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류의 탄생, 혹은 시대 흐름에 맞는 인류의 재탄생
Z세대란 1990년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를 말한다. Z세대의 사전적인 의미는 X세대와 Y세대의 다음 세대이자 알파벳의 마지막 글자에서 따 온 끝의 세대란 뜻이다. 그 이유는 '20세기의 마지막 세대'를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이미 완벽하게 갖추어진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세대로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원주민)' 세대라는 커다란 특이점을 지니고 있다.
Z세대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을 예로 들면 인터넷 게임과 유행에 민감한 소비활동이다. SNS와 실시간 채팅으로 친구들과 대화하고, 수시로 변하는 유행에 발맞춰 외모를 가꾸는 일에 아낌없이 돈을 지불한다. 그래서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러한 Z세대의 특성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 미래까지의 막강한 소비자 군단을 소홀히 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런 이유로 식품, 자동차 등의 상품 모델명부터 심지어 영화 제목에까지 알파벳 'Z'와 연관시켜 이름을 짓고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을 필두로 쏟아져 나온 X세대의 한 명으로서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없다. 그 당시, 90년대의 X세대도 지금의 Z세대만큼이나 주목을 받았었다. 기존의 패거리 문화를 쫓던 소위 586 세대와는 전혀 다른 그 당시의 신인류였으니 말이다. 그때부터였던 거 같다. 개인주의 문화, 개인의 개성이란 단어들이 여기저기서 마구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던 게 말이다.
하지만 그 당시 X세대가 소비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렇게 크지는 못했다. 개인주의란 용어가 말해주듯 각자의 개성과 취향을 존중하다 보니 소비에 있어서도 하나의 큰 방향을 제시하지는 못했다는 게 가장 큰 원인이었을 거 같다. 돌이켜 보면 오랜 시간 막혀 있다 쏟아져 들어온 서구 문화들을 하나하나 맛보기에도 벅찼던 시절이었다. 패거리 문화와 획일적인 사회에 염증을 느껴 새로이 등장한 X세대였기에 하나의 트렌드를 만드는 것조차 거부한 세대였다.
그래서 그들은 소비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엔 힘이 너무 약했었다. 아니 오히려 X세대들은 극도의 단절을 쫓았던 거 같다. 때맞춰 유행했던 포스트 모더니즘의 영향도 X세대의 단절적 생활양식을 더 부추겼다. 보편적인 진리나 뚜렷한 구분을 거부했던 문화 사조를 숭배한 세대였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그저 취향에 맞춰 주류 문화든 비주류 문화든 각개전투식으로 문화를 소비했던 90년대에 소비시장에서 한꺼번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게 어려운 건 당연했다.
Z세대는 패거리 문화를 중시했던 586 세대와도 다르고 철저히 개인화되었던 90년대 X세대들과도 그 결이 많이 다르다. 이들은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면서도 환경이나 인권 같은 문제에도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SNS라는 강력한 무기를 바탕으로 손쉽게 연대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신만의 생각이 훌륭하고, 주관이 뚜렷해도 개인에겐 힘이 없다. 1과 다수가 있으면 늘 1이 다수를 두려워하듯이, 세상은 연대를 통해서만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들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Z세대는 손쉽게 같은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을 찾아내고 짧은 시간에 크고 단단한 연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소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똑똑하고 정의로운 소비 태도를 누군가 제창한다면 그를 지지하는 수천수만의 팔로우들이 몇 시간 만에 전 세계로 퍼트릴 수 있는 게 Z세대를 막강하게 만드는 무기이다. 그래서 그들은 X, Y 세대와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새로운 소비 형태를 만들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그들은 소비문화를 주도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세상은 모든 분야에서 온통 Z세대 열풍으로 뜨겁다. 그들의 소비 패턴을 읽어내고 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기업의 미래도 Z세대의 마음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천지 차이로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연유로 세계 곳곳에서는 지금 Z세대를 잡기 위한 마케팅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