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페지오네를 위한 소나타

by 규린

지금은 이미 사라져 버린 악기 위에 내 비애를 올린다.


아르페지오네, 투명한 잔해로 남을 이름이여.


낡은 책상 위에 먼지처럼 소복이 쌓인 고독은


햇살이 닿지 않는 어둑한 방에 앉은 나를


현의 마지막 선율이 되어 감싼다.




아다지오 연주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박제하여


눈물처럼 악보 위를 흐른다.


향수는 가장 무거운 숨결,


닿을 수 없는 곳을 향한 간절한 침묵으로 남아


빛바랜 사진처럼 시간의 덫을 놓는다.




모든 환희와 즐거움은 지나간 여름날의 꿈일 뿐.


잊을 수 없는 멜로디로 그저 동결된다.


음악은 끝나도, 가슴속 아르페지오네는


영원히 멈추지 않는 기억의 연주를 이어가리.


아득히 떠나간 시간을 밀봉한 <아르페지오네를 위한 소나타>가 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