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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Sep 07. 2018

배달의민족이 효자손을 배달한 이유

마케팅일기 - 2018년 9월 7일 금요일 날씨:세월처럼 빠르게 시원

어제 5시간의 워크숍과 이후 식사시간에도 이어진 거의 워크숍으로 8시간을 보내고 아침에 몸은 천근만근이다. 사무실에 이르러 내게 도착한 2개의 택배 상자(6살 진이에게 박스가 우리말로 뭐냐고 했더니 택배란다.^^)가 있었다. 하나는 노트 9 구매 시 준 T기프트중에 불량이어서 서비스센터까지 가게 만들었던 그래서 다시 보내온 화면 보호필름과 다른 하나는 배달의 민족에서 온 효자손이었다. 배달의 민족의 택배 상자는 받을 때마다 항상 기분이 좋다. 박스엔 60초 후에 공개됩니다가 인쇄되어 있었고 박스테이프도 그리 되어 있다. 배달의민족! 집에서 배달음식 시켜먹을 때 냉장고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배달음식점 전화번호를 보고 전화를 걸지 않아도 되게 해준 푸드테크 회사 배달의민족이 출시한 새로운 상품 효자손이다.

<언박싱 해놓은 효자손의 단아한 모습>

어떤 이들은 그럴지도 모르겠다. 배달의민족이 왜 효자손을 만들었을까? 배달 O2O 서비스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졌다면 되도록 본질에 집중하자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한번 구매해보고 살펴보기로 했다.


1. 효자손 출시에 담긴 의미

내가 배민의 마케터는 아니니 이 효자손을 출시한 정확한 이유와 과정을 알지 못하나 유튜브 영상과 페북 일부 정보를 고려하여 보았을 때 현재 배민에서 기존에 다양한 굿즈(배민 문방구에서 팔고 있다. 일부 오프라인도 있는 것으로 안다. CU랑 콜라보도 했던 거 같고) 외에 새로운 것을 내놓고 싶었을 것인데 그것이 바로 효자손일 거 같다. 그냥 아이디어로 생각해낼 수도 있다고 보지만 효자손을 내놓은 이유는 배달의민족의 메인 타깃이 1인가구(우라니라 1인 가구는 2010년 추계에 따르면 2020년에 전체 가구구조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와 패스트푸드나 배달음식에 익숙한 세대인 20~30라 생각되는데 이들이 혼자 살 때 필요한 물건에 대해서 고민해 보았을 것이고 그중에 배민의 커뮤니케이션 아이템으로도 쓸만한 거기다 새로운 해석이 가능할 법한 걸로 골랐을 거 같다. 거기다 곧 추석이 아닌가? 아님 말고^^


어떤 이는 왜 배달의 민족이 이런 거까지 만들까 생각할지도 모른다. 특히 O2O 서비스에 부정적 관점을 가졌다면 배달 서비스에 집중해서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어주라는 멀리간 얘기까지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배달의민족의 성장 스토리를 조금이라도 들어본 분이라면 이해될 부분일 것이다.
모바일 찌라시라는 콘셉트로 시작한 배달의민족이 지금과 같은 성장 스토리와 네임밸류를 가지기까지를 살펴보지 않고선 이해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는 서비스이고 우아한형제들(회사 이름)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했을 영역이다. 다만 회사를 키우기 위해서 비즈니스를 알리기 위해서 선택한 B급 정서와 키치의 문화는 이 서비스와 별개로 메인 타깃의 놀이가 되었고 배달의민족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게 만든 중요한 장치 중의 하나였다.

배달의민족도 소비자와 공급자 사이를 잇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유형의 모습으로 비즈니스와 브랜드를 유형으로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고 그것이 TV광고나 잡지 광고, 굿즈 출시 등임을 생각해본다면 당연히 유지하고 더욱 발전시켜야 할 일이라 본다.


그리고 모든 비즈니스가 마찬가지지만 배달의민족이 가진 서비스의 핵심은 경험이다. 모바일에서 음식을 배달하는 모든 과정과 결과물이 배민 서비스의 결과물이 되기 때문에 순간순간 터치포인트에 긍정적 경험을 심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고 보이지 않는 배민의 이미지를 형상화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나 소비자에게 보이는 상품들을 통해서 이를 일신해야 한다.


