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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Sep 13. 2018

AI스피커 너의 이름은?(ep.2)

마케팅일기 - 2018년 9월 13일 목요일 날씨:오랜만에 구루미

이 아이템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하신 애독자가 라디오 사연에 뽑힌 거 같다는 피드백을 해주셨는데 각 회사가 내놓은 호출어에 대해 알아보았고 오늘은 이어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웬만한 미래를 준비하거나 모바일 기기의 선두주자들이라면 다 AI(인공지능이라고 하기엔 아직은...) 스피커(한 구독자는 자신의 회사에서도 미국 시장에 관련 상품을 내놓을 때 관련 공부를 많이 하고 관심도 많다며 미국에서는 그냥 스마트 스피커 정도로 부른다고 합)를 내고 있는데 대부분의 이용후기를 보면 말하는 스피커 정도로 평가절하 되어 있다. 대부분 음악 감상과 날씨 물어보는 정도다. 아직 우리나라는 걸음마 단계로 보인다.

아직 초기 단계라 하지만 저 정도 기능을 위해서 굳이 저 스피커를 사야 할 필요는 잘 모르겠다. 공짜로 주면 모를까? 하지만 기업들은 미래 먹거리를 위해 합종연횡을 하고 초기(초기는 이미 지난 거 같긴 하지만) 시장 선점을 위해서 난리인 상태다.

관전 포인트는 스마트기기 제조사와 플랫폼 사이의 역학관계 그리고 국내 서비스 제공자와 글로벌 플랫폼 기업 간의 경쟁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이다. MS는 아무래도 PC 기반이다 보니 아마존과 손을 잡은 것으로 보이는데 결국 커머스(아마존)-제조사(애플, 삼성)-플랫폼(구글)의 역학관계가 어떻게 풀릴지 궁금하다.


미국의 사정은 좀 다른 거 같다. ‘Voicebot Smart Speaker Consumer Adoption Report 2018’

에 따르면 미국 성인 4730만 명이 AI스피커를 활용하고 있다는데 출시 2년밖에 되지 않은 스마트 스피커가 20%의 보급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은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하게 보더라도 매우 높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보이스 쇼핑 사용비율이다. 미국인의 26.5%가 보이스 쇼핑을 이용해 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커머스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보인다.

ep1에서 링크한 아마존 유튜브 영상에서 보듯이 미국 워킹맘이 퇴근해 돌아오면서 개밥을 시키고 쓰레기봉투를 주문한다. 문제는 특정 브랜드를 주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추천을 해달라고 하기도 하고 추천해준 제품을 그냥 구매하라고 명령한다. 아래 링크한 아마존 대시 영상에서는 대시를 통해서 냉장고를 스캔하고 음성으로 주문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 PB(Privat Brand:유통업체가 제조사를 통해 만드는 자체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많이 올라갈 것이고 유통사의 힘은 더욱 커지고 시장 지배자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아마존에서 아마존 Basic의 많은 상품들이 카테고리 1위를 하고 있는데 보이스 쇼핑이 더욱 활성화된다면 이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특히 브랜드가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생필품들은 아마존 천하가 될 것으로 보인다.

https://www.youtube.com/watch?v=s7IExS483wE

아마존의 많은 기술개발과 지원 프로그램들은 모두 이를 강화하기 위한 도우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 스튜디오나 뮤직, Book, 사진 등 모두 아마존 생태계를 위해 존재하니 말이다. 아마존은 오프라인에서 시작하지 못했기 때문에 온라인 독식을 바탕으로 꾸준히 오프라인 영역으로 발을 더 내밀 것으로 예상된다.

거기다 2017년 후반기에 론칭한 아마존 Key를 보면 아마존이 소비자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려는지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


AI스피커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아직 생활 전반에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LG 가전과 연동된다고 하는데 우리 집에도 새로 산 LG건조기에 와이파이로 연결되는 데 사용해본 적이 없다. 현재 AI스피커로 음악을 많이 듣는다는데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다면 사실 일반 스피커 쓰면 되는 게 현실이다. 광고에 보이는 많은 허상들이 꿈을 심어주고 아이들이 AI스피커와 TV를 연동해 공부하는 모습도 나오는데 얼마나 이용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최근에 SK브로드밴드가 TV광고를 통해 유아동 콘텐츠를 강화하는 걸 보니 LG유플러스의 선전에 자극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는 사실 3위 주자이기 때문에 해볼 수 있는 게 더 많은데 지금 같은 사회 트렌드에서 더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가 동영상 시장의 85%를 차지한 현실에서 넷플릭스의 영토확장이 더욱 거세지고 혹시나 아마존이 한국에 진출하면서 아마존 스튜디오까지 가세한다면 사실 한국의 플랫폼은 구글과 넷플릭스와 아마존으로 페이스북으로 정리되는 모습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구글 홈 한국어 서비스와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되는 가전회사는 LG다. 삼성은 자체 생태계를 채택했고 LG는 개방형 생태계(이미 2017년 CES에서 알렉사를 탑재한 냉장고를 선보인 바 있다.)에 올라탄 모양새다. IT전문가는 아니지만 지금 사회 흐름으로 봐서는 개방형 생태계가 생존할 수밖에 없어 보여서 사실 삼성의 행보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긴 하다.


