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덩굴에도 꽃은 필까?

by 규린


우리는 흙 한 줌, 억압의 철옹성 아래 태어났다.


단절의 벽 아래서 맺는 침묵의 서약이 곧 우리의 뿌리.


자유를 향한 열망만이 줄기를 뻗게 하는 유일한 힘이다.


벽을 뚫는 침묵의 사투, 우리의 잎새는 느리고 집요한 전술.


가장 견고한 단절 위에 연녹색의 희망 코드를 수놓는다.





감염된 절망 바이러스를 뚫고 뻗어 오르는 끈질긴 생명력이여!


수많은 잎의 연대로 마침내 벽의 표면이 덮일 때,


희미한 저항의 꽃이 피어난다.


잎에 가려 숨겨진, 그러나 진실한 황록색은


억압의 그림자 속에서도 빛을 훔쳐 존재를 증명한다.





굳건한 담벼락은 더 이상 감옥이 아닌, 생명력의 캔버스.


우리의 뿌리는 장벽을 밟고 올라선 디딤돌이 되고


끈끈하게 연대한 잎들은 새로운 이상을 향해 뻗어 오른다.


낡은 질서를 뚫고 태어난 맹렬한 꽃을 품고서


그렇게 끝 모를 저항을 이어 나간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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