다만 이제 회사의 규모나 소비자의 기대에 맞춰서 마냥 스타트업의 모습으로 계속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좋으나 이제는 좀 더 프로의 모습을 기대하기도 할 것이다. (저번 치믈리에 자격시험에서 일어난 동물보호 관련 이슈도 그만큼 배달의민족이 자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었다 생각한다.) 회사의 성장에 에반젤리스트가 단초가 되었다면 넥스트 스텝에 들어오는 소비자들은 그 모든 과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Lim_zIvDqmI

그리고 내적 목적으로 소비자들은 크게 상관없는 일(사실은 많이 상관있는 일)이지만 회사 내부적으로 직원들을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고전적인 의미의 일만으로는 직원들의 사기나 성장을 이루는데 한계가 있고 재미난 프로젝트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일을 찾고 만들어가고 경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일이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꿈보다 해몽이라면 알려주세요~~ 너무 심각했다.


2.  언박싱 리뷰

우선 큰 박스에 비해 실물 박스는 작았다. 굳이 새로운 박스를 제작할 것까지 없었겠지만 실물이 배송된 박스는 실물제품이 10개는 들어갈 거 같았다. 그리고 열어본 박스 안에서는 애플의 셀카봉이 들어있을 법만 길이의 박스가 들어 있었고 옆에는 굴러다니는 카드가 2개 들어 있었다. 처음에는 굿이라는 카드만 있는 줄 알았으나 박스를 버리려고 보다가 효도하자라는 카드도 있었다. 버려질 뻔했다.

오늘 페북에 등장한 한 회사의 이벤트 문구가 생각이 났다. 펀샵이 진행하는 이벤트 문구가 이랬다.

<내 정서일지도 모르겠으나 효도를 대신하는 것은 부모님이 썩 좋아하진 않을 듯...도와드리는 정도면 되지 않나?>

암튼 아이폰 박스스러운 흰 상자는 얇은 투명비닐로 1차 포장이 되어 있었고 이를 열어보니 휴대폰이 들어있는 것과 같은 형태의 내부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카드는 제품 기획 단계에서 이야기가 안된 건지 모르겠지만 박스에 같이 들어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거 같다>

본품 박스의 내용물은 사용설명서와 효자손이 들어 있었고 효자손은 모던하고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고 있었다.

미니멀한 사용설명서에는 7개 국어로 된 상세한 상품 설명서가 들어있었는데 글로벌 기업들이 사용설명서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거에 비해 늘리기 위해 노력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 그리고 배민의 비전이 느껴진다. 최소 저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를 다 커버하는 배민이 되기를 바란다.

그 내용은 상품개요와 긁기에 가장 좋은 각도 64.5도를 찾아낸 과정, 최적의 그립감 등에 대해 설명이 되어 있었고 효능과 부작용 등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효자손 활용법 101가지라고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11가지이고 나머지 90개는 직접 찾아보라는 가능성을 남겨두었다(효자손을 회초리로 1대 때리기~~ 90번 때리기). 긁는 방법을 그림으로 설명해주고 취급 시 주의사항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기존 효자손이 아마도 제작자의 감에 의해 각도가 조절되었다면 배민 효자손은 연구소에 연구한 흔적이 보인다. >

가장 중요한 실물 효자손은 화이트 색상에 끝에는 구멍을 내어 어디에 걸어두라고 되어 있으나 요즘 인테리어엔 못 박을 곳이 별로 없으니 많이 걸 거 같지는 않다. 배달의민족이 양각으로 되어 있는데 잘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요즘 럭셔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로고리스와 빅로고 사이에서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홈은 5개를 만들어서 손에 최대한 가깝게 만들어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인간의 아날로그 감성을 심으려 노력한 것 같다.

한 가지 아쉽다면 안쪽면에 30cm 눈금을 넣었다면 비상시에 자로 활용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이고 문방구라는 카테고리를 유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름도 '효자'로 하고^^
지문자국이 많이 남는 ABS소재라는 점이 관리에 어려움이 좀 있어 보이나 화이트 컬러가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색상이 화이트 하나라는 점은 아쉽지만 조만간 효자손 레드가 출시되지 않을까 싶다.


페이스북의 포스팅에 이름에 대한 논쟁이 좀 있었는데 효자손이라는 고유명사를 계속 사용한 이유에 대한 것이었다. 미니멀리즘에 전통적 명칭을 사용하여 좋았다는 분도 있었고 왜 효녀손은 없냐라는 의견으로 한때 페북 라인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으나 "자"를 자식으로 보자는 의견으로 마무리되었다. 검색해보니 효녀손 바디 브러시가 있었다. 나는 제3의 손결이나 카시원작대기, 혼자서도잘해손 등의 의견을 제시했고 다른 페친들은 혼자손이나 내손보다네손 등의 소중한 의견을 내주었다. 모델로는 국내로 귀화한 축구선수 신의손이 제안되었고 나는 김병지에 한 표를 던지기도 했다.

이 정도면 언박싱 세계에 발을 좀 담가도 되려나?

구매좌표

http://store.baemin.com/shop/main/index.php

오늘의 마케팅 일기 끝~~

http://cl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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