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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Sep 14. 2018

코스트코는 열고 이마트는 접고

마케팅일기 -  2018년 9월 14 일  금요일 날씨:비 올락 말락

진앤준 브라더스를 위한 안전가위를 사러 동네 마트를 갔다가 거기도 장난감이 가득이라서 어서 나왔다^^

진앤준 브라더스는 대형마트에 가는 걸 매우 좋아한다. 그곳에 가면 장난감의 파라다이스가 있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에서 보는 최신 애니메이션 주인공들(공룡 메카드, 쥬라기 캅스, 헬로카봇 백악기 등등)이 그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그들의 단골은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있는 이마트인데 이들이 아쉬워할 때는 쉬는 줄 모르고 갔다가 굳게 내려온 셔터를 볼 때다.

그나마 너네는 구경이라도 할 수 있지 아빠는 돌이랑 빈병이랑 공사장에서 버려진 목재 부스러기로 놀았다.^^

어릴 적에 엄마따라 시장에라도 갈라치면 뭐라도 하나 얻어먹을까 기대했는데 두 개구쟁이는 장난감이라도 하나 얻으려나 하는 거 같다. 하지만 절대 지지 않는 아빠~ 들어가기 전에 구경만 한다고 다짐을 받는다. 문 닫은 셔터를 보면서 애들은 아쉬운 한숨을 내지르지만 난 내심 기쁘다.ㅋㅋㅋ


개인적으로 가끔 문 닫는 건 애들 장난감 구경에 시간 안 뺏겨서 좋지만 마트 문 닫는다고 전통시장에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문제는 사회 변화와 유통구조의 선진화, 소비자의 눈높이 상승 등의 연유로 인한 것이지 마트 고객이 쉰다고 시장에 갈 건가는 다른 문제지 않나 싶은데...

<장난감 천국에 사는 진앤준 브라더스~, 대형마트도 예전만 못하다, 이유를 진단해 보겠니? 출처 :http://news.donga.com></div>

그런데 이런 대형마트의 기세가 한 풀 꺾였다. 웬만한 동네엔 하나씩 들어서던 마트가 이제 오픈한다는 소식을 들을 수가 없다. 동네상권 몰락의 주범으로 몰리던 대형마트의 위세가 예전만 못하다는 방증이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몇 가지만 집어보자면

1~2인 가구 중심으로 급격한 가구 구조의 변화다.(편의점의 증가세도 이런 이유가 있다.)

우리 집도 이제는 동네 마트(좀 큰 슈퍼?) 간다. 마트 가면 꼭 안 사도 될걸 사게 된다. 이게 가장 뼈아픈 매출 손실 아닐까? 이런 이유에 더해서 온라인 쇼핑의 점유율 증대다. 손 안에서 집 앞까지 5분이면 배달된다.

게다가 직구나 브랜드몰 등 다양한 제조사와 소비자 모두 유통에 휘둘리지 않으려 한다. 소비자는 현명하다.^^


우리나라의 유통구조가 혁명적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1993년 이마트가 국내 최초 대형마트를 도봉구 창동에 열면서부터다. 이런 변화를 단순히 매장의 대형화나 선진화로 설명하긴 부족하다. 한국에서 대형마트의 급격한 발달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1980년 대 후반 소득 증가와 해외여행 자유화, 수입자유화 등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마트가 자리 잡을 여건이 조성되었다. 내가 그 중심에서 자란 X세대 아닌가^^

아이러니한 것은 제목에 언급한 창고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의 전신인 프라이스클럽은 신세계와 코스트코가 제휴하여 오픈한 회원제 할인매장으로 1998년 신세계가 코스트코 본사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이 돈이 전국의 노란 물결의 종잣돈이었던 것이다. 그때는 정리했던 코스트코가 어엿하게 자라 밥 잘 사주는 누나들의 마음을 강타하고 있다.

<구글에서 검색되는 유일한 프라이스클럽 이미지, 출처:http://www.archidata.co.kr/>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대형마트의 성장세는 이미 그친 지 오래다. 이마트는 147개 매장을 정점으로 최근에 3개 점포가 문을 닫았고, 다른 두 대형마트도 출점을 통한 성장전략은 그만둔 모양새다.

그런데 이런 환경 속에서도 지속적인 높은 성장을 이루고 유통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기업이 있으니 바로 코스트코다(2017년 이마트 매출액 15조 9천억, 코스트코 매출액 3조 8천억인데 매장 수가 10분 1 임을 감안하면 점포당 매출이 엄청나다).

