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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Sep 19. 2018

수염은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마케팅일기 - 2018년 9월 19일 수요일 날씨:춘천 가고 싶음

사람마다 일상을 구성하는 행위들이 다르겠지만 아침의 일상을 크게 다르지 않을 거 같다. 나의 아침 일상은 일어나서 바로 화장실로 가는 것이다. 주말에는 바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서 거실 소파에서 멍 때리거나 TV를 틀어놓고 정신을 가다듬기도 하지만 대체로 패턴이 거의 똑같다.

먼저 생리현상을 해결하고(나중에 이거에 대해서도 다뤄봐야지, 물론 제 브런치 매거진 중에 그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시리즈로 있습니다^^) 두 번째 하는 일이 바로 면도다. 면도를 시작한 것이 정확하게 언제인지는 기억나지는 않지만 고등학교 시절 언저리로 기억되고 일상이 된 것은 대학생이 된 다음이 아닌가 싶다. 면도에 대한 생각은 개개인이 다 다르겠지만 면도가 매우 귀찮은 사람 중에 한 명이다. 머리카락이나 눈썹이나 코털이나 겨드랑이 털이나 기타 털처럼 기능이라도 있으면 모르겠는데 이거는 뭐 멋있게 자라서 패션의 완성을 만들어주지도 않고 매일 아침 침 소중한 시간을 내어 사라지게 해야 하는 일이니 말이다.


좀 찾아보니 동물에게 수염은 안테나 같은 역할을 하지만 인간의 수염은 진화과정 중에 남은 매우 불필요한 존재일 뿐이란다. 이 말인즉슨 질레트 신이나 쉬크 신이 천상에서 지상으로 내려와 사업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거 같다는 허황된 생각까지 하게 된다. 수염이라는 것이 제거하기 위한 경제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그중에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것이 면도기 시장이 아닐까 싶은데 면도기의 역사와 종류도 책 한 권 정도 분량이 되겠다. 그래서 자세히 파지는 않으려 한다.

크게는 외날 면도기(아직 바버샵 같은 데서 사용하는 칼처럼 생긴 거)와 양날을 사용할 수 있는 안전면도기(할아버지가 이걸 사용했던 거 같고 어렸을 때 한번 써본 거 같음)가 있는데 가정에서는 이제 보기 힘들다.

<요거이 양날 면도기로 면도기에 올려서 잠그고 사용한다. 국산 면도기의 자존심 도루코~~여 영원하라지만 나는 쉬크쓴다>

어렸을 때는 뭐 면도기 종류나 절삭려과 접착력 그런 거 모르고 어른들이 사용하는 거 하나 슬쩍하여 써 보았고 본격적인 면도라는 걸 하면서부터는 주로 전기면도기를 사용했다.

전기면도기의 장점은 물을 안 묻혀도 되고 특히 나처럼 수염이 빽빽하게 나지 않는 사람이라면 간편하게 면도라는 행위를 마칠 수 있다. 그런데 이 전기면도기 값은 만만치 않다. 크게 독일과 일본 그리고 국산 제품이 시장에 나와있는데 처음 시작은 일본 면도기에서 시작하였다. 파나소닉 면도기를 잘 사용하다가 회사원이 되면서 필립스 제품을 사용하게 되었다.

필립스를 사용하게 된 계기는 신세계에서 생활매장 담당을 잠깐 했는데 필립스 신제품 출시회에 갔었다. 이때 선물이 필립스 최신 면도기였었다(요즘은 안 줄걸요 김영란법때문에^^). 그래서 사용해 보았는데 비싼 게 좋은 거라는 걸 실감해었다(십수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가지고 있다 쓰지는 않지만). 나처럼 수염이 빽빽이 나지 않는 사람들은 필립스보다는 일본 제품들이나 브라운이 더 좋다는데 필립스로 시작하고 나니 바꾸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 전기면도기에서 카트리지 면도기(흔히 보는 날만 갈아서 쓰는)로 넘어가게 된 계기가 있다.

