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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Aug 31. 2018

왜 호텔엔 꼭 뷔페가 있을까?

마케팅일기 - 2018년 8월 31일 금 날씨:비 온 후 가을 성큼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성황리에 마무리되고 우리 부부는 많이 바빴다. 결혼식이 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 해 1월 일본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 당시 와이프 회사 동료였던 나의 고등학교 여사친은 내게 소개팅을 권했었고 한 번의 거절 후에 다시 소개팅 자리에 나갔다. 명동 언저리 허수아비라는 돈가스 전문점에서 만난 우리는 돈가스를 먹고 CGV에서 당일 개봉한 첫 만난 남녀가 보기엔 민망한 장면도 등장하는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을 보고 와이프가 살던 외대 앞 커피숍(커피이야기 뭐 이런 거였던 거 같은데)에서 더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지고 세 번째 만나는 날 결혼을 결정했다. 그리고 5월에 결혼할 생각으로 양가 부모님에게 말씀을 드렸으나 너무 빠르다며 가을에 하자고 하셨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장인어른은 와이프에게 조용히 물었단다. 그리 서두르는 이유가 있냐고~~


<결혼하고 얼마지 않은데 정확힌 모르겠고 뮤지컬을 보러간거 같다. 싸이언이라니 ㅎㅎ>

둘 다 혼자 살던 터라 결혼을 결심한 이상 오래 연애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뭐가 그리 급했나 싶다(후회한다는 것은 아니다^^). 9월 첫 주 을지로에 있던 삼성화재 웨딩홀-지금은 부영(삼성은 직원들 결혼을 위해서 웨딩센터를 운영했었다. 그래서 사옥에 웨딩홀로 운영하는 곳이 있었는데 좋은 곳은 일찍 마감되고 시설이 가장 안 좋았던 삼성화재 웨딩홀만 남았었다. 결혼식장이 꼭 연수원 같았다ㅎ)을 예약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날이 놀토(부가 설명이 많이 필요한 시대다. 격주 토요일 휴무였던)라 부랴부랴 내 하객들을 위해 한 주 앞당겨 8월에 식을 올리게 되었다. 그 날이 16년 전 오늘 2002년 8월 31일이다. 오늘이 결혼기념일이란 뜻이다. 16년이나 시간이 흘렀다. 허허허(그 날은 태풍 루사가 한반도를 가로질러 지나갔고 강원도가 가장 피해가 심했었다. 그리고 너무 비가 많이 와서 하객들이 늦어 오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고 우리의 신혼여행지는 필리핀의 세부였는데 비행기가 2시간 지연되었지만 무사히 다녀올 수도 있었다.)


결혼하고 1주년 2주년... 때는 꽃도 회사로 보내고 저녁도 근사한 곳에 예약을 하곤 했지만 어느덧 네 식구가 되었고 결혼기념일은 점점 우리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그런 오늘 여느 날처럼 아침에 일어나 애들 먹이고 씻기고 또 특별히 오늘은 하진이 병원 예약이 있어서(이 이야기는 나중에) 여의도 성모병원에 다녀와서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원을 시키고 집에 주차를 하고... 와이프에게 한남동 구스테이크, 집 앞 가든호텔 뷔페, 그리고 가성비 최고 송추가마골 고기 굽기를 제안하려고 했으나 구스테이크를 제안하기도 전에 오늘 약속이 있단다. 버럭 했다. 당연히 시간을 비워두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왜냐면 저녁엔 애들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이심전심 아니냐?? ㅜㅜ 미술 수업을 들으러 간단다. 냉냉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데 취소했다고 어디 갈 거냐고 한다. 둘 다 대식가나 미식가는 아닌지라 선택지는 많지 않았고 진이가 오늘 일찍 오는 날이라 동네에서 해결하자고 결론을 내리고 가든 호텔 뷔페를 갔더니 아직 오픈이 한참 남아서 신라스테이를 갈까 하다가 글래드 호텔이 오픈한 게 기억이 나서 거길 가자고 했다. 검색을 해보니 위메프에서 10% 할인에 뷔페 3천 원 할인을 하고 있어서 얼른 구매를 하고 호텔로 향했다.

