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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Sep 27. 2018

어쩌다 PPL 대놓고 PPL

마케팅일기 - 2018년 9월 27일 목요일 날씨:완연가을맑

진앤준 브라더스는 본의 아니게 마케팅 일기의 준주연이 되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등장~ 추석 연휴 동안 엄마가 아파서 힘들어했는데 연휴 마지막에도 썩 좋아지지 않아서 두 형제를 집에 두기엔 엄마에게 큰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이 형제를 데리고 영등포 타임스퀘어로 향했다. 계획은 이랬다. 이마트 장난감 코너에 우선 풀어둔다. 들어가기 전에 오늘 사는 것은 없다고 다짐을 받고 구경만 하기로 한다. 그리고 한 시간쯤 돌아다니면 기운도 빠지고 배도 고플 터 그러면 같은 층에 있는 발재반점에 가서 찹쌀 탕수육과 짜장면 하나를 시켜서 탕수육은 둘이 다 먹고 짜장면의 일부는 내가 먹는다. 그러면 대략 3시간 정도가 지난다. 왕복하는 시간까지 하면 4시간, 거기다 돌아오는 차에서 이 개구쟁이들이 잠들면 금상첨화였다.

하지만 시나리오대로 흐르지 않는 것이 인생이지 않은가? 마트에 들어서 한참을 돌아보던 준이는 좋아하는 반다이의 애니멀 킹 작은 사이즈를 보자 이렇게 말한다.

"아빠 왜 이거 안 사줘?"

"응 집에 큰 거 있잖아~"

"큰 거는 있는데 이건 작은 거잖아 왜 안 사줘?"

"~~~"

한참을 웃다가 이벤트 나온 누나들이 요괴 메카드를 풀어놓자 한참을 가지고 놀다가 중국집으로 향했다.

<요괴메카드는 공중파 지원을 못 받았는지 케이블에서만 방영되고 있지만 귀신같이 유튜브에서 보고 사달란다>

최근 남북 정삼회담에서 어쩌다  PPL로 화제가 된 브랜드들이 있는데 사실 엄밀하게 PPL의 정의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여기서 잠깐 PPL이 무엇인지부터 알고 가자. 대중문화사전에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Product Placement’의 약자로, 특정 상품을 방송 매체 속에 의도적이고 자연스럽게 노출시켜 광고 효과를 노리는 광고 전략을 말한다.

여기서 두 가지가 중요하다. 의도적이어야 하고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두 가지 포인트를 가장 잘 적용하는 PPL은 TV 애니메이션이 아닐까?


진앤준브라더스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중에 헬로카봇이 있다. 벌써 시즌 6을 진행하고 있으니 장수 프로그램 중에 하나다. 이 애니는 철저하게 로봇 장난감을 팔기 위해 제작되었다. 애니메이션은 거들뿐이라는 거다. 애니메이션 제작비가 상당히 많이 드는데 사실 방송국 입장에서는 이런 애니메이션 제작비에 돈 쓸 여력이 없다. 시청률이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해서 애니를 제작해오면 방영해주는 수준이다. 그런데 업체는 뭘로 돈을 벌 것이냐 결국 장난감 판매로 이어지는데 가장 비즈니스적으로 제대로 된 PPL을 하고 있다.

매우 의도적이며 아주 자연스럽다. 스토리도 매우 자연스럽다. 시즌1~2까지는 현대차가 주인공이었으니 더더욱 그랬다. 요즘은 좀 억지스런 로봇들도 있지만^^ 장난감들이 주인공이니 로봇 만화가 자연스럽지 않은 게 이상하다.

물론 어린이날이나 설, 추석 때 갑자기 새 로봇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 데 뭐 애교로 봐줄 만하다.

그런데 이번 추석을 앞두고 헬로카봇에 갑자기 친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서울에 등장하고 추석도 아닌데 윷놀이를 했다. 그런데 거기 나오는 윷놀이 자동차(?)가 심히 의심스러웠다.

'아 저건 추석용 제품이 나왔다는 뜻인가?' 아니나 다를까 그다음 주에는 로봇들이 윷놀이를 하고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XskFQrwyqc

이런 게 진정한 PPL이 아닐까?


남북정상회담 기간 중에 여러 개 브랜드가 이슈가 되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브랜드들의 노출은  엄밀하게 PPL이 아니다. 의도하지 않고 그냥 브랜드가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먼저 벤츠는 뭐 정상회담 단골 안주거리니 그냥 넘어가자. 세계 정상들의 방탄차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차니까 뭐 사실 뉴스거리도 아니다. 그리고 이설주의 샤넬백이 등장했는데 북한에서도 명품은 샤넬이구나 이런 이야기다. 샤넬이야 굳이 PPL 아니하여도 되는 브랜드니 통과~

여기서부터 등장하는 브랜드들이 이슈가 되었는데 삼다수는 한라산 물이라고 했지만 엄밀하게는 그냥 제주도 물이다. 백록담 물을 구할 수 없어서 삼다수로 대체한 거 같은데 뭐 시장점유율 1위 업체에게 그냥 덤같은 PPL이다. K2등산복이 그래도 수혜주가 아닐까 싶은데 급작스런 일정에 통일부에서 250벌을 준비하느라 힘들었다고 한다. 낙점 이유는 개성공단 입주업체였다고 하니 나름 담당자가 신경 좀 쓴 거 같다.


