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진진 Jul 05. 2021

문학동네 대상에는 에세이가 없습니다.


아이의 꿈이 배우에서 작가로 바뀌었습니다.

작가 카테고리 안에 작사가, 웹툰 작가, 소설 작가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 조건도 하나 있습니다.

김이나 작사가처럼 연예인을 볼 수 있는 직업이어야 한다네요.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어린이 문학상을 받은 책들이 대부분인데 그중에서도 대상을 받은 ‘여름이 반짝’입니다.

‘5번 레인’, ‘순재와 키완’ 까지가 아이의 베스트 3 목록입니다.

하루는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공모전에 연령제한은 없으니 자기가 써 보아도 되지 않냐고 묻습니다.

아이의 글쓰기 솜씨를 어느 정도 인정하긴 해도 아직은 모르는 단어나 표현들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써 본 글은 일기, 독서록, 토론 때 쓰이는 입론서, 반론서 정도이고요.

너무도 현실 적인 엄마는 공부하는 시간을 너무 뺏길까 두려워 ‘쓸 수는 있지만 당선은 되지 않을 거다’라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너무 쉽게 짓밟았나 싶기도 했지만 공모전이 청소년 대상도 아닐뿐더러,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글짓기 대회에서 수상을 노려보는 것이 정상적인 수순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자신의 재능을 확인하고 단계를 밟으며 배워가는 과정도 무척 중요하니 말입니다. (재능이 있다는 전제하에..)

그리고, 알다시피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너무 많으니까요.


아이는 ‘칫’ 한마디로 엄마 말을 귓등으로 쳐내고

다시 자기 말을 합니다.

엄마 모습을 한 등신대를 세워 놓아도 아이는 끊임없이 말을 쏟아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이 오면 쏟아낸 말을 다시 충전하듯 입을 닫습니다. 사춘기의 호르몬은 수다 양과 조용 씨를 간단히 넘나들게 합니다.


“그런데 엄마, 문학동네에 이제 쓸게 없어. 대상 받은 사람들이 판타지도 썼지, SF도 썼지, 동물, 운동, 옛날이야기, 다 썼어. 쓸게 없어. “


제 어린 시절,

이제는 나올 수 있는 멜로디가 다 나와서 음악을 만들게 없겠다 생각했던 어리석음이 떠오릅니다. 음악이 나오지 않기는커녕 힙합 음악이 쏟아져 나왔더랬죠.


도서관에 다녀오는데 아이가 에세이 책을 하나 집어 옵니다. 친한 친구에게 재미있는 책을 추천해달라 했더니 최근에 읽은 책이라며 추천해주었다는데 그 친구는 표지가 이쁜 책을 고른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도 그렇고 친구들도 그렇고 거의가 표지가 이쁜 책을 고른다고 합니다. 제가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자

“학교 도서관 가면 다 그래”

라며 지레 뜨끔한 티를 냅니다.

서점에서 표지가 이쁘다는 이유로 산 책중에 몇 권이 책장에 붙박이가 되어 나오질 않고 있는 세상 슬픈 일이 저희집에서 일어나고 있네요.


아이가 에세이 책은 항상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고

궁서체로 글이 써져 있어 다 비슷하게 보인다고 하기에 제 생각을 말합니다.

“그런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요즘은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런 것 같아. 예전에는 그러기 힘들었거든 “

제가 물었습니다.

“읽을 만해? 이해가 가? “


아이는 이해는 가는데 어른들의 이야기라며

“엄마, 왜 청소년을 위한 에세이는 없어? “

하고 묻습니다.

아이는 잠깐 사이 흥분한 목소리로

문학동네 대상 작품들 중에 없는 장르를 찾았다며

자신이 청소년 에세이를 써서 대상을 받겠답니다.


청소년 에세이라.. 쓸 이야기가 있을까, 갈수록 서점이 문을 닫고 살아남기 위해 상업적인 콘텐츠가 주를 이뤄가는 시점에서 청소년을 타겟층으로 한 에세이가 팔리기나 할까.라는 생각을 멍하니 하다가 스스로 깜짝 놀랍니다.

너무 갔습니다.

무슨 아이 말 한마디에 출판 시장 걱정을 하다니요.


“그래, 써라 써.”

시작한 소설 몇 편이 시작만 하고 끝은 보이지도 않는다는 걸 아는 제가 최대로 쥐어짜서 나온 응원의 말입니다.

훗날, 문학동네 대상으로 에세이가 뽑히면 저희 딸입니다. 꼭 축하해 주세요. 하하하.





**수다 양과 조용 씨는 eq의 천재들이라는 책의 캐릭터 이름입니다. 이름과 같은 성격을 가졌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딸아이와 성격이 맞지 않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