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하나그리고둘

에드워드양의 마지막 한마디, 모든 선택은 이유가 있습니다.

창밖에서 그대를 봅니다.

창안에서 그대는 환하게 웃고 있네요.


창안에서 당신을 봅니다.

창밖의 당신은 누구를 보고 있나요?


가지 않은 길은 늘 좋아 보이기 마련이지만

가지 않은 길은 늘 가지 않은 길로 남아 있게 마련입니다.


평행선을 달리며 그렇게 지나갑니다.

마침표가 또 한 번 찍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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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그리고 둘 (2000) A One and a Two 하나그리고둘

드라마 대만, 일본 2000.10.28 개봉 2018.06.28 (재개봉) 173분,

12세 이상 관람가(감독) 에드워드 양 (주연) 오념진, 금연령, 켈리 리, 조나단 창


21세기 밀레니엄이 온다고 전 세계가 들썩인 시절이 있었다. Y2K라는 문제가 세계의 모든 전산망을 무너트리고 대재앙이 올지도 모른다고 3일 치의 물과 식품을 준비하라고 언론에서는 호들갑을 떨었다. 98년 IMF의 시대가 오는 한국에 나는 없었다. 미국에서 살고 있던 나는 99년 12월 30일까지 혹시 올지 모르는 대재앙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가 31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생수 5병 휴대용 가스 5개 그리고 라면 한 박스를 샀다. 평소보다 약 두배의 가격으로, 집에 와서 욕조에 물을 한가득 담아놓고 전기밥솥의 용량 가득히 밥을 지었다.


그리고 31일의 밤이 찾아오고 21세기의 첫날이 밝아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때 나는 삼십 대였다. 고등학교 때 시험이 다가오면 반에서 여러 명이 모여 전쟁이라도 일어나라는 농담을 하였다. 전쟁이 나면 시험을 보지 않을 것이라는 단순 무지한 생각. 20세기의 마지막 날 만약에 재앙이 일어나면 주당 70-80시간 일하는 회사에 가지 않아서 너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21세기의 삶은 20세기의 삶과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삼십 대가 되어도 잔치는 끝나지 않았고 삶은 늘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것 같았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가 학교를 가고 그래도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평범한 회사원의 삶은 변하지 않았다. 전에도 평범한 학생의 삶을 살았듯이.


프로스트의 가보지 않은 길은 늘 내게 후회와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른 후 이영화를 DVD로 보았다. 인생이 허무한 꼰대들의 이야기였다. 영화는 좋았지만 이런 이야기가 칸에서 상을 타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시간이 흘르고 흘러서 난 이 영화의 주인공과 비슷한 나이가 되었고 재개봉 덕분에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3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아무것도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영화는 창밖의 우리들에게 창안의 세계를 보여준다. 창안의 세상에도 뭔가 특별한 것은 없다고, 인생은 원래 그런 거라고 가지 않은 길을 부러워하지 말라고 그리고 그냥 잠시 쉬다가 가던 길을 그냥 가도 된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영화를 제작할 때 50살이 된 감독은 역시 같은 나이의 주인공을 통해 인생을 이야기한다. 우리의 삶이란 게 대단한 것은 없다고, 영화의 주인공은 잘 나가는 IT회사의 중역이고 물질적 삶은 풍요로워 보이며 겉으로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안으로는 서로 곪아가고 있는 중이다. 부인은 우울증이고 장모님은 뇌출혈로 의식이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딸은 힘든 첫사랑을 하고 있고 아들은 초등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처남의 결혼식 30년 전의 첫사랑이 눈앞에 다시 나타난다.


영화의 줄거리는 여기까지이다. 그리고 담담히 그들의 길을 보여준다. 감독은 후회와 연민 그리고 사회적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나란 질문을 우리에게 그저 던진다. 영화의 마지막 아들을 통해 그리고 주인공의 고백을 통해 해답을 던지지만 그 해답을 받을지 말지는 관객의 자유라고 이야기한다.


영화는 사랑을 말한다 첫사랑의 설렘,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에 대한 그리움 동시에 우리의 삶을 이야기한다. 순간순간 다가오는 선택의 기로에서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질문과 함께. 그리고 화면은 주로 창밖에서 창안을 바라보는 구도로 진행된다. 그리고 모든 씬은 원씬 원컷의 장면으로 담담히 천천히 배우의 감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이야기한다. 너무 이야기에 빠지지 말라고 인생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세상은 계속해서 변해간다. 무일푼에서 한강의 기적으로 최단시간에 성장한 한국인들은 성격도 급해지고 모든 것이 빨리빨리 그리고 변화에 적응하라고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세상을 살고 있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의 세상은 우리에게 더욱더 빠른 삶을 강요하고 있다. 20년 전의 영화지만 그리고 이제 고인이 된 감독이지만 그는 삶이란 별로 특별한 게 없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변화와 적응에 집착하지 말고 그냥 그대로 살아도 된다라고, 그리고 비슷한 나이가 되어서야 그 말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우리 세대에 비해 요즘 20대는 최악의 세대라고 한다. 노력과 꿈이 아닌 노오력과 소확행의 시대이기도 하다.

꿈을 꾸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비로소 들기 시작한다. 삶이란 의미는 그저 삶에 불과하다는 역설을 이야기하고 싶어 진다.

꿈을 꾸지 못해서 가보지 않은 길을 가지 못하더라도 후회할 필요가 없다고,

삶은 그저 흘러가는 것이고 우리는 그 삶은 그저 살아가면 된다고, 단 포기하거나 도망가지는 말기.


푸, 클린트, 대중문화 검시관, 시인

2018, 07,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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