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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Sep 23. 2018

이연복 셰프 현지에서 먹힐까? 안 먹힐까?

마케팅일기 - 2018년 9월 22일 일요일 날씨:한가위

학교 다닐 때 장래 희망은 방송 프로듀서(소위 PD)였다. 고등학교 때 학교와 과를 선택할 때 신문방송학과를 선택하고 싶었으나 가고 싶은 곳 점수가 높아서 인문대를 그냥 선택했지만 학교 다닐 때 대학 방송국에서 기자를 해보기도 하고 방송국에서 일하는 선배들을 찾아다니기도 했었다.

<학교 방송국 책상에 앉아 멘트를 쥐어 짜고 있는 모습!! 설정샸 티난다>

4학년 때 지상파 몇 곳에 원서를 내기도 했지만 다 떨어졌고 마지막으로 간 곳이 MBC 아카데미였는데 그때는 여기 다니면 다 PD가 되는 줄 알았다... 여기서 만난 동기들은 방송국 PD로 광고 감독으로 학교 교수 등을 하고 있는데 그때 만났던 한 동기는 일본 유학파였고 일본에서는 먹는 방송이 인기라며 우리나라도 그런 날이 올 거라 했었다. 그 후로 몇 년이 흐르고 방송은 정말로 먹방의 시대가 되었고 요즘은 그 형식도 다양해졌다.


먹방의 효시는 MBC의 <찾아라 맛있는 TV>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맛있는 집을 찾아다니는 것이 주를 이뤘다면 요즘은 쿡방과 재료를 직접 찾는 프로그램까지 다양해졌다. 종편이 등장하면서 더 활발해졌는데 특히 tvN이 그 중심에 있다. 삼시세끼, 윤식당은 해외에서 포맷을 따라 하는 등 이슈도 등장할 정도다. 최근에 이런 포맷 더하기 해외에서 쿡방을 하는 아이템으로 인기를 얻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현지에서 먹힐까>다. 포털에 자주 등장하길래 카카오TV를 통해 올라온 짤방을 연이어 시청했다. 왜냐면 우리 집에는 공중파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 예전에 케이블과 공중파 사이에 재전송 문제로 방송을 끊자 케이블도 끊어버렸다. 그리고서는 애들이 애니 케이블만 볼까 봐 신청을 안해서 지금까지 채널이 6개밖에 안 나온다.

https://www.youtube.com/watch?v=jTkv1Vc3GzY

<현지에서 먹힐까 예고편 먹히니까 방송하겠지 ㅎ>

암튼 현지에서 먹힐까를 보면서 몇 가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1. 과연 현지란 어디인가?

음식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왔기 때문에 문화적 색채가 굉장히 강한 문화중에 하나다. 그래서 사실 먹는 문화에 대한 이슈는 지금도 자주 나온다. 프랑스 배우가 한국의 식문화를 비판한 것은 큰 이슈에 해당하고 해외여행 프로그램 등에서 현지 음식을 제대로 못 먹는 경우도 나오고, 특이 식재료(전갈, 바퀴벌레, 각종 곤충 등)로 인해 거부감을 느끼는 에피소드도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이제는 음식문화는 고유문화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온다.


과거에는 해외 음식들이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현지화 과정을 거쳤다. 베트남 쌀국수도 많이 한국적 입맛으로 변해서 프랜차이즈로 한참 주가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해외여행에서 맛 본 음식 그대로를 다시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현지화된 음식이 아닌 그곳 그대로의 맛을 찾아다닌다. 그래서 이태원의 음식들이 한때 인기를 끌었고 요즘은 일본 현지 음식 그대로를 메뉴로 내놓은 집들이 인기란다.


현지에서 먹힐까를 보면서 현지의 의미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중국에서 먹히면 현지에서 먹히는 것일까? 어떤 의미에서 아이템을 정하고 제목을 정했을지는 알겠지만 중국 음식이 중국에서 오긴 했지만 한국의 중식은 한국화 된 중식이다. 중식(中食)과 중식(中式)이 구별되어야 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중식(中食)은 중국에서 유래하여 한국화 된 식문화를 말하고 중식(中式)은 중국의 조리식대로 먹는 거다. 요즘 훠궈 집이 유행이던데 물론 이 훠궈도 한국식에 좀 맞게 변형되었겠지만 훠궈는 중식(中式)이 아닐까? 이런 생각에 현지가 어딘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지는 수입지에 해당하니까 엄밀히 따지면 고향이란 말이 더 맞는데...^^

<수입차 내비는 장식용이었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7/20/2016072002345.html>

쓸데없는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마케팅에서 현지의 의미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로 확장해 본다면 꽤 중요하다고 본다. 수입차는 내비게이션 현지화가 안되어 매우 불편하다는 이야기가 최근까지 있었다. 물론 이제는 스마트폰이 내비를 대체하고 거기다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 등으로 현지화가 크게 의미가 없어졌지만 한국의 내비 기술은 암튼 세계 최고 수준인 건 맞는 거 같다. 그리고 BMW의 화재로 인해 현지화에 대한 이슈가 등장하기도 했다. BMW에 장착된 EGR밸브가 한국에서 생산되어 좀 다르다는 이슈도 있었다.


2. 이연복 셰프는 어디에 선들 안 먹혔을까?

첫 시즌일지 모르겠으나 에피소드가 몇 개 나간 지금 이연복 셰프가 만든 음식이 중국인들에게 먹히냐는 것인데 우선 장소가 산동성 연태시다. 북한 바로 건너편이고 연변을 다녀본 사람도 자주 나오고 연태대 학생들이 한국에서 유학을 했다는 둥 한국문화에 크게 거부감이 없는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중요한 또 하나는 한국에서도 톱클래스에 해당하는 이연복 셰프가 만든 음식이 사실 어디에선들 안 먹힐 것인가다.

