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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Feb 20. 2017

마케팅은 디테일이다.

경험은 돈이 된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가족과 함께 괌 여행을 다녀왔다. 세 번째 괌 방문이었는데 이용한 비행기는 LCC였다. LCC의 핵심 경쟁력은 가격인데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FSC의 60% 정도의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어서 만족도는 높은 편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경험이 만족도 제로 아니 마이너스를 만들고 말았다.  

<일부 불편함을 감수하는 소비자라고 해서 이상한 경험마저 인내하진 않는다. 상기 LCC와 관련없습니다. >

LCC는 비행을 제외한 모든 서비스가 옵션이다. (LCC란 소위 저가항공으로 Low Cost Carrier의 약자로 흔히들 저가항공이라고 한다. 기내 외에서 발생할 여러 서비스를 최소화하고 단일 항공기를 통해 정비 유지관리비를 최적화는 방법 등으로 기존 항공사 대비 70%대의 가격으로 경쟁하는 항공사다. LCC가 성장한 배경에는 기존 FSC(Full Service Carrier)가 가진 독과점적 폐해에서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기내식을 이용하려면 출발 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 하고 소위 말하는 명당 좌석은 웃돈을 줘야 하고 프로모션 티켓에는 수화물을 싣는데 따로 비용이 청구된다. 이러한 내용 중 일부는 사전 고지가 되는데 충분하지는 않다. 물론 항공사에서 직접 티켓을 구매하지 않아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할 말 없지만 채널에 상관없이 최대한의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지 않을까? 

제대로 된 기내식을 먹으려면 사전 예약이 필요했다. 물론 기내식을 신청하지 않아도 비행 중 제공하는 즉석 제공 식음료가 있었다. 출발 편 비행기 시간은 굳이 기내식이 필요 없었으나 귀국 편 비행기에서는 아이들을 위해 끼니를 해결할 필요가 있어서(이 필요, 이 LCC가 만들어주었다. 1시간 30분의 티켓팅으로 인해서)도 즉석밥과 라면을 시켰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제공된 즉석밥과 라면이 나왔다. 그런데 이럴 수가 즉석밥의 상태를 보고 기겁했다. 주문한 즉석밥은 CJ의 햇반 비빔밥이었다. 그런데 햇반의 상태가(사진을 찍어두지 않은 게 아쉽다) 가관이었다. 햇반 용기가 녹아서 밥과 한 몸이 되어 있었다. 승무원을 불러서 컴플레인을 하니 햇반은 전자레인지나 뜨거운 물에 익히는 것인데 비행기의 특수성상 오븐에 데워서 그렇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 모든 고객이 이렇게 드신단다. 


어이가 없었다. 그 말은 당신만 유독 이런 상태의 햇반에 컴플레인을 한다는 의미인가? 질문을 했다. 다른 고객들은 이렇게 잘 드시냐고? 승무원은 이런 상태의 서비스가 정상이라 생각하냐고? 아직 초보인듯한 승무원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나중에 선임 승무원으로 보이는 이가 환불을 해가지고 오면서 죄송하다고 하며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시정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 이미 탑승전에 열이 받아 있었다. 공항도 작고 하여 2시간 전 도착하면 탑승에 전혀 지장이 없던 곳이었다. 재작년에도 그리 이용했었다. 심지어 2시간 20분 전에 도착했다.  그런데 티켓팅에 1시간 반이 넘게 걸리고 출국 수속에 30분이 넘게 걸려서 뛰어갔음에도 마지막 탑승객이 되어 있었다. 애들에게 뭘 먹일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기대했던 기내 서비스가 이런 상태라니...

<이 브런치는 햇반의 서비스 경험에 대한 내용이 아닙니다. ^^>

자 여기서 몇 가지 문제점을 되짚어 보자. 

1) LCC인데 얼마나 좋은 서비스를 기대했느냐?

비행기 가격이 저렴하다고 비정상적인 서비스도 용인되어야 하는가? 탑승수속이 그렇게 오래 걸리는 걸 알았다면 기본적으로 탑승수속 인원을 늘려줘야 한다. 소비자가 늦게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민폐 승객이 되어야 하는가? 가격이 저렴하다고? 그것은 비행기의 본연의 서비스만 그렇다. 햇반 비빔밥의 기내 서비스 가격이 5천 원이다. 시중 최저가 1680원이고 회사단위로 구매한다면 더 낮은 가격일 것이다. 그렇다면 플라스틱이 녹아 밥과 한 몸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해도 되는 것인가?


