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편을 찾습니다.
코로나가 풀리고 아이들이 가장 가고 싶어 했던 곳,
코인 노래방, 일명 코노.
처음 가 본 그곳은 아이에게 신세계였나 보다.
여전히 존재하는 코로나의 위험에 걱정이 되어 안 가면 안 되냐고 물을 때마다 아이는 하이톤의 목소리로 내 걱정을 튕겨낸다.
“엄마, 너무 재밌어! 하나도 안 질려!!!”
질리지 않냐고 물어본 적도 없건만 앞으로 쭉 가겠다는 의지 표현을 저렇게 하는 건가 싶다.
“엄마, 코노에서 마지막 노래가 뭔지 알아?”
“뭔데?”
“애국가야!”
어리둥절한 내가 다시 묻는다.
“‘이젠 안녕’ 이런 거 아니고?”
“애국가 엄청 높아 엄마, 그리고 4절까지 있어!”
그러니까, 아이들에게 마지막 곡은 안녕의 의미를 가진 노래가 아닌, 그저 음이 높고 길게 부를 수 있는 ‘노래 연습을 할 수 있는 노래’인 것이다.
언제부터 노래 연습에 이렇게 진심이었을까?
아이의 코노 메이트가 있다. 가수가 꿈인 그 친구는 실용 음악 학원의 보컬반에 다니고 있고, 함께 코노를 다녀온 날이면 아이는 제 친구 자랑하기 바쁘다.
“엄마, 엄마, 티얼스가 다 올라가! 진짜 쩔지 않아? 아이유 삼단 고음도 한다니까! 우와, 그게 어떻게 되는 거야?! 쟈, 쟈니 나한~ 녀자라아!”
아이는 음이탈을 하고는 또 혼자 깔깔대며 웃으며 말한다.
“아이씨, 목 아파. 크음, 크음.”
어이가 없어 바라만 보다 말이 툭 튀어나와 버렸다.
“너는 고음, 가성 별로라니까. 그냥 인디 쪽 노래를 불러”
진심이다. 왜인지 아이 목소리는 중학생이 되더니 허스키해져서 아이 목소리에 어울리는 노래와 어울리지 않는 노래가 극명하게 나뉜다. 하지만 아이는 컥컥거리면서도 고음이 들어간 노래를 골라 부른다. 우리 때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소리를 꽥꽥 지르고 깔깔대며 웃는 것이 마냥 웃겨서 좋았는데 아이는 잘하고 싶어 하는 것이 보인다. 아이들은 코노에서도 인스타 라방을 켜고, 키를 맞추고 화음을 짜서 영상을 만든다.
노래와 춤에 진심인 아이들.
노래와 춤이 일상이고 취미를 넘어 취업을 꿈꾸는 아이들.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우리 회사’, ‘우리 사장님’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하고 연예인도 하나의 돈을 버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레 자리 잡은 듯하다. 대다수 아이들의 장래 희망은 ‘돈 많이 버는 연예인’이 된 지 오래니까.
학교에서는 댄스 동아리가 버스킹을 했다. 아이가 감탄하며 보여준 영상은 조금 충격이었다. 여나믄 명의 아이들이 옷을 챙겨 와서 갈아입고 사물함 뒤에 숨어 있었다나. 아이들은 차례로 복도로 나와 춤을 추고 학교 복도에서 울려 퍼지는 꽉 찬 아이들의 환호가 내겐 너무 낯설기만 하다.
“이런 건 수련회나 축제 때나 하는 거 아니야? 학교에서 이래도 돼? 강당도 아니고?”
내 말은 아이에게도, 남편에게도, 동네 지인에게도 크나큰 질타를 받았다.
“안 그럴 것 같은데 넌 왜 이렇게 꽉 막혔어?”
아니, 코노에서 애국가 부르는 건 안 이상하고 이런 생각하는 나만 이상한가?
아이가 우쿨렐레를 치며 노래한다.
“다시 생각해봐. 이게 우리 최선은 아닐 거잖아.”
“최선이야.”
나는 딱 잘라 말할 수 있다. 이게 최선이라고.
나는 내 생각을 밝혔을 뿐이고 굳이 생각을 바꾸고 싶지 않다. 인정하자고. 그저 생각이 다를 뿐이라고. 서로 비판하지는 말자고.
아이폰의 개라지 밴드 앱으로 음악을 만들고, 틱톡으로 팬들과 공유하여 음악을 발표하는 보이윗우크(BoywithUke), 얼굴이 모자라 두피까지 문신을 한 포스트 말론. 요즘 MZ세대들이 열광하는 가수들은 하나같이 상식을 뛰어넘는 것도 모자라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음악은 너무 좋지만 그들의 정신세계를 이해하려 들지는 않는다. 아마 엄마 본능으로 이렇게 잔소리를 할 것 같다.
“얼굴을 보여야지, 가면을 쓰고 그게 뭐니? 문신을 대체 어디까지 할 거니, 몸이 남아나질 않겠다! 왜 이렇게 몸을 못 살게 굴어 굴길?”
그럼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하겠지.
“아니, 왜?”
인정하자고, 너네 생각도 내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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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cos Paulo Prado i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