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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Oct 07. 2016

문화 마케팅의 문화는 어디에?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마케팅 이론 24

문화라는 단어는 매우 어려운 단어다. 오죽 어려웠으면 문화연구학자인 영국의 레이먼드 윌리엄스마저도 문화라는 단어는 가장 난해한 몇몇 단어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사전적으로 정의를 해보자면 인간에 자연에서 문명으로 사회적 물질적 기술적 발전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얻은 정신적 물질적 소득이라 하겠는데 여기서 언급하는 문화는 다양한 범주중에서 예술과 가까운 영역이다. 문화마케팅이라 함은 문화를 매개로 한 마케팅 기법인데 문화마케팅을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면 수많은 기사들이 검색이 되고 일반 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등에서도 이런 마케팅을 구사하고 있다. 이런 문화마케팅은 누군가가 선구자처럼 나서서 생긴 마케팅 기법이 아니다. 과거 남사당과 유랑 연예인을 불러 굿과 놀이를 했던 조선시대 장터에서 이미 문화마케팅이 존재했음을 언급한 적이 있다. 이런 문화마케팅은 마케팅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아이돌 인사법으로 말해 본다면 저는 마케팅에서 이미지를 맡고 있습니다 식으로 답할 수도 있겠다. 문화라는 속성이 고상함, 유희, 있어 보이는 놀이,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 욕구 이상의 욕구로 보이는 행위의 표현 등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마케팅이 이 같은 단어를 취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내면을 자극할 수 있다. 이런 이미지를 갖게 해주는 역할을 문화마케팅이 해주고 있는 것이다.


문화마케팅이 먹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음악이나 미술, 공연 등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삶을 같이 이어온 특별한 분야다. 이런 문화의 발달과 영속은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지연에서 시작되었다. 인류가 문화라는 이름으로 동물과 다른 속성의 길을 걷기 시작하고부터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고 숨기는 법을 배워야 했다. 원시시대에는 인간에게 생존만 있었고 일이라는 것, 여가라는 개념도 없었다. 당연히 감정표출을 통제할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당시의 인간은 자기통제의 개념이나 긴장의 균형도 필요 없는 존재였다. 희로애락을 느끼는 대로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표현하고 살았던 원시시대와 달리 관계가 형성되고 마을이 생기고 사회가 만들어지면서 사회적 통제와 함께 문명화라는 과정에서 자기통제의 의미가 생겨나고 감정의 불균형이 발생했다. 이러한 감정들은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아야 할 것들이 되었고(이를 감정지연 또는 만족지연이라 한다.) 감정의 불균형이나 긴장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장소나 환경에서 유사한 감정을 복제해서 표현하거나 대리 만족을 하게 되는 일들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것이 발전된 것들이 형태를 갖춘 예술이 된 것이다.

<내 감정이 내 감정이 아인 현대인들. 출처 : wall.alphacoders.com>

눈물을 참고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이 영화를 보면서 책을 읽으면서 음악을 들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문화의 역할이고 힘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간은 문화라는 것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존재였고 문화활동은 항상 인간과 함께 해온 문화로 발전하게 되었다. 기업들이 문화를 마케팅에 활용하게 된 것은 이러한 감정적 구조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시작한 마케팅 기법이라 하겠다. 문화마케팅은 인류의 문화 속에 숨겨진 인간의 본능과 속성을 활용하고자 하는 마케팅인 것이다. 당연 이런 테마를 가지고 마케팅을 진행하니 소비자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메세나와 문화마케팅은 뭐가 다른가?

프랑스어인 메세나란(Mecenat)란 기업들이 문화예술에 적극 지원하는 활동을 말한다. 고대 로마제국의 아우구스트 황제의 대신이자 정치가·외교관·시인이었던 가이우스 마에케나스, BC 67∼AD 8)가 시인 호러스(Horace), 버질(Virgil) 등 당대 예술가들과 친교를 두텁게 하면서 그들의 예술·창작 활동을 적극적으로 후원·비호해 예술부국을 이끈 데서 유래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많이 거론되는 가문인 메디치 가문이 있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의 대 예술가들을 지원해 르네상스의 꽃을 피운 가문이다.

