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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Sep 20. 2018

어쩌다 코스튬이 된 한복, 코스프레하지 말라고?

마케팅일기 - 2018년 9월 20일 목요일 날씨:비처럼 마음도 축축

추석을 며칠 앞두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는 민속놀이 행사를 진행한다. 그래서 일 년에 2번 설과 추석에 진앤준 브라더스는 한복을 입게 되는데 일 년에 두 번 입히려고 한복 사는 건 어쩌면 아까운 일일 수도 있지만 한복을 입은 그네들을 보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아빠가 어렸을 때 교회에서 주일 학교 행사를 하면서 한복을 입어야 하는데 일상복도 별로 없는데 한복은 무슨... 그날은 그냥 학교 체육복에 재킷을 입었던 거 같다. ㅜㅜ

그 이후로 누군가가 준 한복 비슷한 것을 한번 입은 적이 있었는데 기억으로는 원단이 안 좋아서 금방 미어지고 말았던 거 같고 그 이후로 한복을 입어본 것은 결혼을 앞두고였다. 결혼식 폐백을 위해 비싼 돈 주고 맞춘 한복은 16년째 옷장에 갇혀있는 신세다.

<준이는 어린이집에서 갈아입는다고 평상복으로 갔고 진이는 입고 출근했다. >

최근에 한복과 관련된 이슈가 뉴스면을 장식했는데 경복궁과 창경궁, 창덕궁이 지역구인 종로구청이 개량한복에는 무료입장 혜택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의견을 내놓았고 방송에는 종로구청 문화과장이란 사람이 인터뷰를 했다. 전통한복에서 벗어난 한복을 입기 때문에란다. 전통한복???

개량한복은 한복에서 벗어난다고? 그럼 고조선 시대 한복을 입고 오면, 고구려나, 백제, 신라, 고려, 조선 초기의 한복을 입고 들어간다면 어쩔 건데??? 지금의 한복은 그저 조선시대의 복장이 원형이지 지금 한복이 전통복장이라고 정의한다는 것도 난센스일 수 있다.

지난 한 해 63만 명이 한복 무료입장 혜택을 받았다고 한다. 경복궁이 3천 원으로 가장 비싸고 창경궁, 덕수궁, 창덕궁은 1천 원이다. 경복궁을 가장 많이 가겠지만 대량 퉁 쳐서 2천 원이라고 하고 63만 명이니 12억 6천만 원이다. 이 돈이 고궁 관리에 쓰이는 돈으로 치면 작은 돈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서 사람들이 한복을 입는 것에 어색해하지 않고 한복 입고 고궁 나들이하는 문화가 생겼고 이는 한복 대여 산업을 만들었고 고궁 주변 경제활성화에도 일조를 했다고 생각해보면 이를 공론화할 필요성이 있었나 싶다. 이런 게 전형적인 꼰대의 시선이 아닐까? 문화는 변화하는 것이지 원형이 보존되는 것이 아니다. 원형의 의미는 무엇인가? 상징일 뿐이다.


상징의 정의를 사전에는 이렇게 쓰고 있다. 추상적인 개념이나 사물을 구체적인 사물로 나타냄 또는 그렇게 나타낸 표지라고. 한복은 전통이라는 개념이 사물로 보이는 상징의 하나이다. 개량한복을 입는다는 것이 전통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통해서 전통의 개념을 이해하는 행위로 생각할 수 있다는 의미다. 비둘기를 평화의 상징이라고 하는데 길거리에 다녀봐라 과연 저 닭둘기들이 평화의 상징인지?

비둘기를 검색하니 연관검색어에 비둘기 퇴치가 있다. ^^ 사람들이 그렇다고 비둘기를 평화의 상징에서 제외하라고 하지는 않는다.

<앞은 전통이고 뒤는 현샐이다. 평화의 상징은 닭둘기다.>

마케팅에서 상징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현대 마케팅에서 브랜드로 불리는 상징이 있다. 가끔 강의에 가서 운동화 하면 생각나는 브랜드 하면 나이키라고 답하는 분들이 많다. 나이키만 운동화를 생산하는 것도 아니고 나이키가 운동화만 생산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운동화와 나이키를 같은 선상에 놓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마이클 조던으로 상징되는 나이키 에어의 영향도 있겠지만^^ 나이키가 그동안 운동화는 나이키와 동급이라고 생각하게끔 노력해 왔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CI(Corporate Identity)나 BI(Brand Identity) 작업에 큰돈을 들이고 이를 소비자들 마음속에 자리 잡게 만드는 데 천문학적 비용을 들이는 이유는 상징 하나가 소비자의 구매 여정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과 브랜드들은 그 업계의 상징과 같은 존재 어떤 제품의 대명사처럼 불리고 싶어 한다. 영국의 상징을 꼽자면 많은 것을 들 수 있겠지만 버버리도 그중에 하나다. 버버리는 하나의 브랜드 일 뿐이고 이러한 형태의 옷을 트렌치 코트라고 한다. 이런 예를 들면 꽤 많다. 호빵은 삼립의 제품 이름을 뿐이지만 어느 회사가 만들어도 이는 호빵이다. 3M 말고도 접착식 메모지나 셀로판테이프를 만드는 회사는 많지만 누구나 포스트잇이나 스카치테이프라고 부른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상징이 원형을 유지하지는 않는다. 사회의 변화와 트렌드 그리고 사람들의 행동양식과 사고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고 진화한다.

<버버리 체크가 버버리의 상징이지~~>

잘 나가던 버버리가 망해가기 시작하던 때가 있다. 너무 오랫동안 버버리가 가진 전통과 상징에 취한 것도 이유 중에 하나였을 것이다. 하지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버버리에 조인하고 전통을 재해석하고 우중충한 색으로 대표되던 버버리를 화려한 색상으로 변신시켰다. 거기다 다음 해의 패션을 위해 준비하던 패션쇼를 생중계하면서 판매까지 하는 변신 등을 통해 다시 재기하고 있다.

최근 명품 브랜드 중에 구린 상품으로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화려하게 재기하고 있는 구찌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에서 한참 잘 나가다가 요즘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는 페라가모 같은 브랜드를 보면 전통을 유지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진이가 제작한 배트맨 코스튬~DC 코믹스에서 배트맨 전통의상을 훼손시켰다고 고소할 각>

일본에 가면 호텔이나 료칸에 유카타가 항상 준비되어 있다. 유카타는 기모노 종류의 하나로 여름이나 목욕용으로 많이 입는 옷이다. 그리고 기모노를 입는 일이 매우 자연스럽고 축제에 자연스럽게 입고 나오는 옷이다.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거면 전통을 현재에 어떻게 더욱 일상화시키고 이를 현대인들의 생활에 더 잘 녹여내는 것을 고민할 때이지 한복의 정의를 내리는 일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 생각이 든다.

한복을 입었다는 것이 중요한 상징이지 한복이 어떻게 생겨야 한복이냐라는 것은 상징의 의미가 아니다. ~


"종로구청장님 코스프레도 문화고 전통이 된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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