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랜드 의무실에서 웃음이 폭발했다.

by 윤진진


한국에서 미국 여행을 계획할 때 우리의 목표는 놀이동산 투어였다.

디즈니랜드, 씨월드, 레고랜드.

세 군데를 하나로 묶어서 디즈니 랜드 3일, 씨월드 하루, 레고랜드 하루의 일정으로

할인받을 수 있는 티켓을 한국에서부터 구매했다.


LA공항에 도착하여 디즈니랜드 근처의 숙소로 이동하고

아이들이 시차 적응으로 힘들어할 것을 고려하여 다음날은 간단하게 근처 과학관 방문 일정만 소화한 채

디즈니랜드 방문을 준비했다.


첫날, 디즈니랜드는 어마어마한 차량의 줄로 우리를 반겼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그 줄은 잠깐도 멈추지 않고 주차타워를 빙빙 타고 올라갔다.

생각보다 쉽게 주차에 성공한 우리는 주차타워에서 1층으로 연결된 가파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차량만큼이나 많은 인파가 가두 행진하듯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우리의 옆과 앞, 뒤를 꽉꽉 채우며 이동하고 있었다.

한국의 코끼리 버스 같은 차량이 줄줄이 서서는 잠깐 대기했다 사람들을 태우고 이동했다.

디즈니랜드의 입구에서 내린 우리는 디즈니랜드와 디즈니 어드벤처 중에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랜드로 들어갔다.


그래도 첫째 날 디즈니랜드 방문은 꽤 성공적이어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놀이기구도 많이 탔고

스타워즈 관을 비롯하여 너무 정교한 그들의 재연 실력에 한껏 만족하며 돌아왔다.



둘째 날, 우리는 주차에서 디즈니랜드 정문까지 대략 30분을 잡고 이미 알고 있는 동선으로 재빠르게 움직여

전날보다 좀 더 빠른 시간에 정문에 도착했다.

그리고 디즈니 어드벤처로 들어갔다.

디즈니랜드보다 어드벤처는 훨씬 무서운 놀이기구가 많았고 랜드의 아기자기함보다는 큰 규모를 자랑하는 건물이 많았다.

겨울왕국 공연과 댄스파티를 관람하고 쉴 겸에서 찾아간 아이들의 그물 놀이터.


당시 10살이었던 딸아이가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보인 옆쪽의 놀이기구를 타고 싶어 했다.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옛날 헛간처럼 꾸며놓은 곳이었는데

마치 우리나라 급류 타기 같았다. 배가 아닌 원형이라는 모양만 달라 보였다.



무서워서 타기 싫어하는 나를 대신해 아이의 외삼촌과 외숙모가 나섰다.

그들은 사라졌다가 30분쯤 후에 다시 나타났다.


사색이 된 내 딸을 데리고.


미국의 과학관에서도 느꼈지만 그들은 진짜. 가 많다.

모형이 아닌 진짜.

과학관에서 만져보라고 내밀었던 작은 심장은 진짜 사람의 것이라고 했고

전시되어 있는 임신 중 아기의 표본도 진짜라고 했다.

천장에 높이 걸려있던 우주선도 우주에 갔다 왔던 진짜 우주선이었다.


내 아이가 탔던 놀이기구는 급류 타기처럼 맨 앞사람만 물에 젖는 것이 아니었다.

탄 사람이 모두 골고루 물을 한껏 끼얹고 나오게 되어 있었다.

놀이기구의 출구에는 옷을 벗어서 짤 수 있는 장치도 설치되어 있었다.

어른들이 물에 흠뻑 젖어 나타난 것도 놀랄만했는데

아이는 얼마나 놀랐는지 얼굴이 하얘져서는 춥고 배가 아프다는 말을 반복했다.


아이를 데리고 입구의 의무실을 찾아갔다.

카운터에서 한 병상으로 안내받은 후 남자 간호사가 나타났다.

그는 우리에게 아이의 나이와 언제 여기에 왔는지 등 이것저것 묻더니 말했다.

그의 말을 정확히 알아듣진 못했지만 중요한 단어들을 조합하여 내가 알아들은 바는 이렇다.

자신은 간호사이며 이 디즈니랜드에는 의사는 없다.

그래서 어떤 주사나 처방이 필요한 약을 쓸 수는 없고 타이레놀 같은 진통제만 사용이 가능하다.

진통제를 줄 테니 먹고 쉬어보자.라고.


아이의 몸을 여기저기 눌러보며 살펴보던 그는 우리에게 말했다.


When did you poop?


내 아이는 미국에 온 이후로 화장실을 간 적은 없다 했다.

불안한 예감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친절한 간호사가 잠시 후에 다시 오겠다며 떠나고, 옆 병상에 누운 아이에게 디즈니 캐릭터 가 찾아와 노래를 부르며 사진을 찍고 얼른 나으라는 말과 함께 사라졌다.


진통제 기운인지 아이가 배가 안 아프기 시작했다기에

혹시 모르니 화장실을 가볼까? 하고 살며시 아이를 일으켰다.


아이가 우리 집 화장실 두배만 한 화장실에 들어가 거인의 집 같은 커다란 변기에 앉을 동안 나는 화장실 문을 잠그느라 낑낑거렸다.

그리고 문을 향해 돌아서 있는 내게 처음 듣는 희한한 소리가 들려왔다.

우르르 꽝꽝.

(아이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천둥소리로 대체했다.)


아이는 물을 두 번 내리고 환해진 얼굴로 날 보았다.

웃음을 참지 못해서 나는 그 큰 화장실에서도,

병상으로 돌아와서도 한참을 웃었다.

아이가 민망해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어쩐 일인지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미국이라는 곳까지 와서 아이가 아프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그 넓은 디즈니랜드 안에서 입구의 의무실까지 찾아가던 동안의 불안감, 미국인 간호사를 대할 때의 그 긴장감이 한꺼번에 공중으로 올라가 찢어진 조각이 되어 내 위로 흩뿌려지는 듯했다.

갑자기 찾아온 안도감에 웃음이 터졌다가 몸속으로 그 안도감이 슬며시 젖어들기 시작하자 내 웃음도 멈췄고

아이에게 말할 수 있었다.


그럼 우리 이제 나갈까? 하고.


나가는 입출구 데스크에서 나는 웃으며 말했다.

She feel better. we can go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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