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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Sep 03. 2018

마냥 해피하지 않은 해피밀의 덫

마케팅일기 - 2018년 9월 3일 월요일 날씨:다시 비

월요일 아침부터 비가 내려서 자출족(자가용이나 자전거나)에게는 힘든 하루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어제 있었던 일을 좀 써보려 한다. 일요일 일과를 얼마 전에 대략 이야기를 했지만 아침에 대충 배를 채우고 교회를 다녀와서 차를 타고 가까운 타임스퀘어에 가서 점심을 먹거나 동네에 런닝맨이 다녀가 꽤 장사가 잘되는 중국집에 가서 찹쌀 탕수육+짜장 1 또는 +짬뽕 1을 해서 점심을 해결하곤 한다. 그런데 어제는 우리의 진앤준 브라더스가 전날부터 맥도날드를 노래를 불러서 교회를 다녀오는 길에 내키지 않지만 가게 되었다. 부모 심정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자식에게 좋은 것만 먹이고 싶지 패스트푸드를 먹이고 싶진 않을게다. 물론 매일은 아니기 때문에 애써 위안하며 주말마다 가는 가족들 때문에 주말 아침 맥도날드는 항상 만원이지만^^

여기서 잠깐 역세권은 대부분 아는 단어겠지만 맥세권이나 스세권까지 알고 있다면 그래도 젊은 세대이거나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뜻일 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가 사는 집은 초맥세권(맥도날드가 우리 집 1층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스세권(반경 200미터 안에 스타벅스가 3곳이 있다)에 위치해 있다. 부동산 관련 포스트에는 맥세권이나 스세권이 집값도 올린다는데 전혀 관계가 없어서 열 받기는 하지만 그래도 뭔가 뒹글다가 배 좀 채우려는 아침이나 산책하다 커피 한잔 하고 싶을 때는 가까운 곳에 있어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암튼 두 아이와 함께 가는 맥도날드에서 메뉴는 정해져 있다. 바로 해피밀이다. 영어로 Happy meal (Happy 행복한+meal식사)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모르기 힘든 이름 해피밀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는데 정식 출시된 것이 1977년이니 올해로 40년이 훌쩍 넘었다. 과테말라에 사는 욜란다 페리난데즈 드 코피노(이름 엄청 기네)가 남편이 운영하는 맥도날드에서 아이들과 함께운 부모들을 위해 Ronald Menu를 만들었고 본사에서 이를 눈여겨보고 이를 정식 제품화하기로 결정했단다. 이 해피밀은 보통 작은 햄버거나 너겟을 기본으로 하여 감자튀김 또는 치즈스틱에 우유 또는 오렌지 주스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국에서는 3,700원에서 옵션에 따라 4,100원 정도에 제공하고 있다. 사실 이 가격만 해도 썩 훌륭하지만 해피밀의 핵심은 자고로 장난감이다. 우리 아이들도 맥도날드의 햄버가나 너겟보다는 이 장난감 때문에 가기를 원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해피밀의 장난감은 몬스터 호텔 3인데 러시아 인형(마트료시카) 같은 장난감은 이미 있었고 카메라를 가지고 싶어 했으나 품절인 관계로 효자손 같은 거랑 아웃도어에 필요한 거라는 데 효자손같이 생긴 거를 하나씩 골랐다. 해피밀 장난감 퀄리티가 아주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사실 동네서 파는 장난감 가격도 이 정도는 한다. 거기에 가끔 고퀄들도 나오는데 소리가 나거나 불빛이라도 나오는 것은 이 가격에 같이 가져갈 수 있다니 하는 생각이 든다. 해피밀 말고도 꽂혀있는 것이 뽑기 장난감인데 이거는 정말 돈이 아깝다. 그래서 맨날 이런 거 여러 개 모으면 좋은 장난감 여러 개 살 수 있다고 꼬시곤 한다. 그나마 해피밀은 양반이다.

<미니언즈, 마리오, 요괴워치, 스누피 시리즈 등 다양하기도 하다. 집에 있는 해피밀 장난감중 일부>

역시나 해피밀 장난감의 유효기간은 2시간 남짓이다. 저녁엔 이미 그들의 손을 떠나 있었다. 아마도 최근 가장 성공한 해피밀 시리즈는 마리오 시리즈 일 것이고 다음이 미니언즈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2014년 마리오 대란은 뉴스에 까지 등장할 정도였고 미니언즈 시리즈가 등장한다는 소식에 마리오 대란이 우려된다는 내용들이 인터넷에 오르곤 했으니 말이다. 마리오 시리즈는 출시 3일 만에 매진되었다는 소식도 있었다. 헐~~

잠시 당시의 소식을 찾아보니 맥도날드 앞에 늘어선 줄이며 줄 서기 알바를 구한다는 등 정말 난리였다.

해피밀의 인기는 제휴하는 콘텐츠의 인기판세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듯 하다. 아이들이 가장 정확하다^^ 어른들은 마리오에 열광했지만 애들은 요괴워치에 제일 열광했었다.

오늘 아침에 집에 있는 해피밀 장난감이 얼마나 되나 집에서 장난감 박스 일부를 뒤져 보았다. 이는 극히 일부이며 이를 보고 뭐 매주 해피밀을 먹이는 부모는 아님을 미리 자수한다. ^^


해피밀에는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는데 몇 가지만 살펴보려고 한다.

