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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Oct 04. 2018

킹스맨-맞춤이 사람을 만든다.

마케팅일기 - 2018년 10월 4일 목요일 날씨:이렇게 가을도 가는군

킹스맨이란 영화의 시그니처는 뭐니 뭐니 해도 비스포크(Bespoke)라는 맞춤양복이다. 해리 하트와 에그시가 멋진 양복을 입고 최신 무기를 휘두르며 액션을 펼치는 모습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하모니처럼 보인다. 80년대까지만 해도 동네마다 있던 양복점과 양장점은 기성복 시대가 열리면서 사라지는 듯했지만 기술의 발달과 취향의 발견에 의해 다시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다시 동네마다 한두 개씩은 생기게 되었다. 물론 과거 동네마다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던 방식은 사라졌지만 어찌 되었건 맞춤이란 단어는 우리네 삶에 재등장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J9AsW3dueA

<미스터 포터는 킹스맨에 나오는 옷들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인데 영화에 나오는 자리에 진짜 편집샵을 오픈하기도 했다.>

맞춤이란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일정한 규격으로 물건을 만들도록 미리 주문하여 만듦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 정의에서 중요한 두 가지 키워드는 일정한 규격과 주문이라는 것이다.

일정한 규격은 범위가 어느 정도 넓을 수도 좁을 수도 있지만 주문이라는 것은 이미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면 매우 비효율적이다.

표준화된 규격이 아니라 일정한 규격이어야 하기 때문에 대량생산과 거리가 멀고 Ready-made(이미 만들어진)가 아니기 때문에 속도에서 효율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하지만 기성품은 개인의 취향을 다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고 더더욱 사람의 몸에 착용하는 제품들에서는 사람마다 다른 신체 사이즈 때문에 소비자 개개인의 최적의 만족을 구현해 내기 더욱 어렵다.

어김없이 오늘도 재등장하는 진앤준 브라더스만 보더라도 그렇다. 엄마와 함께 초콜릿을 하나씩 들고 들어온 이 형제 중 진이는 초콜릿을 냉장고에 넣어서 안 녹게 하고 싶어 하나 준이는 그냥 밖에 눈에 보이는 곳에 두고 나중에 먹고 싶어 했다. 그리고 진이는 면을 좋아하고 준이는 밥을 좋아한다. 이렇듯 개인의 취향은 문화에서 학습되기도 하겠지만 DNA에 새겨지기도 하는 거 같다. 취향도 다르지만 가장 큰 고역은 옷 하나 온라인으로 사려면 브랜드마다 다른 사이즈때문에 취소를 반 이상은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라는 취향의 동물에게 기성복이라는 것은 고문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제시된 취향을 받아들여야하고 정해진 틀에 몸을 맞추는 것과 같으니 말이다.  


최근 인터넷에 재밌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어서 관심 있게 보게 되었다. ZOZOSUIT라는 것인데 설명으로는 긴말이 필요하니 한번 이영상을 보시라~

https://www.youtube.com/watch?v=32rbuLFbVWk

기술적으로나 프로세스적으로 그렇게 복잡해 보이지 않는다. 맞춤이라는 것이 아무리 자동화가 되더라도 기본적으로 사이즈가 다른 이유에서 오는 리소스의 투입이 기성 제품보다는 많을 수밖에 없지만 조조 슈트는 이를 간단한 쫄쫄이와 스마트폰으로 해결을 한 것이다.

아마존도 맞춤의류 로봇에 대한 특허를 획득했는데 이미 미국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 1위를 하고 있는 아마존이 오프라인까지 장악하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대목이다.

위의 두 사례는 온라인에서 맞춤을 해결한 곳이지만 오프라인에서 이런 맞춤 과정을 해결한 곳도 있다.

우리나라 스타트업인 스트라입스는 주로 직장인을 타깃으로 하여 맞춤셔츠 등을 제공하는데 스타일리스트가 직접 소비자에게 찾아가서 고객의 사이즈를 측정하고 이후에는 온라인을 통해서 자신의 사이즈와 컬러 등을 선택하여 주문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바지를 개인에 최적화하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보노보스라는 브랜드가 최근에 월마트에 인수되면서 눈길을 끌었는데 오프라인에 스타일샵을 오픈해서 이곳에서 스타일리스트가 제안해주는 스타일과 자신의 사이즈를 저장하고 온라인을 통해 구매를 하는 프로세스를 구현하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jVFzMVRi7k

<보노보스 가이드샵을 소개하는 영상이다. 영어자막밖에 없지만 굳이 안들려도 다 이해할 수 있는...>

이런 프로세스는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사실 맞춤화(Customization)라는 말 자체는 개인화(Peronalization)와 같은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화는 타깃을 나누는 과정에서 과거 군집으로 보던 대상이 개인으로 바뀌었다는 것이고 맞춤화는 이를 반영한 결과물을 이야기하지만 이 두 가지는 한 몸과 같이 운영될 수밖에 없다.

