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명광 Sep 21. 2018

다 때가 있다.  

마케팅일기 - 2018년 9월 21일 금요일 날씨:힘든 비

이번 주에 강의가 13시간이 있었다. 이틀 연속 5시간 강의를 하고 3일째는 코칭을 겸하는 3시간이라 더욱 힘든 날이었는데 날이 좀 이상했는지 지하철을 갈아타야 하는 종로 3가를 지나쳐버려서 시간에 늦을뻔했고 돌아오는 길엔 목적지 반대방향에 서서 지하털을 타다가 다음 역 표지를 보고 뒤돌아 내렸다. ㅜㅜ반대쪽은 좀 전에 출발하였다. 그래 이번 주에 힘이 들어서 그럴 거야라고 생각하고 집으로 향했다.


두 달 전 간농양으로 위독하셨던 아버지가 쾌차하시고 세 번째 외래를 오시는 날이자 추석전 따로 모이지 말자고 하셔서 외래 마치고 집에 와 계셨다. 지하철을 탔는데 와이프가 위가 아픈데 먹는 약 좀 사 오라고 문자가 왔길래 전화를 했더니 배가 너무 아프다고 급하게 약하나 만 사 먹고 준이 데리러 어린이집에 다녀왔단다.


목소리가 심상치 않아 식구들 있으니 어서 병원에 다녀오라고 했다. 집에 오니 다행히 진앤준 브라더스는 할어비지, 큰아빠, 고모랑 잘 놀고 있었다. 병원에 간 아내가 전화가 왔는데 화장실 앞에 쭈그리고 있는데 못 움직이겠다고 해서 데리러 오란다. 어여 달려갔더니 허리를 못 펴고 있었고 병원에좀 누워서 쉬지 그랬냐며 미련하다고 타박을 하며 병원에 가서 수액에 진통제를 맞춰달라고 했다. 근데 문 닫을 시간이 50분밖에 남지 않아서 그 시간이라도 누워서 맞게 해달라고 하고 식구들 저녁을 먹어야 해서 부리나케 다시 집으로 향했다.


식구들을 모시고 근처 송추가마골에 갔더니 40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다시 역전회관으로 발을 돌렸다. 음식을 시키고 진앤준 식사를 시중들고 있는데 병원 간호사에게 아내 데려가라고 전화가 왔다. 또다시 달려 병원을 갔더니 진통제를 하나 더 맞고 그나마 걸을 수는 있어서 집에 데려다 놓고 다시 식당으로 향했다.


허겁지겁 식사를 하고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애들 데리고 집에 왔는데 아내는 잠들어 있었다. 애들을 씻기고 나도 씻고 한숨을 돌렸는데 급하게 먹었는지 체기가 있었지만 애들을 재웠다. 나도 정신없이 자고 일어났는데 아내는 여전히 상태가 메롱이었고 진이는 기침을 심하게 했다. 그래서 유치원 차에 데리러 오지 말라고 전하고 진이와 병원에 다녀왔다. 그리고 진앤준의 아침을 콘프레이크와 우유, 빵을 준비해주고, 약을 먹이고, 양치하고, 세수하고, 옷을 입히고, 차에 태워서 먼저 유치원을 들러 진이를 내려주고, 어린이집으로 옮겨서 준이를 내려주고, 다시 집에 차를 세우고, 버스를 타고 사무실에 앉아 숨을 돌리는데 편두통이 너무 심해서 약을 하나 더 먹었다.


그리고 드는 생각 '다 때가 있다.'

<진이 돌이 좀 지난 때 김포공항에서 일하는 아내를 맞으로 간 사진과 진이 전에 먼저 생겼다 하늘로 간 아이>

2002년이 되자 결혼을 해야 되겠단 생각을 했다. 요즘 생각이라면 꼭 해야 하나 싶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때만 해도 결혼은 당연한 것에 가까웠다. 아내를 만나고 결혼을 했고 맞벌이를 하면서 미래를 고민했는데 아이는 조금만 더 있다 갖자고 한 게 11년이 지나버렸다. 결혼 후 2~3년 후부터는 노력을 했는데 소식은 없었고 7년쯤이 지나자 병원에 가보게 되었는데 여러 번의 인공수정에도 소식이 없었다.

그러다 10년간의 직장생활에 번아웃 된 나는 변화를 위해 미국행을 택했고 같이 간다는 와이프는 맘을 바꿔먹어서 혼자 보내다 아내의 변심과 리먼사태의 장기화로 9개월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임신이 안 되는 이유는 확실히 스트레스 문제였나 보다. 미국 생활로 좀 제정신을 찾은 나는 괜찮았지만 와이프는 준비가 안되어서 인지 돌아오자마자 생긴 태아는 채 크지도 못하고 하늘로 돌아가 버렸다.

그리고 또 몇 년이 흐르고 마지막으로 병원에 가보자며 인공수정을 시도했고 이 마지막 시도는 진이의 탄생으로 연결되었다. 이때가 결혼한 지 12년 차 막 불혹이 지나던 때였다.


그렇게 진이를 키우면서 그래도 하나는 괜찮았는데 덜컥, 그리 바라던 때는 안 생기던 생명이 덜컥 또 생겼다. 그 아이가 준이다. 그런데 둘은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넘 힘들었다. 둘이 좀 자라면서 조금씩 면역도 생기고 단련이 되어갔지만 하지만 위와 같은 때엔 정말 멘탈이 가출을 하고 만다.