가장 최근에 이슈가 된 뉴스는 코스트코가 18년간의 삼성카드의 독점계약을 깨고 현대카드와 새로 밀월관계를 갖는다는 소식이었다(본사 코스트코가 아멕스와 오랜 관계였는데 삼성이 아멕스와 독점점 제휴관계였기 때문에 가능했었는데 미국에서 아멕스와 계약이 끝나면서 한국에서도 기회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이런 뉴스뿐만 아니라 코스트가 계속 성장하면서 장바구니 뉴스의 중심에 서 있는 모양새다.


언제부터, 왜, 무엇을 잘하고 있어서 소비자들은 코스트코를 찾고 있고 이슈메이커가 된 것일까?

2009년 내가 미국에 있을 때 사촌과 함께 살았는데 코스트코에서 주로 장을 보았는데 그때 19.99달러에 하이네켄 병맥주 24개를 살 수 있다는 거에 충격을 받았었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는 일이다~

코스트코의 인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코스트코의 영업방식을 알아야 한다.

<내가 살던 뉴저지 피스카타웨이시 근처에 있는 코스트코 매장인데 침대 매트리스까지 파는 거 보고 깜놀했었다. 근데 배달 안해준다. 직접 자가용 지붕에 싣고 가는 거 보고 한참ㅎㅎ>

1. 회원제 할인매장:연회비를 내는 회원만이 출입할 수 있다. 연회비가 아까우면 가지 않을게다

2. 취급품목수와 저마진 정책:월마트가 14만여 개, 국내 마트가 5~6만 개인데 반해 코스트코는 4천여 개란다. 거기다 대용량 판매로 더 싸다. 여기서 가격경쟁력이 나온다. 마진을 14~15% 제한하는 점도 한 몫한다.

3. 1 국가 1 카드 사용:가격경쟁력을 위한 또 다른 정책으로 1곳의 카드사와 독점계약으로 수수료를 낮춘다. 0.7%로 일반 수수료율의 1/3~4 수준이다. 최근에 현대로 바뀌면서 뉴스가 된 정책이 이거다~

4. 코스트코 시그니처 커클랜드:자체브랜드(PB) 커클랜드는 거의 모든 생활용품을 생산한다.(해외 유학생, 주재원들이 한국에 돌아와 커클랜드의 추억을 나눠서 코스트코가 인기를 얻었다는 전설이...)

미국 코스트코엔 주유소도 있는데 여기도 최저가여서 쇼핑을 가면 꼭 주유도 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인기인 피자나 핫도그 역시 항상 엄지 척, 나중에 미국인들의 쇼핑에 대해 한번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거 같다~참 독특하다. 독특해


독특한 영업방식이 서서히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었고 2000년까지 3개였던 매장이 2018년 15개로 늘게 되었다. 이마트는 매장 구조나 진열 방식 취급상품 등 코스트코의 영업방식을 가져다가 2010년 트레이더스라는 비회원제(가장 큰 차이?) 창고형 할인매장을 열게 되고 14개를 운영하고 있는데 계속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처음에는 트레이더스라고 했으나 이마트를 붙였다. 에어프라이어 열풍으로 대기중인 줄의 모습이다. ^^ 출처 : http://biz.chosun.com>

트레이더스는 이마트에서 전략적으로 확장해가는 분야 중 하나다. 이마트는 저성과 매장을 정리한다고 하나 대체로 도심 최적의 입지에 자리를 잡고 있고 오프라인에서 입지는 아직 탄탄하기 때문에 이마트와 투트랙 전략을 가지고 가면서 노브랜드나 피코크 등 전략 상품이나 소형 매장 등으로 차별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인 가구 증가 추세는 계속되고 온라인 쇼핑이 더욱 확대되는 환경변화에 적절한 전략인지는 숙고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집도 코스트코 상품을 구매하고 싶지만 대용량 상품을 구매하기 부담스럽고 특히 주말에 접근조차 하기 힘들어서 가진 않는다. 가끔 와이프는 동네 엄마들하고 같이 가서 사고 나누긴 하던데~


이런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창고형 할인매장 컨셉을 기존 매장에 접목함으로써 신규 출점이 사실상 불가능한 환경을 극복하려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내세운 곳도 있다. 이마트라는 큰 산과 코스트코라는 다크호스를 둘 다 상대해야 하는 홈플러스의 새로운 전략이다.

