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든 목소리가 숨을 죽였다.
도시의 뼈대만 투명하게 선 채,
먼지 쌓인 유리관 속처럼
시간은 끈적하게 눌어붙는다.
나뭇잎 하나 흔들리지 않고
새들도 습관처럼 길을 잃은 날들.
입술은 말의 무게를 잊어버렸고,
소리 없는 비명만이 심장을 긁는다.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지만
눈동자 속 깊은 우물에는 아무도 없다.
저마다 벽을 등진 채 서서,
가장 안전한 곳에서 고개를 숙인다.
진실이 창밖에서 피 흘릴 때,
우리는 커튼을 닫는 손을 본다.
아무도 보지 못했다는 듯,
입 안에 자갈을 물고 외면하는 얼굴들.
무엇을 잃었는지조차 묻지 않는
가장 무서운 평화, 가장 차가운 안식.
모두가 다음 문장을 기다리지만,
천장에는 오직 정지된 시계의 그림자만 돈다.
이 침묵하는 시절의 강물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흐른다.
아니, 흐르지 않는다.
그저 투명한 얼음처럼 굳어
내일의 희망까지 붙잡아 두었다.
나는 안다. 이 멈춤이
언젠가 터져 나올 폭풍을 숨기고 있음을.
하지만 지금은 그저,
고요의 방에 갇힌 죄수처럼
입을 다문 채, 나의 귀가
다음 계절의 발소리를 기억하려 애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