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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Sep 18. 2018

추석에 준비할 것은 송편만이 아니다.

마케팅일기 - 2018년 9월 18일 화요일 날씨:공기 나쁨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강의가 있어서 와이프에게 차를 사용하겠다고 미리 허락을 득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엔 좀 불편하기도 하고 강의 끝나고 돌아오는 길은 몸이 좀 편하게 오고 싶기도 해서다(운전시간 고려하면 그게 편한건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아침에 미리 안 쓰는 스마트폰(사용하는 폰을 쓰면 화면을 넘 오래 켜놓아 안 좋을거 같아서^^)을 차에 장착하고 목적지를 입력했다. 도착 소요시간 1시간 5분, 오늘은 경로를 어디로 안내하는지 전체 경로를 살피고 강변북로에 접어들면 피할 수 없는 교통체증을 바로 맞이한다. 그리고 계속 실시간 교통정보 반영을 누르며 조금이라도 빠른 길이 없나 살펴보지만 이미 다른 길이 딱히 없다는 것을 안다.^^

<어느 길이나 다 막히는 아침시간에 맵이 무슨 소용이냐^^>

가끔 택시를 타면 기사 아저씨들도 먼저 목적지를 입력하시는 분들이 있다. 이미 아는 길이더라도 혹시나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는 분들도 있고 요즘은 정말 길을 모르시는 분들도 많다.


세상 정말 좋아졌다. 우리나라에 내비게이션이 나온 지가 벌써 20여 년이 넘었다. 1997년 나왔지만 당시는 너무 고가여서 대중화가 시작된 건 2004년부터다. 내 기억에도 그 당시쯤 PDA에 지도를 깔고 이용했던 기억이 있다. 이후로는 현재의 사각형의 내비게이션들이 많이 나왔고 설치비 몇십만 원을 주고 매립하는 것이 자동차를 가진 사람들의 필수코스기도 했다. 요즘은 내비게이션이 기본 옵션으로 들어있기 때문에 매립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렇게 매립되어 나오는 내비게이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나도 그중 한명이다.

<PDA와 폰과 지도서비스를 한꺼번에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시대가 있었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던가 십수 년 전 PDA폰에 내비를 사용하기도 했는데 스마트폰의 발달과 함께 다시 옛 모습이 재현되는 듯하다. 차량에 있는 내비를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사용하지만 나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심지어 차에 있는 내비는 목표를 설정해서 실행을 하면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안내표시가 나오는데 말이다.

이유는 몇 가지다.

첫째는 내비 업데이트를 맨날 까먹는다. 한번 해야지 하면서 이미 1년이 넘었다. 우리나라 교통망의 변화는 엄청 빠르다. 그래서 사실 몇 달에 한 번은 해줘야 하는데 해야 할 이유가 없으니 업데이트 하는 것을 잊어도 크게 영향이 없다.  

둘째는 내비의 교통정보를 못 믿겠다는 것이다. TPEG(TPEG Transport Protocol Expert Group, 티펙은

DMB 방송 주파수를 이용해 자동차 내비게이션  단말기에 실시간 교통 정보, 여행 정보 등을 보여주는 기술을 말한다.)을 사용한다는데 제대로 교통정보가 제공되는지 누구도 잘 이야기 해주지 않는다. 아무래도 통신사의 소비자 사용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T맵이나 원내비가 더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내비게이션 경쟁은 물밑에서 조용하게 이뤄지다가 추석이나 설이 되면 광고도 하면서 좀 격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시내만 다닐 경우 거의 필요 없지만 원거리에서는 내비가 필수기 때문이다. 옛날 차 뒷좌석에서는 항상 지도책이 하나씩 있었고 자동차 회사에서 지도는 필수 사은품이었는데 격세지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pmd0e_tFjts

<이번 추석엔 어떤 광고가 나올까 나올때가 된거 같은데 안할려나?>

심지어 자동차 회사들이 이제 굳이 내비게이션을 차에 옵션으로 넣을 필요가 없어졌다.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의 카플레이를 통해 지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스마트폰으로 다 할 수 있지만... 차내 디스플레이에 연동만 되면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내비게이션 회사가 난립하던 때를 생각하면 그게 언젠가 싶다.

통신사 내비는 다양한 기능을 통해 영토를 계속 확장하고 있다. 특히 SKT는 누구라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탑재해 음성으로 검색이 가능해지는 등 지속적인 확장을 준비 중이다.

위에 얹은 유튜브 영상을 플레이시켰더니 핸드폰 T맵 반응을 한다. 막 웃었다. 영상에서 아리아라고 하니 안 좀 들여다 보려고 활성화시켜놓은 T맵이 아이라라고 부른 것에 반응한 것이다. 버거킹의 구글홈을 이용한 광고가 내 책상에서도 비슷하게 반응하는게 신기했다.  

일반 사용자들이 별생각 없이 좋은 내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속내는 미래 서비스형 자동차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앞으로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하는 자동차 제조사와 안드로이드나 애플 같은 플랫폼, SKT 등 통신사와 카카오와 같은 서비스 제공자들 중 누가 미래 카 모빌리티 시대를 선점하느냐의 문제가 달려있다.


이런 카 모빌리티 혹은 서비스형 자동차(CaaS-Car as a Service)시대엔 많은 것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지능형 자동차 시대에는 최적화된 교통환경에 맞춰 사고도 줄고 이동시간도 줄겠지만 이동 간에는 다양한 즐길거리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이는 엔터테인먼트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이미 T맵에서는 안전운전습관을 체크하고 자동차 보험사들이 이를 통해서 할인을 해주도록 하고 있다. KB와 DB가 이를 활용하고 있는데 나도 그 이용자 중에 한 명이다. 기본적으로 주변 정보 제공 등은 이미 제공하고 있고 이를 더 고도화시킬 필요는 있어 보인다.

인스타나 페북 등을 연계해서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맛집이나 즐길거리를 제공해주거나 등록된 가족들의 성향을 통해 제품 정보나 서비스를 추천해줄 수도 있다. 이미 자동차보험사들이 아이가 있는 운전자에게 할인을 해주는데 이를 교환하기만 해도 좋은 서비스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기업의 마케터들이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아직 어떤 반응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토요타의 자율형주행차 컨셉 출처 : HybridCars.com>

손 안의 플랫폼은 이미 판가름이 난 거 같은데 자동차 플랫폼 시대를 많은 기업들이 준비하는 거 같다. 제조사는 자동차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주도하고 싶어 하고, 콘텐츠 회사들이나 플랫폼 회사들은 자신들의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 어떻게 하면 자동차 제조사를 리드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거 같다. 이미 스마트폰을 통해 많이 제공되고 있으나 운전자가 사라진다면 서비스는 급격하게 확대되고 현실화되지 않을까? 자동차 내부가 디스플레이로 채워지고 동승자마다 자기의 콘텐츠를 감상하거나 같이 감상하거나 이런 상황이 되면 유튜브나 넷플릭스가 더 유리해 보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은 점점 좋아지는 세상을 어떻게 즐길까만 고민하면 되지만 기업의 마케터들은 앞으로 늘어날 접점들에서 어떻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연결시킬지 고민해야 할 때가 점점 다가오는 거 같다.

아침에 내비 킨 얘기가 미래 자동차의 변화까지 언급했네. 왜 이렇게 맨날 이렇게 점점 일이 커지지?

내일은 진짜 작은 이야기를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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