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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Mar 09. 2018

서점이라 쓰고 뭐라고 읽을까?

Blur Economy에서 서점이 살아가는 방법

아이러니하게도 책은 팔리지 않는데 서점과 글쓰기와 책 읽기 모임은 전성기를 지나고 있다. 

대형 서점들은 대규모 상업시설의 중심에 여전히 자리를 잡고 있고 도저히 살릴 수 없을 거 같던 상가를 심폐 소생시키고 있다. 가장 최근의 사례가 합정 딜라이트 스퀘어다. 지지부진하던 상가 활성화가 교보문고의 입점과 함께 새 국면을 맞았다. 소위 앵커 스토어다. 대형서점뿐만 아니라 소규모 책방들은 힙하거나 핫하거나 하는 거리 또는 그 거리의 뒤에 자리를 잡고 사람들을 모으고 심지어 사람이 지나지 않을 거 같은 곳에서도 자생하고 있는 걸 보면 몇 년 전 신문을 장식하던 서점의 몰락이라는 기사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물론 동네서점의 몰락과 현재의 상황은 맥락이 다르다. 

글쓰기도 꽤 핫한 키워드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강원국의 대통령의 글쓰기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모임도 많다. 페이스북에는 페친이 직접 운영하는 모임도 있고 '글쓰기'로 검색해보니 관련 글과 페이지도 넘쳐난다. 글쓰기를 주도하고 있는 비즈니스도 많은데 이 글을 쓰고 있고 읽히고 있는 브런치가 대표주자다. 글쓰기보다는 조금 접근이 쉬운 영역은 읽기인데 트레바리라는 곳은 돈 내고 책 읽는 것을 비즈니스 모델로 만든 커뮤니티다. 글 읽기 모임은 쓰기 모임보다 더더욱 많다.

이쯤 되면 서점도 더 많이 생기고 출판사도 돈 잘 벌고 작가들은 독자가 늘고 인세도 두둑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고 모두가 행복해야 하는데 어디에도 그런 이야기는 없다. 왜일까?


이유는 하나다. 서점은 더 이상 서점이 아니고 책은 더 이상 책이 아니다. 홍길동의 아픔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미국 일본 한국의 대표적 서점을 잠깐 살펴 보자. 


미국의 최대 아니 전 세계 최대 온라인 커머스(커머스라는 말로 설명이 안되지만) 아마존을 더 이상 서점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아마존은 온라인 서점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했고 지금은 글로벌 영향력이 가장 큰 회사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수많은 오프라인 대형서점을 무너뜨리며 성장한 아마존은 오프라인 서점을 내고 있다. 2015년 시애틀에 처음 오픈한 이후 현재 14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그런데 이 아마존 서점은 기존 오프라인 서점의 공식대로 운영하지 않는다. 대형 출판사가 들이미는 책들이 공간을 차지하지도 않고 인위적인 베스트셀러도 없다. 온라인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책들만 좋은 자리를 준다. 또한 계산원도 없고 신용카드만 받으며 무거우면 온라인 배송을 해준다. 또한 그냥 아마존닷컴에서 사도 되고 킨들용 전자책으로 사도 된다. 기존 서점들이 하지 않던 일은 다하고 있다. 그런데 책을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좋은 일만 있다.   

<출처 : https://www.amazon.com/>

물론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시대의 조류를 이쑤시개 몇 개로 막을 수는 없다. 아마존 북스는 서점이긴 한데 과거 서점의 정의로는 더 이상 해석할 수 없고 해서는 안된다. 


한국의 많은 서점뿐만 아니라 회사들이 벤치마킹하는 일본의 츠타야는 서점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츠타야 입구에는 서점이라고 크게 쓰여있다. 하지만 고객들이 여기서 하는 행위들을 보면 서점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Le Garage라는 주차장(불어)에서는 샌드위치를 먹고 그 옆 B&O에서는 비싼 오디오를 보고 감상하고 그 옆에서는 맞춤 셔츠 원단을 고르고 치수를 재고 그 옆 마사지샵에서는 피로를 풀고 그 옆 애플샵에서는 휴대폰 구매를 상담하고 그 옆 화장품 샵에서는 피부 테스트를 받고 그 옆 Motherhouse에서는 옷과 가방을 사고 그 옆 Burnish에서는 구두 수선을 맡기고 광택을 내고...

