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명광 Sep 02. 2018

해가 지지 않는 핫플레이스 홍대를 가다~

마케팅일기 - 2018년 9월 2일 일요일 날씨:쾌청

9월이 시작된 첫날이자 토요일. 대학원 동기이자 중고물품거래 사이트 헬로마켓의 co-founder인 배 선수(우리끼린 대학원 시절부터 이리 불렀었다)를 만나러 홍대에 갔다. 이미 10여 년 전인데 이때 배 선수랑 미국에서 소셜커머스가 뜨는데 해보면 어떨까 이런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그루폰이 2008년에 론칭했는데 2009년에 미국에서 보니 이거 좀 될 거 같단 생각이 들었었다. 이야기만 하고 말았었는데 당시 티몬이 창업을 했다. 그때 진짜 시작했다면 인생이 바뀌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졸업 후에 배 선수는 중고거래 서비스를 창업했고 나는 회사를 선택했다. 서로 바쁘다 보니 1년에 한 번 보면 자주 보는 거라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다. 홍대 주차장 골목에서 합정동 쪽으로 가는 길 언저리 태국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근처 커피를 한 잔 하자고 가다가 한 카페에서 내가 팥빙수 먹을까 하고 물으니 맛있는 곳이 있다며 데리고 갔다. 이름이 피오니였는데 꽤 유명한 곳인지 이미 줄이 늘어서 있었다(나중에 찾아보니 정말 유명한 디저트 카페였다). 그래도 여름 막바지라고 그런지 몇 팀 기다리지 않고 들어가서 딸기빙수를 시켜서 먹었는데 남자 둘이 있는 테이블은 우리뿐이었다. 이제 홍대와 썩 어울리지 않는 나이가 되어버린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홍대 피오니에서 시킨 딸기 빙순데 직원이 2인용이라고 했으나 1인 1빙수해도 될듯한 사이즈다>

홍대는 내게 특별한 곳이다. 91년 말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이란 말을 신봉하던 나는 담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에 있는 학교를 찾았고 스스로 이 학교에 원서를 내고 시험을 봤다. 학력고사 마지막 세대인 나는 18대 1의 경쟁을 뚫고 합격을 하였고 홍대가 제2의 고향이 될 줄 그땐 몰랐다. 졸업 때까지 홍대 근처 옥탑방과 반지하를 전전했었고 결혼을 해서도 익숙한 마포에 둥지를 틀었다. 분가를 하니 본적이 마포가 되었고 결혼생활 내내 1년여의 타지 생활을 제외하면 마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마포구민이 되고 말았으니 지금은 진짜 고향보다 더 많이 살게 된 고향이다. 그래서 홍대는 학교를 다닐 때는 삶의 근거지였고 졸업 후에는 너무나 많이 변한 분위기로 자주 찾지는 않았지만 동기들을 만나거나 회사 회식으로 핫플레이스를 찾다 보면 단골 장소로 거론되었다. 홍대를 다녀와서 갑자기 홍대가 여전히 핫플레이스인 이유가 궁금해졌다. 물론 이태원이나 경리단길, 익선동, 성수동, 망리단길, 기타 등등 요즘 뜨는 동네들이 많이 언급되지만 홍대는 생각보다 큰 부침이 없이 젊은이들의 성지인 것을 보면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잠깐 생각을 해보았다. 이는 부동산적 관점은 아니니 젠트리피케이션(사전은 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으로 정의하고 있다)의 관점은 묻어두고 거기서 오랫동안 살았고 가끔은 방문하지만 최애 하는 동네에 대한 관심으로 잠깐 살펴보고자 한다. 홍대는 왜 계속 핫플레이스를 유지하고 있을까?


1. 어떤 외풍에도 불구하고 아이덴티티를 유지한다.

92년 홍대는 여느 일반 대학가와 달랐다. 새내기의 호기심에 유학생의 관심에 신촌이나 신림동, 안암동, 능동 등 여러 학교를 돌아다녔는데 홍대는 다른 학교의 분위기와 많이 달랐다.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미대의 존재였으리라. 미대생들의 예술혼과 자유로움은 홍대 주변에도 영향을 많이 주었다. 당시 홍대 주변에는 지금 같으면 인스타에 도배될만한 카페들이 많이 있었다. <흙과 두 남자>는 나무 그네 의자로 유명했고, <아이비리그>는 인테리어보다 모이는 사람들로 유명했고 지금의 상상마당 위치를 중심으로 꽤 유니크한 분위기를 가진 카페들이 많았다. 이 동네는 나중에 오렌지족(90년대 초 부모의 부유함을 바탕으로 화려한 소비생활을 즐긴 20대)의 주요 출몰지가 되었다. 이런 외적인 분위기도 있었지만 홍대생들의 자유분방함이 그 분위기의 밑바탕이었다. 1학년 때 큰 쇼크 중에 하나는 교정에서 남녀 구분 없이 음주가무와 흡연이 매우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었는데 나는 대학이 다들 그런 줄 알았는데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런 자유로움은 홍대를 따라올 수가 없다고 했다.

이런 자유분방함은 미술뿐만 아니라 음악으로도 연결이 되었다. 여전히 홍대 클럽은 인디밴드의 성지인데 90년대 홍대 앞은 클럽은 원조인 락카페의 성지였다. 나도 그 밤거리를 물들이던 1인 중의 한 명이었는데 ㅎㅎㅎㅎ

미술과 음악을 바탕으로 한 젊은이들의 성지가 된 홍대는 여전히 자유의 상징이다.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는 트렌드 리더인 10~20대를 여전히 불러 모으는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싶다.