1. 50% 할인이냐 1+1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덤 마케팅이 더 무서운 이유

해피밀 장난감은 가격전략의 하나로 볼 수도 있다. 해피밀에 추가해 주는 장난감을 맥도날드야 전 세계에 내놓기 위해 대량주문 할터이니 생각보다 저렴하게 발주할 수 있다고 하겠으나 소비자 입장에서 저런 장난감을 사실 해피밀 하나 가격에 사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해피밀을 사주는 부모 입장에선 장난감 하나 사준 셈 치고 사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상품 제조사나 유통업체들이 너무나 자주 사용하는 마케팅 전략의 하나다. 얼핏 생각하면 50% 할인과 1+1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공급자 입장에서는 가격 할인보다는 1+1이 훨씬 매력적이다. 가격 할인은 기본적으로 마진을 포기하고 판매를 하는 것이고 매출액 자체가 50%로 줄어들지만 1+1 상품은 느끼기엔 같아 보일 수 있지만 공급자에겐 원가개념의 공급이 가능하므로 소비자의 체감보다는 적은 비용으로 프로모션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덤을 잘 사용하면 본품보다 매력적인 사은품을 통해서 본품의 매출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사은품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 이런 전략을 가리켜 왝 더 독 마케팅이라고 한다. Wag the dog이란 tail wagging the dog에서 온 말로 작거나 부수적인 부분이 전체를 휘두른다는 의미다. 이런 프로모션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이 화장품 샵이나 잡지 업계다. 요즘은 잡지 시장이 불황인지라 그리 많이 보이진 않지만 예전에는 잡지에 더해주는 가방이며 화장품 등을 사기 위해 잡지를 사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좀 더 세련된 프로모션을 하기도 하는데 단순히 상품을 궁입하면 다른 상품을 주는 것뿐 아니라 멤버십 가입 등을 유도하기 위해 활용하기도 한다. 왝 더 독이 일순간에 소비자의 관심을 일으키거나 모객에 영향을 주는 장점이 있지만 주객이 전도되어 정작 주인공이 되어야 할 상품들이 뒷전으로 밀리고 소비자의 관심에서 사라질 수도 있으니 유념해야 한다.

<스타벅스 17잔으로 받을 수 있는 다이어리 출처 :스타벅스>

최근에 가장 이런 마케팅이 횡행하는 곳은 커피전문점이나 빵집, 아이스크림가게다. 다이어리 하나를 받기 위해 쿠폰이 거래되는 현상도 있으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하겠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독이 될 수 있으니 전략적으로 시기나 주기 그리고 성격을 잘 고려해야 한다. 스타벅스 다이어리 이벤트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다른 나라에서 벤치마킹하기도 한다니 우리나라 마케터 파이팅~~


2. 미래의 우리 소비자는 누구일까요?

맥도날드의 해피밀은 장난감을 덤으로 주는 마케팅 기법이기도 하지만 맥도날드의 장기전략이라고 할 수도 있다. 패스트푸드는 항상 건강이나 비만의 이슈를 달고 나오는 데 그래서 부모들은 되도록 패스트푸드 입맛에 길들여지지 않도록 노력하건만 해피밀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맥도날드를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보통 이를 키즈 마케팅이라고 하는데 현재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뿐만 아니라 미래 고객을 겨냥하는 마케팅을 이르기도 한다. 현재 메인 고객들에게 자원을 쓰기도 어려운 현실인지라 잠재고객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비용을 투입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산업이나 기업들에게 해당하는 일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결국 우리의 고객들이 어려서부터 우리 기업에 좋은 이미지와 충성도를 가질 수 있다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것에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그리고 과거에는 부모들의 의사결정권이 더 컸다면 밀레니얼 세대로 와서는 더더욱 자기결정권이 커지면서 이러한 마케팅에 대해 고민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호텔들이 키즈 마케팅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이는 호캉스(호텔+바캉스)가 늘어나고 가족단위 이용자가 늘어나서 이기도 하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활용한다면 결국 미래의 고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의 자원이라도 꾸준한 투입을 하는 방향이 기업에겐 좋을 것으로 보인다.

<요즘 힘든 날을 보내고 있는 BMW 가 영종도에 운영하고 있는 드라이빙 센터에는 쥬니어 캠퍼스, 키즈 드라이빙 스쿨 등이 있다. 출처 : 드라이빙센터 홈페이지>

해피밀이란 상품을 40년 넘게 지속하는 맥도날의 전략에는 박수를 아니 보낼 수 없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 패스트푸드 브랜드에 목줄이 걸리는 거 같은 느낌은 썩 좋지 않다. 그래서 키즈 마케팅은 매우 섬세하고 세련되게 설계되었으면 하고 이런 지속 가능성을 지원해줄 의사결정권자들은 이를 비용으로만 보지 말고 미래 고객에 대한 투자라 생각하고 마케터들이 진정성이 느껴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해줬으면 한다.

부메랑이라 생각하고 던졌는데 포환이 될 수도 있지만 키즈 마케팅은 썩 큰 과실로 돌아올 수 있는 전략의 하나이지 않을까?

PS : 주말 고등학생 알바의 기계보다 더 기계다운 응대에 짜증이 났다. 차라리 주문 포스를 설치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4차 산업혁명의 파도가 인간에 의해 더 빨리 오지 않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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