가봐야겠다. 궁금하다. 사실 쇼핑 좋아하는데 구경하는 거, 먹어보는 거 좋아하는데... 아껴야 잘 살지ㅜㅜ

마트의 소용량 수요와 창고형 할인매장의 저가 대량 구매의 장점을 소비자에게 동시에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국내 142개 점포를 가지고 있고 익스프레스도 356개를 가지고 있는데 신규 출점은 역시 힘든 상태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목적으로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 확장을 공격적으로 전개할 것 같다.   

<서울에 처음 선보이는 하이브리드 매장 목동점, 곧 간다. 기다려라~>

2018년 3월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의 장점을 모아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을 내겠다고 공헌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1호 대구점 2호 부산점을 오픈하고 서울과 대전으로 계속 리뉴얼 오픈했단다. 연말까지 20개를 전환하겠다고 하는데 매우 영리한 전략으로 보인다. “대형마트는 동선이 복잡하고 상품이 너무 많고, 창고형 할인점은 양이 너무 많다.”는 소비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마트는 고객이 일반 가정 소비자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도 많아서 지금 여건에서 가장 최선인 하이브리드 전략을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스페셜은 매대 간격을 넓혀서 창고형 할인매장형 대형 카트도 이동하기 편하가 매장 구조를 변경하고, 소용량ㆍ대용량을 한꺼번에 진열해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키웠다고 한다. 홈플러스의 최조 매장(당시는 프랑스계 업체인 까르푸)인 목동점을 리뉴얼함으로써 상징성도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

뉴스들을 좀 살펴보니 대구점과 부산점의 객단가가 기존 대비 45% 이상 신장하는 등 짧은 기간의 성과라 아직 섣부른 판단이긴 하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직 성과를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유통업체들이 다양한 시도로 소비자에게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애들 마트 간 이야기를 쓰다가 마트를 한 번 건드렸더니 너무 큰 벌집을 건드린 기분이다. 사실 몇 가지 언급하지도 않았는데도 꽤 길다. 소비자 가장 가까이에 있는 유통업태이기 때문에 할 이야기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

앞으로 한국에서의 마트는 어떤 행보를 걸을지 가볍게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하고 오늘의 마케팅 일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1. 전통적 유통전략을 버리고 카메레온 전략으로 승부한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유통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전략은 전혀 달랐다. 하지만 지금은 그 구별이 의미가 없다. 거기다 온라인은 가격경쟁력이 있다. 국내에서는 소매 규모 중 20% 정도가 온라인에서 일어난다. 미국은 9% 정도다. 더 늘어나겠지만 온라인이 독식할 일은 없어 보인다. 아마존이 일으킨 온라인 혁명은 온 유통을 바꿀 거처럼 많은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아마존이 홀푸드를 산 이유가 있다.

미국에서는 월마트를 선두로 오프라인으로 시작한 회사들의 반격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마트가 대부분 도심형 매장이다. 이는 온라인만 가진 업태들이 가지지 못한 최고의 경쟁력이다. 다만 급변하는 사회환경에 어떻게 적응하고 더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어떻게 충족시켜 줄 것인지가 숙제가 될 것이다.

2. 소비도 놀이다. 구매 경험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과거 소비는 누구나 쉽게 누리는 일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소비 자체가 놀이의 시대다. 소비를 통해서 자신의 의미를 찾고 표현하고 있다. 또한 내가 무엇을 소비하냐에서 어떻게 소비하냐가 더 중요한 시대다. 이런 시대의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구매 여정 중에 느낄 감정이다. 얼마나 긍정적이고 즐거운 경험을 했느냐가 구매 여정에 발을 내딛는 첫 번째 요소가 될 수도 있다. 모든 대형마트가 내세우던 EDLP(Everyday low price)가 잘 안 보인다. 온라인의 등장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무조건 싼 것이 능사가 아니란 사실을 자각한 지 오래되었단 의미이기도 하다.

소비자가 소비를 고려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소비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소통하고 긍정적 감정과 기억을 남겨주려는 기업은 선택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언택트 시대라고는 하나 여전히 사람이 그리운 시대고 디지털 시대라고 하나 여전히 사람은 아날로그이고 아날로그 공간에서 존재한다. 이런 다양한 사회환경에 적절한 대응을 하고 소비 자체를 놀이로 느끼게 해주어야 하는 곳을 소비자는 찾을 거라 생각한다.

가볍게 정리한다고 했는데 거의 유통 리포트가 되었다. 에고고

내일은 좀 더 가벼운 이야기를 해야겠다. 주제가 크니 할 얘기가 많아진다. 이제는 작은 걸로~~


http://cl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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