츠타야를 지금에 이르게 한 많은 원인이 있을 것이다. 서점의 재정의,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공간의 구성, 츠타야만의 관점으로 파는 상품과 서비스 등등등...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츠타야를 목이 마르게 칭찬하고 많은 부분을 벤치마킹하는 거에 대부분 공감하지만 가장 원초적 성공요인 중 하나는 스타벅스가 아니었을까 싶다. 스타벅스를 품에 안은 전략이 지금의 츠타야를 만든 중요한 포인트중에 하나인 듯하다. 여전히 일본에서나 한국에서나 스타벅스는 힙하다. 츠타야와 교보문고의 차이는 스타벅스와 함께 갈 수 있었나 없었나의 차이이자 그 차이가 만든 여러 함의다.   

<츠타야를 서점이라고 정의할 수 없다>

오사카 도톤보리의 츠타야는 간판에서 서점이라는 단어를 제외시켰다. 스타벅스와 츠타야뿐이다. 위로 가면 뷰티용품을 파는 샵이 있고 츠타야의 초기 모델인 CD/DVD/GAME 샵이 있다. 그럼 교보문고는 이런 걸 하고 있지 않은가? 하고 있다. 


교보문고의 간판인 광화문점은 리뉴얼을 하면서 책장이 차지하고 있던 공간을 많이 덜어냈다. 거기에 엄청나게 큰 소나무 테이블도 놓고 새로운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를 더했다. 최근에 문을 연 합정점은 전체 2,400평 매장에서 책을 파는 공간은 699평뿐이다. 나머지 자리는 뷰티, 잡화, 키즈카페 등이 자리를 잡았다. 책 배치도 과거 전형적인 카테고리에서 벗어나 주제에 맞게 배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점이 업의 메인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보문고가 아마존과 츠타야를 벤치마킹했으면서도 문고라는 타이틀을 빼버리면 어색한 이유일 수 있겠다. 거기다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교보문고의 존재 이유가 그 자체로 해석되지 않고 그룹 전체 그리고 창업주의 철학과 연결되어 있다 보니 박스 밖으로 나가기 더 어려워 보이기도 한다. 

<출처 : http://www.kyobobook.co.kr>

이런 서점들의 변신은 무죄다. 저자와 독자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듯이 서점과 일반 커머스의 경계가 사라진 지 오래다. 알라딘은 책 보다 굿즈로 유명하다. 최인아 책방은 책방이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책을 매개로 하는 콘텐츠를 파는 공간으로 해석하는 게 더 합당해 보인다. 

서점은 서점인데 이제는 서점이라 부르기 뭐하다. 그렇다고 서점을 빼면 서점이라는 정체성과 어드밴티지가 사라지고 일반 커머스와 차별화를 하기 어렵다. 책이 주는 묘한 매력을 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그럼 그 경계를 잘 타는 것이 서점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방법일 게다. 


서점이 살아남아야 할 세상에서 주목해야 할 점을 정리해보자. 이는 비단 서점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1) 블러이코너미(Blur Economy)에서 업의 본질 정하기

Blur라는 단어는 흐릿해진다는 뜻으로 사회환경의 변화로 기존의 정의로 해석되지 않게 되는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미 1999년 Stan Davis는 Blur라는 책에서 이런 현상을 정의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정리해 두었다. 벌서 20년 전이지만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들이 많다. 서점도 이런 현상의 결과물이고 편의점의 변화 온오프라인의 경계의 붕괴, 구매자와 판매자의 구별이 의미가 없고 독자와 저자의 경계도 사라졌다. 

세상 모든 것을 콘텐츠라고 정의해보자면 블러 이코노미는 콘텐츠 믹스(Mix)의 다른 말이다. 이 단어가 주는 가장 큰 의미는 기존의 관점으로 세상을 해석할 수 없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서점에서 책만 팔면 망하고 약국에서 약만 팔면 망한다는 말이다. 츠타야를 운영하는 회사는 CCC그룹이다. CCC는 Culture Convenience Club의 약자로 블러이코노미 시대에 회사의 업의 본질을 잘 정의해서 지금의 츠타야가 있었다 해석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츠타야는 계속해서 업의 본질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다이칸야마 T-site가 그런 고민의 결과물이다. 

서점뿐만 아니라 모든 비즈니스들이 본인들의 업의 본질을 재정의해야만 더 격해질 블러 현상에서 그나마 색깔을 내면서 살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회사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해당하는 말로 여러 영역을 잘 하면서도 자신의 주특기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정말 살기 힘든 세상이란 말과도 같은 말이다.^^


2) 어떤 플랫폼이라 정의할 것인가?

