다고 해서 '재택크' 신조어도 생길 정도다 보니 부동산, 주식, 비트코인  재테크에 대한 유튜브 채널이 급속하게 많아지고  많은 시청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중이다. 증권사에선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참여 확대와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정보 수요 증가가 겹치면서 유튜브가 리서치센터의 주요 무대로 자리 잡았다. 애널리스트들은 이제 '삼프로TV' 같은 여러 경제 채널에 출연하면서 인기를 얻게 되고 개인 유튜브 채널 개설은 물론 도서 출판, 온라인 강의도 하게 되어 월급외에 수입이 증대가 되었다. 증권사의 입장에서도 이들이 회사 홍보의 채널과 매출 증대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이제 회사 경영에서도  이코노미를  활용하는 것이 안정적인 인재 확보 측면이나 회사 경쟁력 차원에서도 중요한 이슈가  것으로 보인다.


Elon Musk's RoboTaxi by Tesla: Autonomy Day Event Recap

2019년 4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투자자들에게 자율주행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로보택시 서비스를 2020년을 목표로 런칭을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아직 서비스가 실현되진 못하고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가 대중화된 미국에서는 크게 놀랄 일은 아니지만, 일론 머스크의 발표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구상한 로보택시 서비스 모델은 일반적인 차량 공유 서비스가 아닌 테슬라 차량 소유자가 '테슬라 네트워크'에 차량을 상업용(로보택시)'로 등록해 이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개념이다. 즉, 차주가 차량을 이용하지 않는 동안 일반 사용자가 전용 앱을 이용해 로보택시를 호출하면 로보택시가 자율주행으로 이동해 사용자를 태운 후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방식이다. 테슬라 로보택시에는 자체 설계한 자율주행 컴퓨터(FSD : Full Self Driving)가 장착될 예정이다. 테슬라는 이미 자율주행 기술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 필요한 주행 데이터를 전 세계 약 40만 명의 테슬라 차량으로부터 수집하고 있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기술 성능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있다. 또한 테슬라는 로보택시의 이용 금액을 우버, 리스트, 웨이모 등의 마일당 2~3불보다 훨씬 더 저렴한 18센트 정도로 책정해 경쟁사들을 크게 위협할 전망이다. 그리고 로보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테슬라 소유주는 연간 최대 3만 달러의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2021년이 이제 몇 개월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안에 실현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론 머스크가 추진하는 화성 탐사보다는 빠를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이제 긱 이코노미는 AI와 자율주행, 로봇 등의 기술에 힘입어 더 큰 모멘텀과 시장을 만들게 될 것이다. 이제 본인이 직접 일을 하지 않아도 소유한 자산이 긱 워커가 되어 24시간 365일 본인 수입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 어디로 출근하느냐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이제는 우리가 하는 일 자체가 중요하다. 이런 근본적 변화에 대응하려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사람뿐 아니라 경력이 풍부한 사람 역시 사고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 세대 전만 해도 대부분의 노동자는 안정적인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일했다. 그들이 평생 몸담은 회사는 한두 개에 불과했다. 현재 은퇴한 이 세대는 소득이 계속 오를 거라는 기대 속에서 안정적인 삶을 살았다. 그러나 지금의 노동자들은 이렇게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보장받지 못한다. 온갖 혜택으로 가득 찬 안정적인 정규직이 한 세대 만에 자취를 감춘 것이다. 이제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완전히 다른 세상에 들어서게 된다. 그들은 한 가지 직업만을 고수하지 않는다. 그들은 평생 동안 다양한 직업을 가지게 될 것이다. 대부분 최대 3~5년 정도만 근무하다 다른 직업으로 옮길 것이며, 그들의 삶은 다양한 직업과 경력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_긱 이코노미 : 정규직의 종말, 자기고용의 10가지 원칙


그리고 이렇게 긱 이코노미가 계속 커지다 보면 앞으로 정규직은 종말을 고할지도 모른다.





참고 및 인용

일본의 구인난? 프리터에 대해 알아보자!

요즘 핫한 '긱 이코노미' 3분 안에 알아보자

"회사 체질 아닌 것 같아요" 긱 워커의 시대

Elon Musk's RoboTaxi by Tesla: Autonomy Day Event Recap

전기차 공유 서비스를 선언한 테슬라의 '로보택시'

긱 이코노미 : 정규직의 종말, 자기고용의 10가지 원칙 _다이앤 멀케이

매거진의 이전글 일을 하며 재산을 불리는 현명한 방법(4)금과 비트코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