가장 큰 이슈의 어쩌다 PPL은 모나미의 네임펜인데 뉴스에도 나왔지만 정상회담 서명용으로 격에 맞다 안 맞다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의전을 준비해 본 사람이라면 이 펜은 의도적으로 사용되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일정이나 소품을 다 챙기는 담당자가 서명 시에 쓸 펜을 갑자기 자기 주머니에서 내놓는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모나미는 디자인이 유려한 서명용 네임펜을 한정판으로 내놓는 것도 고려해 보면 좋을 거 같다. 라미 같은 디자인이라면 말이 안 나오지 않았을 것을 ^^


PPL을 가장 많이 하는 곳이 영화나 드라마인데 영화나 드라마에서 어색한 PPL을 보면서 실소를 금치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황금빛 내 인생에서 그룹 회장님과 사모님이 니산의 맥시마를 타신다. 물론 모든 그룹 회장님과 사모님이 몇 억짜리 차를 타는 건 아니지만 이런 부자연스러움은 좀 그렇다.

예전에 용팔이라는 드라마에서 주원과 김태희가 갑자기 방을 검색을 하면서 직방이 나왔다.

<이런 친절한 카메라워크라니. 출처 :https://www.huffingtonpost.kr/2015/09/02/story_n_8080348.html>

이런 PPL의 역사는 길다.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1873년에 출간된 80일간의 세계일주에는 운송 물류회사가 언급되었단다. 라디오 방송에서는 1930년부터 시작되었는데 Soap Opera란 이름은(우리의 아침드라마 같은^^)는 비누회사의 협찬에서 시작되었다.

PPL하나가 기업의 명운을 바꾸기도 하니 PPL을 할 때는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좋을 텐데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그런 PPL을 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역사물에 PPL 하면서 시대에 맞게 하려는 시도는 좋지만 PPL 없으면 제작이 어렵다는 거 자체가 아쉽다.

유명한 선글라스 회사 레이밴은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위험한 청춘>과 <탑건> PPL을 통해서 기사회생했다고 한다. 굳이 "이 선글라스 멋지지"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PPL의 모범답안이 아닐까?

<탑건을 통해 최고 스타로 떠오른 톰크루즈가 레이밴을 살렸다. 출처 : https://www.independent.co.uk>

PPL을 위해서 마케터들이 고려해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 우리 상품이나 서비스가 작품 전체의 스토리에 녹아들 수 있느냐?

한 컷 내용 중에 한 두 마디로 PPL을 만들 것이 아니라 작품 전체 라인중에 이 상품이나 서비스가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하는 것은 감독이나 PD의 몫이 아니라 협찬사의 몫이다. 자신의 상품이 희화화가 되고 안되고의 차이는 담당자의 고민하는 만큼의 차이다.

자동차 회사라면 당연히 자동차 추격신이 많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염두에 둘 것이고 가전제품 회사들은 일상생활이 많이 나오는 드라마를 선호할 텐데 대놓고 PPL을 하면 회장님은 좋아하겠지만 소비자는 싫어할 것이다. 자연스러운 PPL만으로도 충분한 제품 자체의 힘을 믿어보면 좋지 않을까?

둘째, 잦은 노출이 능사는 아니다.

2018년 PPL전쟁의 중심에 무선청소기가 있었다. 영국의 다이슨이 프리미엄 청소기 시장을 휩쓸자 엘지와 삼성이 추격을 했고 다이슨도 뒤질세라 PPL을 엄청해댔다.

특히 예능에서 뭐 그리 청소를 자주 하는지^^

잦은 노출은 다른 곳에서도 가능하다. 예능마다 드라마마다 나오는 청소기가 극의 흐름이나 부정적 시선을 만들어주진 않을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셋째, 상품이나 서비스의 파급효과까지 고려하자.

태양의 후예란 드라마가 대박이 났다. 외국인 줄 알았던 촬영지는 태백이었는데 그 장소에 가려고 하니 다 사라지고 없었단다. 관광객들의 문의와 높은 분의 언급으로 뒤늦게 세트장을 다시 세금으로 지어놓았단다. 이거 참 낭비 아닌가? 제작사가 만들어 놓은 세트를 지역에서 인수만 해서 관리하는 식으로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물론 대박 날 줄 몰랐겠지만 그래도 주인공이 송중기 송혜교였는데...


자본주의 시장에서 PPL은 공기와도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PPL에 노출되고 이에 관심을 갖고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콘텐츠 자체의 목적에 충실하지 않는 PPL은 존재 자체의 의심을 받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인 듯싶다. 대놓고 PPL인 애니메이션이 아니라면 말이다. 어쩌다 PPL도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의도하지 않는 상황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쩌다 PPL이건 대놓고 PPL이건 마케팅의 기본에 충실한 PPL이 되었으면 좋겠다.


http://cl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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