거기다 기대감이라는 것이 만족에서 매우 중요한데 푸드트럭에서 만드는 한국인 요리사의 음식에 대한 기대치가 어마어마하게 높진 않을 것이다. 도전해본다는 의미에서 먹어본다면 안 맛있다면 이상한 거 아닐까? 골목식당의 초보 요리사도 아니고 말이다. 중식의 대가로 불리는 셰프가 만드는 음식으로 현지에서 먹힐까는 안정빵 아이템 혹은 출연자 아닌가 싶다. 물론 옆에 배우와 개그맨이 다른 일을 돕는다고는 하나 이는 재미적 배치일 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YHkpJuUF-c

그런 면에서 배우들이 만드는 한국식으로 현지인들을 사로잡은 윤식당이 겹치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윤여정 셰프가 배워간 한국 음식들이 스페인 작은 마을에 작은 파장을 일으킨 것이 방송적으로 더 정석이지 않나 싶다.

벤츠가 BMW가 렉서스가 한국에서 안 먹힐 이유가 없다. 다만 내비게이션이 안 좋다거나 한국 도로 사정에 너무 딱딱하다는 것 등이 현지화가 안되었다는 것의 이유이지 다른 이유로 안 팔리지는 않는다. 달리기 성능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마케팅에서 현지화는 매우 중요하다. 

현지화도 시대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더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외국기업이 한국에서 한국의 문화를 이해 못해서 일어난 사건이 매우 많다.

월마트나 까르푸는 세계 1,2위 유통기업이었지만 한국에서 철저히 실패하고 철수했다.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매장 구성 등으로 짐 싸고 떠났다. 물론 시대가 변해서 현지화의 의미가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지금은 또 다를 수 있다. 코스트코가 확장하는 모습을 보면 때를 잘 읽는 것이 현지화에서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식품기업들도 다르지 않다. 네슬레나 하인즈 등도 큰 힘을 못쓰고 있다. 네스카페는 맥심의 벽에 막혀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쏟고도 여전히 힘들어하고 있다.


반대로 한국의 기업들이 현지의 문화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다가섰다가 실패한 사례도 많다. 이마트나 롯데마트의 철수는 꼭 현지화 실패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미 현지에 세계적 기업들과 중국기업들이 자리 잡은 후 진출하면서 입지가 중요한 유통에서 실패는 예견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현대차가 북미시장에 엑셀로 진출했을 때 특히 캐나다에서는 겨울에 추워서 길에 염화나트륨을 많이 뿌리는데 얼마 안 가 부식되는 차로 인식되어 이를 극복하는데 한참이 걸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대기업들도 이럴진대 중견 중소기업은 오죽 더 했을까 싶다. 물론 반대로 작은 기업들의 빠른 대응력이 훨씬 현지화에 유리한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현지화를 위한 몇 가지

1. 문화부터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렉서스가 미국 시장에 진출할 때 렉서스 직원들을 미국 LA 인근 라구나 비치 호화 주택에 입주시키고 부유층의 삶을 체험하고 분석시킨 이야기는 유명하다. 한국에서 성공했다고 해서 현지화 없이 진출해서는 어떤 문제로 고전을 겪을지 예견이 힘들다. 현지화 전략에서는 현지의 인재를 채용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미국에 있을 때 한국차가 많이 다녀서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흑인이나 남미 사람들이 주로 타는 차라는 이야기를 했을 때 제네시스가 미국에서 잘 정착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과연 미국 내 문화를 얼마나 이해하고 접근하고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렉서스만큼 많은 준비를 하고 있을까 말이다.  


2. 글로컬라이제이션 시대다.

한때는 로컬리제이션(Localization)이 현지화에서 중요한 때가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화가 많이 진행된 지금은 현지화만이 능사가 아니다. 글로벌 표준에 더해 현지에서 매력적인 아이템이나 서비스를 고민해야 하는 때다. 미국에서 메르세데스 벤츠는 고급차로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시기가 있었는데 Driven to Delight라는 만트라를 만들고 LEAD를 추구하라는 실행전략으로 본궤도에 다시 오르는 모습을 보인적이 있다.

세계적인 표준도 현지에 대한 이해와 함께 해야 먹히는 법이다. 한국에서도 잘 나가는 글로벌 기업은 글로벌 표준만 고집하지 않고 한국적 정서와 서비스를 위해 고민하는 기업이다. 유한킴벌리는 한국의 유한과 미국 킴벌리의 합작기업인데 한국적 생산성의 표본이 되기도 하고 친가족 회사 등으로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기업 중에 하나로 자리 잡았다.


3. 커뮤니케이션을 생각하라.

다양한 현지 전략으로 잘 자리 잡다가도 커뮤니케이션 미스로 크게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다. 미국에서 추신수 선수가 불고기를 들고 있는 광고를 한 적이 있다. 이때 미국 사람들은 추신수와 불고기의 연관성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은 이해하는 한국인과 불고기를 미국 사람 입장에서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회사 이름이나 브랜드가 현지에서 다르게 이해되는 경우도 문제다. 우리나라 기업인 현대나 기아도 현-다이 또는 기아는 작전중 사망의 줄임말 등이어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국내 기업만 아니라 해외기업이 국내에서 이슈를 만들기도 한다. 이케아는 동해를 일본해로 표시한 지도를 한국에서 팔다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현지화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도 매우 중요하다.


현지에서 먹힐까 이야기하다가 마케팅에서 현지화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다. 글로벌한 세상이지만 로컬 이야기가 먹히는 시대라는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이 마케팅에서 현지화다~~

http://cl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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