맞춤은 결국 개인의 취향과 특성을 반영하여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개인의 취향을 사전에 조사하여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하는 프로세스도 그렇고 많은 쇼핑 비즈니스가 개인의 구매 이력을 분석하여 상품을 추천하는 것이나 온라인에서 개개인의 구매 여정을 따라다니며 가는 곳에 기업들이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계속 노출시키는 것도 과거 TV 등을 위시한 매스미디어에 무작위로 정보를 무작위로 노출시키던 것에서 진화한 개인화를 통한 맞춤화의 모습이라고 하겠다.


이런 맞춤화에 대한 이슈는 단순히 의복이나 신발시장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개인화된 콘텐츠를 제작하여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면서 자신들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천하고 있다. 구글은 기업들을 위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갤럭시 S9을 런칭할 때 디렉터 믹스라는 제품을 통해서 25개의 기본 영상과 100개의 메시지, 6가지 기능 이미지, 3가지 컬러 디자인으로 개인화된 맞춤 영상광고를 제공했다. 소비자 특성에 따라 영상과 메시지를 다르게 전달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이제는 매스미디어에서도 스마트 TV 등과 연계하여 충분히 개인화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겠다.

마케팅에서 맞춤화는 집 나간 탕자가 돌아온 것과 같다.

과거 시장에서는 Ready-made를 할 수 없는 곳이었다. 사람의 손으로 상품과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시절엔 기본적으로 맞춤의 시대였는데 대량생산의 시대가 맞춤이라는 자식이 가출하도록 만들었다. 역설적으로 그 기술들이 다시 맞춤이라는 탕자를 집으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집으로 돌아온 맞춤을 제대로 맞아 잔치를 벌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것들이 있다.


1. 개인화에 대한 정의와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과거 기업들이 개인화라는 이름으로 시도했던 것들은 사실 군집화(clustering)를 벗어나지 못했다. 개인으로 구분을 하더라도 그 고객들에게 개인화된 제품이나 메시지를 보내거나 추천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에서부터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까지 맞춤이 가능한 기술적 지원이 가능하다. 이런 시대에 편승해서 소비자에게 맞춤화된 경험을 제공하려면 우리네 비즈니스에 맞는 개인화의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정의에 맞는 기준을 설정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2. 개인화가 꼭 맞춤화를 대동할 필요가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개인화를 한다고 해서 꼭 개인에 입맛에 맞는 상품이나 서비스,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닐 수 있다. 개인화는 맞춤화를 지향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는 부분까지 제공하면서 리소스를 낭비할 여지도 있다. 그래서 개인화를 정의하면서 맞춤화는 어디까지 제공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아디다스가 독일에 처음 스피드팩토리를 만들고 로봇을 통해 개인들이 직접 선택한 다양한 옵션을 선택하게 했다고 해서 모든 제품들을 그렇게 제공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여전히 매스의 시장도 존재하고 유지될 이유가 있다.


3. 개인화는 효율성도 동반해야 한다. 

최적화된 리소를 투입하고 이윤을 최대화하는 것이 비즈니스와 마케팅의 기본이다. 개인화는 아무리 기술이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매스의 효율성을 이기기 쉽지 않을 수 있다. 먼 미래에 기술과 프로세스가 이를 다 극복해줄 거라 생각하지만 아직까지는 개인화가 효율성을 담보하기는 힘들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때는 감안하고 만들 수 있지만 기존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세스를 개인화할 필요가 있는지는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기 때문에 세상이 다 개인화를 지향한다고 해도 우리도 꼭 그러해야 하는지를 살펴보야 한다.


개인화는 편향의 다른 말일수 있다. 기준에서 벗어나는 것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것인데 그 기준이 어디인지 명확하게 할 때 개인화의 스펙트럼도 구별될 수 있다는 뜻일 게다.

오늘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 기업에 가서 맞춤형 세미 컨설팅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왔다. 이제는 개인의 역량 향상도 맞춤화라는 키워드가 없으면 의미가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곤 하는데 사람에게도 공통역량이 있고 개인역량이 있다. 상품이나 서비스도 공통의 기준을 충족시키고 나서 개인적 취향과 특성을 저격해야 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어떻게 하면 개인 맞춤화된 마케팅 일기를 제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의 나래를 펼치며 휘리릭~~~


http://cl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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