플랫폼에 대한 얘기는 너무나 많은 글과 책들이 나와 있기 때문에 따로 이야기하는 것이 무의미하기도 하지만 서점도 결국 플랫폼이다. 그러면 어떤 형태의 플랫폼이 되어야 하느냐가 관건이다. 오랫동안 온라인에서 쌓은 독자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설계한 아마존도 플랫폼이고 츠타야는 온라인보다는 일본의 현재에 맞게 오프라인의 플랫폼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국내 서점들은 어떤 형태의 플랫폼으로 자신들을 정의하고 있을까? 사실 뚜렷하게 보이진 않는 게 아쉽다. 알라딘은 좀 색깔을 찾아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규모가 큰 회사들은 더더욱 정의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계속 고민해야 하는 숙제는 가지고 있지 않나 싶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서점이나 개인 서점들은 이미 서점 아닌 서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책을 판다기보다는 분위기나 취향을 파는 쪽에 가까워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게 유리해 보이나 리소스의 한계를 가지고 있을 것이고 비즈니스의 영속성을 고민하는 문제도 있다. 어떤 공간으로 어떤 플랫폼으로 정의하느냐가 동네 책방의 숙제로 보인다. 서점을 매개로 한 플랫폼이라는 것인데 이를 어떻게 확장하고 풀어갈 것인지가 숙제의 핵심이다. 


3) 서점의 경험을 정의하자.

과거의 서점엔 책 냄새가 있었다. 지금의 서점엔 커피 냄새 혹은 빵 냄새가 난다. 어쩔 수 없는 시대이지만 책 냄새가 그립기도 하다. 과거의 서점이 고객에게 책 냄새라는 후각적 경험을 주었다면 그리고 많은 책을 가진 곳이라는 시각적 경험을 주었다면 현재의 서점은 커피 냄새 빵 냄새의 후각적 경험과 내 취향을 반영한 굿즈들 그리고 다양한 잡화들로 시각적 경험을 주고 있다. 이는 어쩌면 비즈니스 모델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경험의 변화이지 의도된 것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면 좀 더 의도한다면 어떤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 (그거 서점 비즈니스 하시는 분들이 고민해주시고 필요하시면 불러주세요^^)

이전 글에서 이미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서 현장에서 비즈니스에서 생각보다 많이 고민하고 있는 거 같진 않아 보인다. 사실 눈에 보이지 않아 보이고 사업적 성과로 이어지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다른 회사나 비즈니스 모델의 결과물이 내 것이나 우리 비즈니스 모델에 맞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한다. 이 또한 모두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고민해야 하는 것은 고객들이 말하는 것이 모두 경험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경험은 자신이 실제로 해 보거나 겪어 봄, 또는 거기서 얻은 지식이나 기능이라고 사전은 정의한다. 이를 마케팅적으로 정의해보면 시장에서 제공되는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가치판단의 결과다. 이런 경험을 고객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Show Up & Off 하고 있다. 어디서? 모든 곳에서! 특히 SNS에서~~

비즈니스가 잘 운영되려면 이용자가 결국 그 상품이나 서비스를 어떻게 어디서 Show Up 하게 할 것이냐와 Show Off 하게 할 것인지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그 과정을 유도하기 위해 어떤 메리트나 콩고물을 제공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그 본질적 사고와 행동과정에서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경험을 느끼고 각인시키고 전파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경험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즉각적이다. 물론 다 지난 일을 회상하면서 경험을 이야기하지만 그 경험은 즉각적으로 발생한 감정에서 기인한다. 고객의 감정에 더더욱 신경 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둘째, 주관적이다. 경험은 사람에 따라 다 다르다. 그리고 본인이 경험한 사실이라 객관적이라 생각하지만 주관적이다. 

셋째, 상호작용을 한다. 일방적인 경험은 없다. 주고받는 감정의 교류에서 경험은 발생한다. 

이런 몇 가지의 특징만으로도 비즈니스에서 경험을 설계할 때 단초가 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경험을 설계하고 디자인할 것인가? 그 프로세스만 한번 정리해보자. 좀 더 전문성 있게 말하자면 브랜드 경험 구조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렇게들 말하기도 한다.  

<경험 설계 과정>


이런 과정은 일을 하는데 기본적인 과정과 동일하다. 다만 이 과정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명확해야 하고 세세한 과정 하나하나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감안하고 현장에서 실행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고객이 본인의 의지로 Show Off 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고객의 경험을 정의하는 것은 업의 본질을 정의하는 것과 같다. 비즈니스가 만드는 물리적 가시적 활동에 이를 이용하는 고객이 그 활동을 만나는 순간 발생하는 감정들을 살펴야 한다. 

이제 기업은 고객중심 전략에 고객의 감정까지 고려한 기술과 디자인을 접목시키고 있다. 이를 가능케하는 회사는 지속가능성이 높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라 운명 지어질 것이다. 


- 이 글은 일본을 다녀와서 고객 경험을 다시 한번 정리하는 의미로 오랜만에 브런치에 남깁니다 ~~~ 넘 오랜만에 글을 쓰다 보니 개발새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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