2) 저가항공사는 가격 경쟁력만 있으면 되는가?

이 항공사는 최근 가장 핫한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하고 있다. 굳이 저가항공사가 왜 모델비가 가장 비싼 연예인중 하나를 이용하는가? 중국인 여행객을 위해서? 저가항공의 기본도 모르고 있다. 모델이 좋다고 비행기를 타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팬클럽은 이용하겠지만... 그 비용이면 다른 서비스를 개선하든지 비용을 줄이는 데 사용하겠다. 


3) 유료 서비스는 어디까지일까?

티켓팅을 하는데 POP가 있었다. 맨 앞좌석과 비상구 좌석은 Zone 4(노선에 따라 구분해둠)의 경우 3만 원을 추가하면 이용할 수 있다. 비상구까지 유료화를 했다는 것인데 안전이 가장 중요한 서비스 중에 하나인 비행기에서 비상구 좌석에 가격을 매겨 놓았다. 백번 양보해서 티켓팅할 때는 그렇게 판매했다고 하자. 비행 중에 빈 좌석에는 유료 좌석입니다라는 POP를 설치해 두었다. 여행지를 오가는 비행기라서 영유아를 데리고 있는 부모들이 많이 있었다. 우는 애를 달래기 위해 돌아다니는 부모들은 비어있는 앞좌석을 우는 아이 달래는 데 사용할 수도 없었다. 동일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아예 자리를 앉지 못하게 하는 것이 최선의 서비스일까? 거기다 유모차를 포장하는 비닐 한 장도 유료 서비스였다. 


4) 작은 서비스 불만에서 오는 불쾌함은 모기업의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로 번져간다?

비행기 서비스에서 만들어진 여러 가지 불쾌한 경험은 이 회사의 모기업 상품이나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쳤다. 다른 기업들에 비해서 오너들의 겸손함이나 검소함이 이 그룹의 좋은 이미지 중의 하나였고 이는 상품 이용에도 영향을 주었다. 그런데 이번 항공 서비스 경험은 이 그룹의 다른 서비스나 상품들에게 가진 우호적 이미지를 한 번에 무너뜨렸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같은 회사도 아니고 상품이나 서비스도 다른데 왜 그 이미지까지 영향을 미쳐야 하는가?라고 묻겠지만 그렇게 묻는 사람도 아마 같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다. 


비행기의 본질은 지점 간 빠른 이동인데 그 사이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기존 항공사였다면 LCC는 본질만 남기고 나머지 서비스는 옵션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기존 FSC와 차별화한다. 이런 비즈니스의 시작은 결국 사용자의 경험인데 기존 비행기라는 것이 아무나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었기 때문에 FSC방식으로 발전해 왔지만 지금은 비행기의 이용대상자가 늘어났기 때문에 다양한 서비스 옵션이 필요해졌고 자연스럽게 LCC 방식의 비행 비즈니스가 시작되었고 시장 자체가 커졌다. 그렇다고 해서 비즈니스나 마케팅의 기본이나 본질이 바뀌진 않는다. 소비자의 경험은 마케팅이나 비즈니스를 영위시키는 핵심이자 경쟁력의 근간이고 지속가능성의 출발이다. 경험을 어떻게 컨트롤하고 어떻게 서비스로 설계해야 하는지가 상품이나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전략임은 그 어느 마케터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디지털 시대로 전환된 시장에서 경험 관리는 마케팅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소비자의 경험은 곧 마케팅 설계의 기본이고 비즈니스의 원동력이 된다. 경험이 마케팅이 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몇 가지 포인트를 살펴보았다. 

<경험이 비즈니스가 되고 마케팅 설계의 가장 기본인 시대이다.>


1. 경험은 가치관을 만든다. 