<집에 잉크젯 프린터 하나씩은 있을텐데 우리집엔 마른 잉크통만 들어있고 안 쓴다. 넘비싸>

여기서 마케팅 전략이 하나 나온다. 우리나라 말로 면도기 면도날 전략 또는 모델이라고 하고 영어로는

razor  and blades business model이다. 쉽게 말해서 면도기는 공짜로 주고 면도기를 계속해서 팔아먹는다는 이야기다. 마트를 지나는데 날면도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분명히 광고의 영향이다. 때마침 면도날을 사면 면도기는 공짜라는 데 혹해서 그리고 몇 번 경험해본 면도 후 상쾌함을 아침마다 경험해보고 싶어서 홀랑 구매하고 말았다. 이런 전략에 철저히 공략당하고 나서 이제는 날 면도기만 사용하고 있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이 생각보다 많다. 잉크젯 프린터는 거의 공짜인데 잉크는 엄청 비싸다. 우리나라가 무한잉크 선진국이 된 이유다. 게임도 비슷한데 콘솔 값보다는 소프트웨어로 돈을 번다.


카트리지 면도기를 쓰기 시작하자 전기면도기로는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그런데 이거 면도날 값이 만만치 않다. 1971년 질레트가 이중날 카트리지 면도기를 만들면서 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데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단다. 이는 3중 날 면도기를 출시하면서 시장을 독식했다는데 이 이후로 면도기 시장은 다중날 시장이 되었다. 쉬크가 4중 날을 내고 질레트는 다시 5중 날을 내고 국산 브랜드 도루코가 6중 날을 내놓았다. 도루코는 심지어 세계 최초로 7중 날을 내놓았다.

6중 날까지는 써 보았는데 내게는 3중 날이면 충분했고 지금은 여러 제품을 사용하다가 쉬크의 3중 날 또는 4중 날을 애용한다. 질레트보다는 접착력이 좋고 도루코보다는 부드럽다. 도루코를 사용해 보려고 몇 번 시도해보았으나 부드러움 맛이 떨어졌고 질레트는 너무 비쌌다. 질레트의 광고비만 줄여도 반값이 될 거란 이야기도 있는 걸 보면 나에게만 비싼 건 아닌가 보다. 이를 절충해준 브랜드가 쉬크다. 질레트의 부드러움과 도루코의 접착력이 중간쯤 되어 보인다(이건 개인의 의견이므로 제조사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가격도 질레트보다 훨씬 저렴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PXTQGpDJbFc

<쉬크의 주력제품 하이드로로 5중날이다. >

최근에 한국 브랜드의 자존심을 세운 일이 있었다. 바로 미국의 면도기 서브스크립션 모델인 달러 세이브 클럽(Dollar shave Club)이다. 이 회사는 2017년 유니레버가 10억 달러에 인수했는데 이 회사가 사용한 면도날이 도루코였다는 것이 화제가 되었다. 아 여기서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 or Service) 이야기까지 가면 너무 이야기가 길어지니 그랬다는 점만 이야기해보고 다음 기회에 좀 더 이야기해보자. 정의만 해보자면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잡지나 신문처럼 정기 구독하여 이용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최근에 국내에서 이 면도기 배송 서비스로 핫한 곳이 있는데 와이즐리다. 스타터 세트는 배송비 포함 8,900원에 5중 면도날 2개가 들어 있다는데 아이러니하게 독일산 면도날을 쓴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실 면도 이야기를 하다 보니 비즈니스 모델뿐만 아니라 또 다른 면도기의 주력시장인 여성 제모시장 이야기도 있고 거기다 더해 핑크 택스(Pink Tax:여성을 위한 상품 서비스가 남성의 것보다 더 비싼 것에 대한 이슈)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서 아이템의 화수분이란 생각을 해본다.

이 면도라는 것이 제거하기전 상태인 수염의 상태라는 것에서 또 계급의 상징성까지 불러오기 때문에 아 이거 거의 화약고 였다는 것을 마무리하면서 느끼게 된다. 이거는 좀 공부를 하고 다뤄야 하겠구나 싶다.

누군가는 수염이 성적인 매력이 되기도 한다는데 집에 계신 여자분은 수염의 가칠함을 매우 싫어한다. 내게는 수염이 돈만 들어가는 애물단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거 같다. ㅎ

누구는 수염으로 돈을 버는 데 이런 생각만 하고 앉아 있다.


http://cl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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