<글래드 호텔 마포 소피아312 뷔페 첫 상차림, 가성비 나쁘지 않았다>

초밥으로 시작해서 한식과 양식과 동양식을 넘나들며 맛있게 먹고 나서 결혼 기념행사는 소소하게 마무리가 되었고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일상적으로 마케팅 일기를 쓰고 있다. 그래서 오늘의 아이템은 호텔뷔페가 되었다. 주제를 정하자마자 그러고 보니 왜 호텔마다 뷔페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뷔페는 바이킹들의 식사에서 유래가 되었다는데 '스뫼르고스보르드'로 밥을 먹었단다. 빵과 버터, 고기, 식탁에서 란 뜻이라는데 바이킹이 바다를 나다니다 보니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오면 자신들이 가진 음식을 모조리 들고 나와 큰 상에서 덜어 먹었고 이게 월드와이드 하게 퍼지면서 오늘날의 뷔페가 되었다고 한다. 웃긴 건 뷔페는 프랑스어라는 거~ 일본에서는 여전히 바이킹요리라 한다는데 뭐 사실 뭐 꼭 바이킹만 이렇게 먹었을 거 같진 않지만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한데 그럼 왜 호텔에는 뷔페가 있는 거지?라고 생각하고 잠시 생각해 보니 딱히 궁금해지지 않았다. 호텔이란 특성이 글로벌한 사람들이 묵는 곳(아닌 곳도 많지만)이니 뷔페만이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맞춰줄 수 있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고나니 별로 오늘 글은 영양가가 없다란 생각이 들면서 더 쓰기가 싫어졌지만 그래도 호텔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를 해보자면~~


호텔은 유형이 상품과 무형의 서비스가 공존하는 상품으로써 정말 까다로운 상품이다. 유형의 상품으로써 요소를 좀 살펴보면

1. 장소 : 아름다운 해변이나 숲 속 등 휴양을 위한 완벽한 장소 혹은 비즈니스 모임에 최적화된 교통편이 좋은 곳 등 각 호텔의 특성에 맞는 적절한 장소에 위치해야 한다.

2. 건물 : 호텔의 급을 나누는 기본이 되는 바탕으로서 디자인부터 크기와 객실수, 컨벤션 홀의 여부와 크기 등 기본기가 튼튼해야 한다.

3. 객실 : 침대수나 크기에 따라(싱글, 더블, 트윈, 트리플 등) 객실 형태에 따라(디럭스, 스위트 등), 위치에 따라(아웃사이드, 인사이드-시뷰, 마운틴뷰, 가든뷰, 시티뷰, 에어 포트뷰 등등) 그리고 뭐 정하기 나름에 따라 다양한 성격이 규정된다.

4. 침대 : 웨스틴 호텔의 침대와 침구는 참 좋다. 이런 거에 따라서 호텔의 격이 달라지기도 한다.

5. 책상이나 TV, 욕실 그리고 욕실용품, 기타 부가 제공품 또는 편의품의 수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6. 비즈니스센터, 피트니스센터, 수영장, 식당, 카지노 등 이용시설의 다양성과 활용 정도와 맛과 수준 등에 따라 그리고 이외에도 많은 것들에 의해 평가받게 된다.

그리고 무형이 서비스 요소들을 살펴보면

1. 호텔리어 :  말할 것도 없이 호텔리어가 그 호텔의 수준을 결정하기도 한다.

2. 맛 : 호텔에서 제공하는 음식의 격이 호텔의 격이 된다.

3. 분위기 :  유형과 조금 다른 모습으로 디자인이나 서비스의 수준이나 다양한 유형의 상품들이 시너지로 만들어주는 분위기는 그 호텔만의 이미지가 된다.

등등등에 의해 최종 상품이 된다.