인간 거래의 시작은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물물 교환 경제 시대로 가 보자. A가 채집한 또는 경작한 사과는 달고 아삭하며 비타민이 함유되어 농경지가 부족한 B에겐 자신이 잡은 물고기와 거래하고 싶은 상품중에 하나였다. 사과라는 것이 다른 과일에 비해 저장기간이 길고 비타민이 많고 달고 아삭하여 식감이 좋아 식구들이 좋아하는 과일이라고 정의하는데 이 정의는 경험이다. 물고기가 단백질이고 DHA 풍부하며 비릿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일품이라는 것의 모든 정의도 경험이다. (비타민이나 DHA는 그 시절에 본능이었다고 치자.^^) 여기서 비즈니스가 시작된다. 사과와 물고기의 교환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 시작되었다. 서로에게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경험이 비즈니스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가치관이라는 것인데 가치관은 세상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게 하는 기준이라 정의한다. 인간은 보통 외면적 가치와 내면적 가치를 지향하며 살아간다. 외면적 가치는 금전이나 권력, 지위 또는 명예 등을 말하고 내면적 가치는 예술, 자유, 우정, 인성 등을 말한다. 이런 가치들은 결국 경험과 지식의 축척에서 생기는 것이고 이를 판단하는 근거가 가치관이 된다.


이런 가치관들이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의 거래의 가치를 판단하게 하는데 거래 과정에서 생기는 모든 가치의 판단은 소비자의 경험들이 순환하는 과정과 그리고 그 순환에서 얻은 가치관에 바탕을 둔다. 마케팅이라는 것이 가치를 거래하는 모든 과정이라고 본다면 경험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래서 공급자들은 이런 경험 관리를 마케팅이라는 것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암묵적으로 관리해왔고 이에 대한 구체적 이론이 나타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마케팅이나 서비스를 공부해 보았다면 MOT라는 용어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MOT에 대한 많은 내용이 경험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즉 소비자의 가치관을 비즈니스 당사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MOT의 시작이자 끝이라 하겠다. 

<경험은 가치관을 만들고 마케팅은 그 가치관을 움직이는 활동이다>


2. 모든 마케팅의 시작과 끝은 경험과 관련된 일들이다. 

마케팅의 시작과 끝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탐색에서부터 선택의 순간까지 그리고 심지어 선택 후 경험에 대한 가치적 판단까지를 관리하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상품을 하나 기획한다고 하자. 왜 이 상품을 기획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이미 소비자의 경험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이 이런 상품을 원하더라. 심지어 세상에 전혀 없던 새로운 상품도 결국엔 소비자의 경험을 통해 널리 시장에 퍼트려야 하는 것이 당위적 목표가 된다. 어느 정도 마케팅을 하는 기업이라면 고객만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회사라면 MOT라는 단어를 직원들에게 교육시킨다. MOT는 Moment of Truth라는 말의 약자로 P&G의 CEO 앨런 래플리가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고, 스웨덴 경제학자 리처드 노먼이 처음 사용했다고 하기도 한다. 어찌 되었건 이 MOT를 가장 널리 알려지게 한 사람은 스칸디나비아 항공사의 얀 칼슨이다. MOT란 용어로 고객이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널리 전파한 사람이다.


MOT는 스페인 투우에서 나온 말로 투우 경기중 소의 급소를 찌르는 순간을 말하는데 이 짧은 시간이 비즈니스에서는 그 상품이나 서비스 또는 기업의 전체 이미지를 좌우한다는 결론의 키워드다. 이런 MOT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지면서 FMOT(First MOT), SMOT(Second MOT)란 용어들이 파생되었고 최근에는 구글에 의해서 ZMOT(Zero MOT)란 용어도 만들어졌다. MOT는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점이나 경험하는 순간을 이르는 말로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면서 이런 시점 자체가 무의미하고 24시간이 다 MOT라는 개념이 생겨난 것이다. 디지털 시대엔 정보의 홍수로 인해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에 접하는 시점이 꼭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려는 순간만이 아니라 매일 언제나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은 모든 접점을 찾아내고 동일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 적절한 경험 관리 설계에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마케터들은 점점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한정된 자원에 늘어나는 채널, 통제 불가능한 소비자들의 WOM(Word of Mouth)까지. 해야 할 일들은 늘어가고 인력은 그대로이거나 줄어들고 마케팅에 투입되는 비용은 동결되거나 계속 줄어들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때에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데 결국 어떤 소비자의 어떤 시점을 고를 것이냐가 마케팅의 성패를 좌우하게 한다. 이 경험을 제공할 때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 설계하고 어떻게 이 경험이 전파되게 할 것인지 최근의 마케팅 전략이나 프로세스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들이 결국 콘텐츠이고 이런 콘텐츠 설계와 제작을 위해 기업들이 SNS와 다양한 스토리 창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콘텐츠는 경험이 되고 경험은 사용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3. 경험은 어떻게 돈이 되는가?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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