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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진진 Jun 26. 2021

딸아이와 성격이 맞지 않습니다.

난 너랑 달라 달라 yeah


13살, 초등학교 6학년.

아이는 그림 그리는 것과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며

아이유, 류준열, 책, 드라마, 기타, 토론동아리, 떡볶이, 주꾸미 등등 좋아하는 것들이 넘쳐나는 아이입니다.

공부도 착실하게 하는 편인지라 주위에서는

걱정할 것이 없겠다며 부러워하는 딸입니다.


하지만, 제 성격과 아이의 성격은 늘 부딪힙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한 안과검진에서 좌 0.4 우 0.3 이 적힌 종이를 받아왔습니다.

불과 1년 전 안과에서 잰 시력이 좌, 우, 1.0이고 그 나이에 잴 수 있는 최고의 시력이라고 했는데 말입니다.

저나 남편이나 좋은 시력을 가지고 있어 집에는 안경을 끼는 사람이 없습니다.

아이는 1년 넘게 줌 수업을 한 탓이라며 이건 자신이 아닌 코로나의 탓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이유가 아예 없진 않겠지만 아무래도 핸드폰 사용시간이 늘었다는 것을 엄마 입장에서는 더 내세우고 싶은 이유입니다.

객관적인 견해가 필요할 때가 된 것 같았습니다.


4시에 수학 학원 보강이 있어 3시에 차량으로 안과에 갔습니다. 도착했을 때 대기 인원이 8명이라 수업시간에 빠듯하거나 더 늦는다면 보강을 포기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아이는 대기석에 앉아 그냥 가면 안되냐고 했습니다.

수업에 늦게 가기 싫다며,

“수업을 빠져서 보강을 잡았는데 그 보강도 빠지면 선생님이 뭐라고 생각하시겠어?”

라고 합니다.

딱 제가 하는 말투로 말입니다.


하지만 보강은 다른 반 정규 수업에 아이를 앉혀놓고

 틈틈이 아이가 문제 푸는 것을 봐주시겠다는 것뿐이고

공식적인 강의가 아닌, 그저 자습 형태의 수업인 것입니다.

그래서 안과 진료 시간이 너무 미뤄지면 학원에 양해를 구하고 다음 주에 보강을 해도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미 30분을 기다렸는데 다음에 또 와서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살짝 짜증이 난 저는 아이에게

“왜 엄마의 수고와 시간은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야?”

라고 아이를 몰아세웠지만

아이는 “다음에 다시 와주면 안 돼?” 라며 자신의 입장을 굳건하게 지킵니다.

수학학원에 늦지 않게 가기 위해 병원에 다음에 오겠다는 말을 하고 문을 나서는데 화가 났습니다.


아이의 생각은 저와 다를 뿐이고

아이의 스케줄이며 아이의 학원, 아이가 하는 공부이기에 원하는 대로 해 주어야 한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생각이 어긋날 때마다

제 속에 화가 올라오는 것을 저 또한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저 아이에게 “그래.”라고 딱딱하게 말하고 돌아서는 것으로 화풀이를 하지 않게 스스로를 자제시키는 것뿐입니다.


아이에게 제가 생각하는 바를 말하기만 해야 하는데

제가 말하면서도 아이가 제 말을 듣기를 바라고 있으니

제 말대로 하지 않으면 화가 나는 것이 당연한 결과입니다.


사심 없이 말하자, 강요하지 말자, 선택권을 주자.

라고 수없이 되뇌어보아도

어느새 그 자리에서 의도를 담아 말을 하게 됩니다.


‘엄마 말대로 하는 게 신상에 좋을걸?!”

이란 생각을 바탕에 두고 내뱉는 말은

대화가 아닌 협박일 뿐인데 말입니다.


반장을 뽑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매년 반장 선거에 나갔지만 매년 반장이 되지 못했던 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서야 4년 만에 처음으로 반장이 되었습니다.

아마 저 같았으면 자존심이 상했거나 창피하다는 마음이 들어 일찌감치 포기했을 텐데

아이는 꾸준히 도전했고 자신이 원한 바를 이루어 냈습니다.


저보다 더 취향이 확고하고

저보다 많은 끈기를 가지고 있으며

저보다 훨씬 시간 약속에 민감한 아이는

어쩌면 저보다 더 어른 같을지도 모릅니다.


아이가 언제까지 아이로 있는 것도 아닌데

아이라고 부모 혹은 어른들이 자행하는

신체적, 언어적 폭력은 곱절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아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 저는 오늘도 마음속으로 되뇝니다.


사심 없이 말하자, 강요하지 말자, 선택권을 주자.


저보다 더 나은 어른이 될 거라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지만 저와 좀 많이 다른 어른이 될 것 같습니다.

제 딸아이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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