<현관에서 등원거부를 외치며 드러누운 진앤준, 협상의 달인이 된 중년>

어른들이 하던 말이 있다. 다 때가 있다고

어릴 때는 그 말에 크게 동의하지 않았다. 그런 게 어딨냐고 시작하는 때가 때인 거지라 생각하면서...

그런데 세월이 이 말에 동의하게 만들었다. 체력은 예전만 못하고 정신력은 유리 멘탈이 돼가고 있다.


인생이 그러할진대 마케팅은 오죽하겠는가?

이렇게 급변하는 세상에 도저히 속도를 쫒아가기 버거운 사회인 데다 공급자는 넘쳐나고 트렌드의 주기는 점점 빨라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 오래지도 않았다. 2016년부터 눈에 보이던 대만 카스텔라는 식용유 논란과 몇 가지 이유로 2017년 거의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초기 프랜차이즈로 세를 늘리던 회사와 일찍 영업을 시작한 사람들은 재미를 보았을지 모르지만 뒤늦게 뛰어든 사람들은 손해를 많이 보았을 것이다.

최근에도 뭐 대만에서 온 무엇이라고 하면서 또 자영업자들의 마음을 공략하고 있던데 제발 그러지 좀 말자~

https://www.youtube.com/watch?v=uBUls_ABPwE

<혜자스러운 햇반이었구나^^>

우리나라의 1~2인 가구 비중은 너무나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를 일찍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고 있는 회사나 개인들은 선점효과를 누리고 있다. 가장 좋은 예로 햇반을 드는 경우가 많다. 햇반이 1996년 출시되었다고 하면 안 믿는 사람들이 많다. 20년이 넘은 장수 브랜드다. 출시 당시에는 이게 되겠냐는 회의적 시각이 많았지만 현재는 CJ만 4000억 규모를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선점효과 때문인지 다른 밥들은 잘 모이지도 않는다.

출시 당시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른 회사들이 뛰어들어 시장이 커지기를 바랐고 싸게 계속 공급해서 소비자의 입맛을 계속 붙잡아두자고 하기도 했단다. 결국 판은 커졌고 1~2인 가구 증가에 사회의 속도감은 햇반의 성공에 일조하게 되었다. 이후에 햇반컵반도 잘 나가고 있다. 물론 CJ 같은 큰 회사기 때문에 시장의 확장을 기다릴 수 있었겠지만 작은 회사가 출시했다면 얼마 못가 접었을지도 모른다.

HMR(Home Meal Replacement; 가정식 대체식품) 시장은 어려운 경기 속에서도 2015년 1조 6천억 시장이었는데 2018년 3조를 예상하고 있다.

최근에 햇반이 구설수에 올랐다. CJ가 운영하는 고급 일식집에서 직접 지은 밥이 아니고 햇반을 제공하다가 이슈가 되었고 사용하지 않겠다고 하며 일단락되었다. 이는 때의 문제와는 별개지만 햇반은 매우 대중적인 제품인데 고급 일식집에서 시도했다는 게 문제였던 거 같다. 때보다는 장소의 문제이지 않았을까 싶다. 7천 원짜리 비빔밥에 사용했다면 모르겠지만(단가가 더 비싼 것과는 별개의 문제 아닌가?)


2011년 신라면 블랙이 세상이 나와서 떠들썩하게 하던 때가 있었다. 라면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지금은 어느 누구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현대차가 2008년 친구가 잘 지내냐고 묻자 그랜저로 답했다고 했다가 두드려 맞았다. 하지만 요즘 대략 그렇게 이야기해도 그러려니 할지도 모르겠다.

<TPO를 아는 마케터가 진정한 직장인~~ 출처 : 직장내일 https://m.post.naver.com/my.nhn?memberNo=31748687>

마케팅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TPO를 잘 가리는 것이다. 시간과 장소와 경우에 따라 적절히 반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4P믹스로 유명한 제롬 매카시 교수가 아무리 좋은 쥐덫도 Right Time, Right Place에 있어야 쥐덫이라고 말했다. 쥐덫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쥐덫이라는 이야기다. 마케팅에서 적절한 때를 고르는 능력이 어쩌면 가장 큰 능력일지도 모르겠다.

제품을 개발하고도 출시 당시에는 빛을 못 보다가 시간이 흘러 빛을 보기도 하고 시대를 너무 앞서간 마케팅을 하다가 욕만 바가지로 먹기도 한다. 어떤 때는 또 너무 구시대적인 발상으로 카피하나 잘못 써서 트러블 메이커가 되기도 한다. 좋은 제품과 커뮤니케이션은 마케팅의 기본이지만 때를 구분할 줄 아는 그리고 때에 맞는 적절한 4P믹스가 마케팅을 빛나게 한다~

추석에 쉬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많은 데 주 6일 결정을 내렸듯 설과 추석 명절엔 어떻게 할지 내일 고민해보고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다리는 독자는 없을지 몰라도^^


http://clnco.kr/




 





매거진의 이전글 어쩌다 코스튬이 된 한복, 코스프레하지 말라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