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마케팅
브런치에 저의 첫 글을 올린 지 꼭 1년이 되었습니다. 16년 2월 23일 '나는 똥이다'라는 도발적 제목으로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그 사이에 1,600명의 구독자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20만여의 뷰수를 기록했네요. 다음 직장인 페이지 메인을 여러 번 장식도 해보았고 하루 사이에 1만 5천 뷰가 일어난 글도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숫자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제 글을 써 내려간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점차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읽어주지 않는 글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겠냐고요. 그렇다고 숫자만 바라보진 않았습니다. 제가 경험한 마케터로서의 삶과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그간 경험한 내용을 저만의 시각으로 정리해보려고 애썼습니다. 그리고 1년 드디어 이런 글들이 모아져서 책으로 나왔습니다. 저에게는 두 아들이 있는데 기분이 꼭 셋째를 품에 안는 기분이었습니다. 파주에서 갓 배달되어온 제책을 손에 담으니 1년간의 시간 속에 함께한 독자분들과 이 책이 나오게 도와주신 많은 분들 그리고 가족들이 눈에 어른거렸습니다.
지난 1년은 조직에서 나와 천둥벌거숭이(올드한 단어네요.)로 홀로서기를 시작하면서 어떤 길을 어떤 꿈을 닦고 꿔야 하는지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글들이 한 권의 책이 되어 나왔는데 이걸 어떻게 공유해야 하는지 망설이고 있습니다. 16년간 마케터이자 직장인으로 살아온 사람이 마케팅에 대한 책을 쓰고 마케팅이란 단어 앞에 제 스스로가 놓이게 되자 고민이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뽐내 볼까?^^ 아니지 내 경험을 나누려면 화려한 언술이나 미사여구보다는 진심이 통하지 않을까? 이런저런 고민을 했습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어떤 차별적 가치를 줄까?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할까?” 여러 질문들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은 제 글들이 온라인에서 공유되고 좋아요가 눌러진 이유가 날 것 그대로의 거친 글이지만 공감되고 나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라는 결론이었습니다.
제가 글을 브런치에 올리기 시작한 이유는 어떤 결과물을 만든다기보다는 고민 많은 마케터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누는 대나무 숲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마케팅이 점점 자동화되면서 기술이 되어가고 있지만 기술의 문제가 아닌 사람의 영역이길 바라면서 마케팅에 대한 환상이나 이상향 같은 달콤한 선악과 같아 보이진 않겠지만 또한 있어 보이는 이론이나 명언은 아니지만 한번 나누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마음이 책으로 모아지게 되는 놀라운 일이 제게 발생했습니다.
직장생활 초년생 때부터 꿈꾸던 전문가가 되고 싶어서 공부도 하고 글도 쓰고, 많은 경험도 해보고 싶어서 회사도 자주 옮기고 이국 땅에 가서 맨땅에 헤딩도 해보고……이것저것 쌓인 것들을 그리고 고민했던 것들을 나누고 싶습니다. 먼저 경험한 사람으로서 후배들에게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싶었고 선배들에 겐 저 같은 고민을 어떻게 하시는지 나눠보고 싶습니다. 저는 마케터라고 자부하고 살았지만 어떤 분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을지도, 아니면 충분히 자격이 있다 해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케팅을 배우고 싶은 비기너에겐 환상보다는 실상을 보여주고 저보다 실력도 월등하고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진 구루분들에겐 이런 후배와 한번 이야기 나눠보고 싶지 않냐고 묻고 싶습니다.
마케팅에 관한 책이지만 인생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철학에 대한 관점일 수도 있습니다. 동의하실 수도 있고 말도 안 돼 라며 손사래를 치실 수도 있지만 어여쁜 마음으로 한번 읽어봐 주시고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마케팅을 하면서 보통은 선배들이 롤모델이었는데 이분을 제가 많이 언급하다 보니 이제는 이상형이 되어버렸습니다. 필립 코틀러가 저를 쳐다보지도 않겠지만 맞붙다는 말도 어불성설이지만 비슷한 시기에 나와 버렸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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