AI스피커가 더욱 진화하고 모든 가정에 하나씩 가지게 되는 날을 그려본다면 몇 가지 예상되는 모습들이 있다.

1. 플랫폼에 오른 자, 제외되는 자의 극명한 행보 차이가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아마존이 6, 구글이 3, 기타 1 정도의 비율로 AI스피커가 분포되어 있다. 아마존 제프 베조스의 혜안이 빛나는 구조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스마트폰 운영체제의 80%가 안드로이드 즉 구글이다. 스마트폰과 AI스피커는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밖에 없고 구글이라는 플랫폼에 타는 자와 타지 못하는 자로 구분될 것인데 유튜브까지 가지고 있으니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서비스를 탑재하려는 구글은 이제 서비스 프로바이더들을 고를 텐데 간택된다면 생존할 것이고 변방으로 떨어진다면 힘든 시기를 예상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삼성과 SKT 등 통신사는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넥스트 전략을 가져갈 것인지 중요하고 이는 국내 전체 시장에 줄 영향력이 어떻게 시장을 변화시킬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2. 기업의 고객 세분화가 매우 섬세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생태계에 들어온 고객에 한해서겠지만 가족의 목소리까지 모두 구분하여 서비스가 되기 때문에 기존에 기업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개개인 취향 분석이 가능해지고 이를 통해 정확한 타깃 마케팅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AI스피커를 내놓은 통신사들은 스마트폰과 AI스피커에서 연계된 데이터들에 집중해야 그나마 현재 생태계에 기회가 보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플랫폼에 올라탄 기업들은 이를 배경으로 더욱 잘 설계된 마케팅 전략 수립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도 철저하게 더욱 개인화로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품이나 서비스도 그에 맞게 준비하는 기업에게 더욱 기회가 오지 않을까?

3.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제조사들의 행보도 많이 변할 것으로 보인다.

AI스피커 생태계에 적응하는 기업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긴 한데 문제는 그렇지 못할 기업들이 문제가 크게 될 것으로 보인다. AI스피커 시장은 특히 커머스 시장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존도 그 시장을 보고 지금까지 많은 자원을 투입했다. 이 시장에 종속되는 제조사들은 자체 경쟁력으로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의 종속되는 형태로 지속가능성을 위협받아야 하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에 어떤 전략으로 생존할 것인지 지금부터 예상 시나리오를 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직 국내 시장에서 커머스에서 영향력은 정말 미미하지만 점점 더 확장될 것은 자명하여 이에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4. 커뮤니케이션 채널도 AI스피커나 이와 연계된 영상 채널 등으로 집중될 것이다.

현재도 TV광고 등 매스미디어들의 커뮤니케이션 영향력은 줄어드는 데 더욱 심화될 것이다. 유튜브나 커머스 채널들은 소비자의 모습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서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의 역할도 앞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미 아마존은 이런 맞춤형 AD시장에서 괄목할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HA69lCd1ZM

아직 AI스피커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사실 어떤 모습으로 범용화 될지 더 두고 봐야겠지만 많은 유용한 일들을 할 것으로 기대되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사실 딱히 많이 기대되지 않기도 하다. 지금 AI스피커들이 하는 일들이 속도나 효율성에서 과연 현재 사람의 손놀림이나 직관보다 월등하게 남다른 효용을 줄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선풍기 하나 키는데 굳이 호출하고 명령어를 하는 게 빠른지 옆에 있는 리모컨이나 손으로 버튼만 누르는 게 나을지(이건 집이 작은 내 기준이지만) 지금은 언론에서도 보여줄 수 있는 게 이런 거뿐이라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썩 매력적이진 않다.

인간의 일상에 AI스피커가 얼마나 개입할 지에 대해서 그리고 복잡한 문제들에 대해서 어떻게 쉽고 자연스럽게 풀어갈지가 핵심이지 않을까 싶다.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인 가격에 대한 것도 관건이다. 굳이 선풍기 돌리려 AI와 연동되는 선풍기를 구매하거나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콘센트를 구입해야 하는 데 사용범위가 확장된다면 이런 기능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하더라도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커버할 확실한 효용을 제공해야 한다.  

현재 AI스피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는 시장을 만들어가기 위한 기업들의 환상 만들기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영화 <Her>의 아만다 수준으로 대화가 가능해지고 심지어 사랑에 빠질지도 모른다면 모를까 아직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아만다는 언제나 등장할 것인가?^^


http://cl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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