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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Sep 04. 2018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병원

마케팅일기 - 2018년 9월 4일 화요일 날씨:비 왔던 적 있어?

어제 비가 왔었다는 걸 하늘이 잊은 걸까? 가을이 제대로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쨍한 햇살이 사무실 유리창으로 찾아왔다. 경험해 보지 못했던 더위에 지친 사람들은 가을이 반가울 텐데 썩 반갑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그 이름하여 부모다. 그제 밤부터 준이가 쓰리 콤보로 재채기를 하더니 어제 아침에는 콧물과 기침이 시작되었다. 가을의 신호탄인 게다. 부모가 되면 재채기 소리 하나로도 이게 단순 재채기인지 감기 신호인지 알게 되는 신묘함을 갖추게 된다. ㅎ 어린이집 등원 전에 병원에 다녀오려고 우리 집 주치의(우리만 그렇게 생각) 더 튼튼 소아청소년과(마포에서 꽤 유명한 소아과로 환절기나 겨울엔 예약 못하고 갔다간 1시간 대기가 기본인^^)에 갔다. 나 어릴 땐 병원 근처에 가본 적도 없는데(아팠어도 대부분 약국에서 약 사다 먹었고-그때는 약국에서 조제가 가능했었다. 그리고 그냥 콧물 질질 흘리며 소매로 훔치고 다녔다. 요즘 애들 중에 코 흘리고 다닌 애들 없다.) 요즘은 어려서부터 다 어린이집이며 유치원 다니다 보니 유행하는 질환들은 다 달고 사는 거 같다. 에구~~

준이는 그래도 진이보다 병원을 확실히 덜 다니는 거 같은데 체질적인 것도 있겠지만 형보다 더 크게 태어났고 더 잘 먹는 게 덜 아픈 이유인 거 같다.

<진이가 태어나고 바로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서 지켜보기만 하는 마음이 안 좋았었다. 벌써 5년이 지나버렸다.>

지난 금요일에 진이도 병원에 다녀왔는데 좀 큰 병원에 다녀왔다. 여의도에 있는 성모병원인데 여기는 응급실에 소아를 위한 공간이 나눠져 있고 가깝기도 하지만  다른 데보다 덜 붐벼서 자주 찾는다. 자주 찾는다니 이상하다. 이 병원에 간 이야길 하자면 정말 책 한 권을 나올 롱 스토리가 나오겠지만 짧게 줄여보자면 진이는 39주 4일에 정상적으로 태어났으나 2.06kg의 작은 아이였고(태어난 곳은 제일병원) 약하게 태어난 데다 체질인지 먹는 것도 시원찮았고 역시나 성장도 더뎠다. 또래보다 작은 편이지만 똘똘하고 나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그런데 6월에 밤에 토를 많이 하고 열도 나서 응급실에 갔는데 뇌수막염일 가능성이 높으니 입원을 하라고 했다. 다행히 진이는 며칠 만에 쾌차했는데 당시 주치의가 작게 태어났어도 100 분위 3~5% 속하니 성장 관련 검사를 해보자고 해서 예약을 했는데 한번 까먹어서 놓쳤더니 방학을 지나고만 예약을 할 수 있었다. 키성장 클리닉이 장사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방문하여 손 엑스레이와 피검사 요검사를 했고 다시 보자고 했다. 부모가 큰 편은 아니고 내가 어려서 작았다고(지금도 크진 않지만 고등학교 때 30센티가 자랐으니 ㅎ) 했더니 검사 결과 보고 이야기하자고 했다. 병원을 다녀오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병원의 본질은 무엇일까란 질문 다다랐다. 7월에는 아버지가 간농양으로 입원을 오래 하셨었는데 아파도 입원을 할 수 없는 현실에 그때도 생각이 많았는데 이래저래 병원에 대한 마케팅적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요즘 사람은 기억도 못하겠지만 비디오를 빌려서 볼 때 영화 앞에 항상 붙는 영상이 있었다.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호랑이에게 잡혀가는 화란다. 이제야 알게 되다니 ㅎ), 마마(두창 바이러스),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로 시작하는 건데 호랑이나 병 그리고 전쟁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니 동물원이 생기고 병원이 생기고 UN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LCtQbh-DxCQ