호텔이라는 상품은 종합 선물세트 같은 것이다 보니 수많은 사람의 취향과 성격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다르면서도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 어려운 상품 같다. 이러니 호텔경영학과까지 있어야 할 수밖에...(언젠가부터는 환대/접대라는 뜻의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나는 캠핑이나 에어비앤비, 게스트하우스보다는 휴가나 출장 등에서 여유가 된다면 항상 호텔을 이용하는 편인데 되도록 검증된 상품으로써 호텔 서비스가 주는 쾌적함과 편리함 그리고 평균 이상일 것이라는 기대감 등의 이유로 호텔을 선택한다. 올봄에 일본 오사카를 온 가족이 며칠간 다녀왔는데 동안 내내 임페리얼 호텔이라는 곳에 머물렀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국내에서 검색한 가격보다 미국 사이트에서 검색하여 예약하니 3박에 20만 원 정도를 아낄 수 있었다. 여기에 머물면서 호텔이 주는 편안함과 서비스의 끝은 없다란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이 호텔은 오사카역에서 좀 멀리 있어 셔틀을 운행하는데 호텔 셔틀 대기 장소에 안내판이 있었고 그 안내판에는 대기실의 자리에 번호를 매겨 두었다. 이 번호는 셔틀 대기 번호였다. 많은 호텔을 다녀봤지만 이런 거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는 것을 보고 역시 일본이구나 하면서도 호텔이 고객을 편안하게 모시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관찰하고 살피는 방법이 최고겠다란 생각을 했다.

<오사카 임페리얼 호텔의 셔틀 대기실의 안내판>

최근의 호스피탈리티 작게는 호텔분야의 트렌드를 잠깐 살펴보고 마치고자 한다. 이 분야도 최근의 화두가 아니 적용될 수 없는 게 당연하지만 역시나 첫째로 나오는 단어는 경험이다.

1. Experience Platforms

호텔은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이 되어야 된다라고 의역해 볼 수도 있는데 과거와 달리 먹고 자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세계적 호텔 그룹들은 어떻게 하면 고객들에게 최상의 그리고 유니크한 경험을 해주게 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더더욱 에어비앤비의 출현 이후로 이런 경향은 두드러지고 강화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디즈니랜드가 추진하고 있는 스타워즈 호텔에 한번 가보고 싶다.^^

2. Highly personalized guest experience

두 번째도 경험이다. 빅데이터, AI, IoT, Robot 등등을 통해서 개인화된 경험을 Seamless 하게 제공하도록 만드는 데 많은 호텔들이 공을 들이고 있다.

3. Home&Office-Sharing Impact

에어비앤비와 위워크가 불러온 변화로 호텔이 단순 숙박의 장소가 아니라 집이 될 수도 사무실이 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많은 호텔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4. Story Telling

호텔에도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각 호텔이 가지고 있는 역사와 오랜 세월 쌓아놓은 이야기 그리고 그 지역만의 특성을 호텔이라는 상품에 녹여내고 있다.

5. Efficiency

마지막으로 효율의 문제다. 전 세계 모든 비즈니스가 이에 따라 움직이듯이 호텔이라는 상품도 효율성에 기반하여야 한다. 그래서 예약 시스템이나 가격 분석, 경쟁자 분석, 시장 세분화 등 다양한 툴을 활용하여 최고의 효율성을 내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


<오키나와의 더 부세나 테라스~ 아 다시가고 싶다>

누군가에게는 하룻밤 혹은 며칠 스치듯 지나가는 장소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인생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 생기는 곳일 수도 있고 환대와 최상의 서비스로 기억되는 상품일 수도 있다. 호텔이 뷔페를 통해 전 세계인의 입맛을 맞추고 있듯이 호텔은 호텔에 묵는 개개인 모두의 이야기가 쌓이는 곳일 수 있다. 호텔의 마케팅을 담당하는 분들이라면 호텔이 잠과 끼니를 해결하는 곳이 아니라 인생의 한 장면이 켜켜이 쌓이는 곳이라는 것에 방점을 둔다면 좀 더 소비자 친화적인 호텔 그리고 한 번쯤 머물고 싶은 매력 있는 공간으로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글을 쓰고 나니 따뜻한 남쪽 나라 해변의 저녁노을이 보이는 호텔에서 잠들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


http://cl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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