<르네상스의 중심에 있었던 메디치 가문. 출처 : www.youtube.com>

현대에 이르러 메세나는 주로 기업들이 후원하는 문화 예술 및 스포츠 지원 등 비상업적 예술 후원 사업의 의미를 갖게 되었는데 이마저도 초기의 순수한 의미는 조금씩 퇴색되고 문화마케팅의 하나로 흡수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메세나와 문화마케팅의 가장 큰 차이는 목적에 있다고 하겠다. 메세나는 비상업적 후원 사업이다. 물론 이를 통해 기업의 이미지가 좋아지는 점이 부차적인 목적이었다면 요즘에는 본말이 전도되어 있다고도 하겠다. 문화마케팅은 이름 자체에서 문화를 활용한 마케팅 기법이기 때문에 상업적 목적, 즉 기업의 이익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마케팅 활동이다. 비상업적 목적이라면 기업이 하는 활동을 대외에 홍보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현재에 이르러서는 메세나도 문화마케팅의 하나로 보는 것이 차라리 타당하다. 물론 정말 비상업적 목적으로 후원하는 기업들은 억울할 만도 하겠지만 요즘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리고 문화예술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마케팅적 요소의 결합은 지속성을 확대시켜주는데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


문화마케팅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1) 화제성을 극대화하라.

문화마케팅을 잘하는 기업의 예를 들어보자. 최근 들어 그 화제성이나 연속성이 조금 약해지긴 했지만 가장 최근에 문화마케팅의 선봉에는 현대카드가 있다. 카드업계의 후발주자였던 현대카드를 약진시켜준 많은 요인 중에 하나가 문화마케팅이다. 슈퍼콘서트, 슈퍼매치, 컬처프로젝트, 뮤직, 디자인 라이브러리, 비닐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많은 다양한 사례를 시장에 내놓으며 많은 화제와 소비자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화제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고 있는 현대카드 문화마케팅. 출처 : 현대카드 블로그>

다른 회사들이라고 안 해왔던 일도 아니다. 특히 다른 카드사들도 오랫동안 문화마케팅이란 것을 해왔다. 삼성카드의 셀렉트나 신한카드의 꼬마피카소 그림축제 등도 오랜 기간 동안 공들여 진행해온 문화마케팅의 일환이지만 현대카드의 그것에 비해서 많은 주목을 받진 못했다. 마케팅에 있어서 다양한 성공요인이 있지만 남들과 다른 차별화가 그 우선순위에 있다. 현대카드는 그동안 카드업계뿐만 아니라 전 산업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했다. 이런 화제성은 당연히 기업에 대한 관심과 소비로 이어졌고 출발 당시 2%였던 마켓셰어를 12%까지 끌어올린 일등공신이 되었다.

2) 지속성을 통해 역사를 만들어라.

다른 마케팅들은 시대의 요구나 시장의 트렌드 소비자의 기호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에 비해 문화마케팅은 덜하다. 새로운 문화예술 장르가 생겨나고 있지만 일정 부분 장르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접근 방법이나 세부 실행방안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지만 그 속성은 잘 변화하지 않는다. 이런 문화예술의 속성처럼 문화마케팅도 지속적인 운영이 아니면 그 빛을 쉽게 발하지 못한다. 물론 극적인 화제성을 통해 시장의 주목을 단번에 받기도 하지만 문화예술 발전의 영속성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한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문화마케팅이 그 시장의 확대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클래식 지원이다. 창업주에서부터 시작된 문화발전 지원이 수십 년간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기업 내부에 철학이 존재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기업의 목적인 이익창출에 어려움이 있다면 당장 줄여가는 부분들이 마케팅 비용이다. 그래서 메세나와 문화마케팅을 구분하는 방법 중에 하나로 지속적인 비용 지출이 이뤄지고 있느냐를 보기도 한다. 금호아시아나는 1977년 금호문화재단을 설립한 이래로 갤러리, 아트홀, 악기은행, 창작스튜디오, 미술관 등 지속적인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해오고 있고 영재 발굴 프로그램도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다.

<1977년 설립된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 출처 : 재단 홈페이지>

기업이 문화예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업이 여유가 없다면 이런 사업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꾸준히 하는 회사가 지속적 발전이 가능하다는 역설도 가능하다.

3) 문화 마케팅 전문가를 키워라.