 병원은 역사상으로 보았을 때 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라고 해야 하나 지금은 병원을 구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아이의 성장 클리닉은 사실 병도 아니고 좀 작게 살아갈 수도 있음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가는 곳이고 피부과도 이제는 피부와 관련된 질환을 치료하는 곳이 아닌 불로장생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이 투영된 곳이고 타고난 모양새가 맘에 들지 않아 인류 공통의 얼굴로 만들어주는 성형외과가 한 동네를 다 차지하고 있으니 이제는 병원의 정의를 새롭게 하여야 하지 않을까? 병원 얘기를 하자면 지역 간 의료 서비스 불균형의 문제, 영리 병원에 대한 찬반, 진료수가에 대한 문제, 대형병원 집중 현상 등 온갖 사회현상이 다 나오니 오늘은 루키즘에 대해서만 잠깐 살펴보고자 한다.


루키즘(Lookism)이란 외모 지상주의 정도로 사용이 될 수 있는데 이 단어가 등장한 것은 2000년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새파이어가 새로운 차별의 키워드로 인종, 종교, 성별, 이념 외에 외모를 언급하면서 사용되기 시작되었다. 사실 이러한 외모에 대한 이야기가 오늘날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파스칼은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1㎝만 낮았어도 세계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고 우리나라에서도 황진이가 생불이라 여겨지던 지족선사를 파계시켰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외모가 중요한 요소였던 건 오늘날 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현대에서 외모가 한몫을 하고 새로운 산업으로 등장할 수 있었던 몇 가지 요인들이 있으니 이를 잠깐 살펴보고 오늘은 일갈해야겠다.

1. 이미지 시대와 Show-Off

영화나 TV의 등장은 인류 역사를 여러 방면에서 변화를 일으켰지만 루키즘이 나온 가장 기본적인 요인이다. 영화를 통해서 TV를 통해서 사람의 얼굴과 행동이 콘텐츠가 되고 상품이 되었으니 이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상품이 된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겠다. 어떤 산업이건 가장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는 차별성인데 이 안에서 차별성은 연기나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연기자나 모델의 외모와 얼굴이 한 몫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근이라고 해도 몇십 년 전부터 이런 루키즘이 더욱 강해진 것은 인터넷의 등장으로 시작된 연결의 시대다. 루키즘은 유튜브나 인스타를 통해 가장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거 같은데 나도 어디 가서 마케팅을 고민할 때는 어떻게 Show-Off 할 것인가를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때부터 고민하라고 조언하고 있으니 할 말이 없다.

<인스타에 뜨려면 있어보여야 하는 것도 루키즘?!>

2. 경쟁의 시대

산업혁명을 거치고 공급과잉의 시대가 되고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것은 사람들의 경쟁도 치열해졌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그러다 보니 실력이나 능력이라는 말속에 외모도 들어가는 시대가 되었고 청년들의 취업 스펙에도 들어가는 것이 이상한 시대가 아니다. 이왕이면 다홍치,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은 그냥 속담처럼 보이지만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에 깔린 외모에 대한 동경이 녹아든 말일 것이다. 취업을 위해서 결혼을 위해서 콘테스트를 위해서 외모를 가꾸고 손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루키즘 등장의 중요한 요인이다.

3. 테크놀로지의 뒷받침

다양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기술의 발전이 없다면 이를 받쳐줄 수가 없다. 사람 몸에 다양한 기술이 도입됨으로써 과거에는 해결하지 못하던 것들이 이뤄지고 있다. 과거 사람 몸과 상관없이 개발된 기술들이 외모를 가꾸는 데 사용되고 있다. 레이저가 개발되었을 때 사람들은 매우 무서운 무기로 인식했지만 지금은 병원에서 제일 많이 사용되는 단어가 아닌가? 미국에도 실리콘밸리가 있지만 서울 강남지역에도 많은 실리콘밸리가 있다.


루키즘이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사조는 아니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생존에 필요한 요소중 하나로 방향이나 성향은 바뀌어왔지만 항상 우리 옆에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과거보다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자각과 반성 그리고 다양성에 대한 존중, 획일화에 대한 반대급부 등으로 발전적 방향에서 바뀌고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획일화와 외모지상주의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마케팅 영역이 이런 루키즘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이기도 한데 이런 루키즘이 누군가에게는 환상을 심어주고 이상형의 기준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목표가 될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고 상실감을 준다는 것을 마케터들은 고려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놈의 마케팅 일기는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 병원에 다녀와서 루키즘으로 마무리라니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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