<홍대 홈페이지에는 영원한 발전과 상징을 의미한다는데 나는 자유의 상징으로 기억하는 영원한 미소, 출처:홍익대학교 홈페이지>


2. 끊임없는 인풋과 아웃풋을 유지한다.

핫플레이스와 힙플레이스라는 단어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거리나 장소를 말하는데 핫플레이스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의미하고 힙플레이스는 뜨기 시작하는 동네로 해석하면 될 거 같다. 이런 장소들이 사람들을 계속 모을 수 있는 요소는 다양하지만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지속적인 소비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유입이 중요한데 좀 뜨다가 묻히는 동네들의 특징은 유입인구가 갑자기 줄었을 때다. 홍대는 이런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학교가 정점에 있기 때문에 평소에도 소비 인구가 일정 유지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홍대의 가장 중요한 화수분의 하나는 고교생이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는 여고가 같이 있었지만 이 동네를 즐기는 수준은 아니었던 시대라 큰 영향은 없었지만 지금은 홍대에 모이는 10대가 주요 소비층의 하나라 한다. 이 소비층 중 한 그룹이 학원생들이다. 이는 미대의 영향력이기도 한다. 또 하나의 유입인구는 관광객인데 이대(요즘은 중국인 감소로 덜하지 않을까 싶은데)와 홍대는 관광객들의 필수코스 중에 하나가 아닌가?

그리고 이런 유동인구의 유입을 도와주는 강력한 교통환경도 이에 일조한다. 2호선을 끼고 있으며 일산이나 강서지역으로 나가는 버스들이 지나가는 교통의 요지였던 홍대는 공항철도 경의선의 개통 등에 힘입어 여전히 최강의 교통 요지 중의 하나다.

<글을 쓰다 찾아본 오래된 앨범에서 입학식 날로 추정되는 홍대 교정에 선 나를 발견했다. 아 저 패션은ㅜㅜ>

3. 구도심의 강점 골목이 풍부하여 확장이 가능했다.

골목길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그리 오래는 아니지만 홍대 주변은 구도심의 특징인 골목길이 일찍부터 잘 발달해 있었다. 홍대입구역 앞 대로가 있지만 여기서 홍대입구까지 거리가 꽤  멀고 홍대 앞은 작은 도로만 있었기 때문에 골목길이 많았다. 이 사이사이엔 주점이나 식당 등도 많았지만 예술서점이나 극장 등도 오랜 기간 존재하면서 다양한 아이템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물론 젠트리피케이션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구도심이었기 때문에 홍대를 중심으로 연남동과 합정동 상수동 그리고 더 멀리 망원동까지 홍대의 문화가 확장해 나가기가 쉬웠다. 지금은 구수동과 당인동까지 점점 홍대의 확장지역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는 물론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가져왔지만 ㅠㅠ 여전히 다양한 실험들이 가능한 지역으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 가장 핫한 부티크 호텔 중 하나는 오랜 전통의 서교호텔이 변신한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인데 호텔 서교가 그냥 그냥 동네에 있었다면 이런 변신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취향관이라든가, 방송인 부부가 운영하는 당인리 책 발전소 같은 다양한 아이템으로 무장한 공간의 등장은 홍대 이외 지역이 더욱 확장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된다. 한 건축가는 골목의 발견을 획일화된 아파트 문화가 불러온 반대급부로 해석하기도 한다.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골목은 획일화가 불가능한 지역이 아니겠는가? 대로변의 대기업들이 프랜차이즈로 도배할 수 없는 곳 골목의 존재가 지금의 홍대를 여전히 홍대로 만드는 거 같다.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나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있다. 이를 Hot Place라 하는데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 지역만이 가지는 공기를 기대하고 가지 않을까 싶다. 자유분방함과 젊음을 느끼려면 홍대를, 이국적 분위기와 맛집을 즐기려면 이태원을, 옛것의 정취와 조용함을 느끼고 싶다면 익선동이나 북촌을 가면 된다. 마케팅 4P 믹스에 3번째 단어가 Place다. 상품에 있어서 상품 자체의 매력과 그에 대한 가치도 중요하지만 이 상품이 어느 곳에서 유통되느냐도 중요하단 이야기다. 과거 오프라인 시대에는 주로 장소로 해석되었지만 온오프 구분이 사라진 시대엔 채널로 해석한다. 이 채널이 중요한 이유는 그곳에는 상품이 거래되는 이유를 직접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을 뒤지면 많은 것이 나오는 세상이지만 진정한 장소 그리고 채널의 공기를 분석해보려면 직접 가봐야 한다고 여전히 믿는다. 마케팅에서 시장조사의 중요성이 예전만 못하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Market)은 마케팅의 장이자 소비자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장소가 주는 매력이 최근 들어 더욱 각광받고 공간 마케팅이란 말도 생겨났다. 그만큼 장소나 공간이 갖는 힘이 커졌다는 뜻이다. 홍대를 다녀와서 이런 장소들을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를 느꼈다. 1주 1 핫플레이스를 시작해볼까?

4P믹스의 창시자 제롬 매카시는 좋은 쥐덫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쥐덫이 어디에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 어디에 소비자들이 존재하는지 여전히 살펴볼 이유를 설명하는 가장 좋은 말이 아닐까?

최근에 지인이 나는 생각만 하고 있던 마케팅 공간을 하나 장만하고 마케터들이 드나드는 곳으로 문을 열었다. 그것도 홍대에... 아 부러워라~~


매거진의 이전글 왜 호텔엔 꼭 뷔페가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