우리나라 기업들의 인재상은 시대가 변화면서 달라지고 있다. 한때 유행하던 T자형 인재(한 분야에 대한 깊은 통찰력에 전분야에 대한 이해를 갖춘 스페셜리스트+제너럴리스트)로 시작해 현재는 U자형 인재(생산성과 소통 및 창의성을 겸비한 융합형 인재)를 원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흐름에 맞게 기업들도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마케팅을 전담하는 사람들은 문화 분야에 생소하지만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라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많은 비용을 들이고도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과도한 투자로 기업 본연의 임무를 저해하여 실패하기도 한다. 쌈지라는 회사는 패션보다 문화 마케팅 활동에 너무 전념하다 기업의 생존을 위협한 사례로 지적된다. 문화마케팅을 제대로 구사하기 위해서는 오너나 CEO의 문화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중요하고 이를 제대로 실행에 옮길 문화마케팅 전문가가 필요하다.

기업 내부에도 잘 찾으면 어떤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거나 예술분야를 전공으로 했던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취미활동과 기업의 마케팅은 다르지만 그 기본기가 갖춰져 있다면 더 쉽게 문화마케팅 전문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직장인으로서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 분야를 통해 일을 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기도 하고 슬픈 일이기도 하지만 좀 더 성공적인 문화마케팅 수행을 위해선 기업이 찾아내야 할 사람들이다.

4) 문화 마케팅에서 문화가 먼저다.

마케팅에 있어서 중요한 것들이 많다. 어떤 전략을 세우느냐도 중요하고 어떤 채널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것이며 커뮤니케이션 콘텐츠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 것이며 소비자의 참여는 이끌어 내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이런 것들에 있어서 빠른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 문화마케팅이다. 잘 만들어진 문화마케팅 캠페인 하나는 고비용 저효율 캠페인을 단번에 정리할 수 있다.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하기도 쉽고 관심이 많은 분야라 참여 행동도 적극적이다. 많은 채널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소비자에게 전달이 빠르게 일어난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문화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유다. 다만 이런 이유로 문화마케팅을 도입하더라도 그 기본에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선행되어야 한다. 어떤 행사에 가면 기업의 브랜딩 행사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의 기업의 CI로 도배를 하는 경우도 있고, 회사의 고위 관계자들이나 접대를 받는 사람들로 인해 좋은 자리가 선점되는 경우도 있다. 어떤 회사는 비문화인 오너의 갑질로 밤새 준비한 행사에서 욕을 바가지로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문화마케팅은 일반적 마케팅과 다르게 인간의 본성과 내면을 두드리는 마케팅이다. 그래서 항상 마케팅을 수행하는 많은 과정에서 문화행위에 대한 배려와 기본적인 원칙들을 미리 세워두는 것들이 중요하다. 마케터에게는 마케팅 실적으로 보이는 부분이 중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진행된 행사들은 행사만 남고 문화는 사라지고 만다. 문화를 단지 커뮤니케이션 콘텐츠의 하나로 생각한다면 그 회사의 문화로 남지 않는다. 문화마케팅은 마케팅의 하나이기도 하지만 회사의 문화를 만드는 역할도 한다. 지속적인 문화마케팅 하나로 기업의 이미지가 변신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문화마케팅을 문화답게 만들어야 한다.

최근 스타벅스 코리아는 백범 김구 선생의 ‘光復祖國(광복조국)’ 친필 휘호를 담은 텀블러를 판매하고 있다. 이에 앞서 2015년 광복절에는 8.15 머그, 텀블러, 카드 판매 수익금의 일부로 백범 김구 선생의 ‘存心養性(존심양성)’ 친필 휘호를 문화유산국민신탁에 기부했고 ‘존심양성’ 텀블러 판매 수익금을 통해 2016년 광복절엔 개인이 소장하던 백범 김구 선생의 친필 휘호인 ‘光復祖國(광복조국)’을 구입 또한 문화유산국민신탁에 기부했다.

<문화마케팅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먼저다. 출처 : 뉴스토마토>

이제는 단순히 문화예술 프로그램 지원이나 이를 이용한 마케팅 프로그램으로서 운영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진정한 문화마케팅을 만드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문화마케팅에서 문화에 대한 고민보다는 마케팅에 대한 걱정이 먼저였다면 이제는 문화의 진정성을 더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문화마케팅이라는 용어보다는 문화 브랜딩이라는 용어가 더 적당한 시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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