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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Oct 03. 2018

샤오미여 영원한 가성비 최고란 없다.

마케팅일기 -  2018년 10월 3일 날씨:하늘이 열림

여의도에서 강남 가는 길엔 9호선을 타면 가장 빠르다. 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가장 효율적인 이동수단이다. 하지만 시간대에 따라서는 가장 효율적이라 보기 힘들 수도 있다. 내 공간이라고는 1도 없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 스토리는 한번 언급(https://brunch.co.kr/@clncompany/162)했으니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하면 살펴보시고 어제는 학동에서 미팅이 있어서 9호선 고속터미널에서 7호선을 타는 것보다 삼실 앞에서 버스로 보라매역에 가서 7호선을 타는 것이 더 빠르고 또 내가 좋아하는 버스를 탈 수 있어서 이 코스를 선택했다.

버스를 내리려고 준비하는데 눈앞을 지나는 간판에 얼른 카메라를 들이댔다.

믿을 수 없는 가격 그것도 대로변에서 짜장면 2,900원이었다.

<주력인지 미끼인지 버스에선 확인이 안되지만 짬뽕도 있고 한걸 보니 탕수육이 주력일 수도>

가게 이름이 <24시 바로 뽑아먹는 짜장 2,900원>이라면 매우 직관적인 이름이다. 하루도 안 쉰다는 말이고 주문이 들어가면 요리를 한다는 말이고(요거는 확인이 필요하지만) 짜장 2,900원이니 함 먹어봐 이런 뜻이다.

2호점인 걸 보니 1호점 장사가 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게들이 없었던 건 아니다. 시장 골목에서 십수 년 2천 원짜리 술국이나 칼국수를 팔아오신 분들이 저녁 정보 프로그램에 나오기도 하고 커피나 쌀국수도 가격으로 승부하는 곳도 많다. 하지만 커피값도 안 되는 짜장면이라니 솔깃할 수밖에 없다. 다만 메인스트리트에 프랜차이즈 형식인데 가격으로 승부한다는 것은 그리 아름다운 그림은 아니다.

이런 장면이 자주 포착된다는 것은 경기가 썩 좋지 않다는 것이고 게다가 양극화가 심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추세는 비즈니스의 전반적인 트렌드나 가격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고소득층과 하류층은 늘고 중산층이 준다는 것은 하이엔드 상품이나 서비스는 큰 영향이 없고 중간계 비즈니스들은 폭탄을 맞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초고가 수입차들이 잘 팔리고 고급차의 대명사인 독일차들의 비중은 늘어나고 있지만 전국 곳곳에 다이소나 미니소가 엄청난 확장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방증이다.

<2016년 통계에도 65.7%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이러니 소비는 양극화할 수 밖에, 출처 : biz.chosun.com,아시아경제>

네 어릴 적 기억에 30년 전 짜장면도 500원~700원이었음을 기억하자면 서울에서 짜장면을 2,900원 판다는 것은 2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1. 그동안 짜장면이 폭리를 취했다?

2. 비즈니스 효율화를 통해 소비자 가격을 최적화했다?

세계 3대 거짓말이 있다. 노인의 빨리 죽어야지, 노처녀의 빨리 시집가야 지 그리고 상인의 밑지고 팝니다 다.

과연 저 짜장면은 밑지고 팔까? 그건 아니라는 것이다.

짜장면이 미끼 상품이건 짜장면을 박리다매로 팔건 다양한 시나리오로 테스트 마케팅을 해보았을 것이고 통했다는 뜻이다. 세상에 밑지고 팔면 망한다. 제값으로 팔아도 망하는 판에


마케팅에서 가격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요즘같이 양극화 시대라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가격은 평균적 비용(원가)에다가 일정한 이윤(마크업)을 더하여 설정된다. 매우 심플하게 이야기했지만 저 원가가 항상 문제다. 이윤은 기업이건 개인이건 지속 가능성이 필요한 정도의 절댓값이 대략 있지만 원가는 주변 환경에 따라 원가 구성 요소에 따라 원가 변동에 따라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변동성 없는 원가를 유지하는 것이 기본적인 지속가능성의 근간인 것이다.

기업은 지속 가능한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할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다만 소비자의 지불능력도 감안해야 하는데 저성장 양극화 시대이다 보니 지불능력의 감소는 불가피하고 과거보다 소비자들의 지출 범위도 넓어서 가격을 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최근에 해외 직구가 매우 쉬워지고 중국 제품들이 고가 제품들과 유사한 성능이지만 매우 착한 가격에 구할 수 있다고 하여 가성비 갑, 혹은 가성비 최고 이런 류의 글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런데 사실 가성비 갑의 원조는 일본이었을 것이고 그 이후에 뒤를 이어 우리나라였을 것이고 그다음을 중국이 차지한 것뿐이다.

<가성비 , 대륙의 실수는 이미 정해진 일이었다. http://magazine.shopping.daum.net/shopping/chyson>

미국에서 일본 가전이, 자동차가 승승장구할 때 우리나라 자동차는 싸구려 이미지를 벗어날 수 없었다. 아직 가성비를 느끼기에도 부족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1993년 이건희 회장이 미국 베스트바이에서 삼성 TV가 구석에 먼지가 쌓인 채 진열된 것을 보고 충격을 받고 새로운 전략을 세웠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이 이후로 한국은 미국에서 일본을 제치고 베스트바이나 월마트 가전 코너를 잠식해갔고 지금은 항상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곧 중국산으로 대체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 이미 타이완 출신 기업가가 세운 VIZIO(미국 브랜드지만)라는 브랜드가 LG보다 TV를 많이 팔리고 있다는 것은 그 신호탄일지도 모른다.


가성비란 말을 잘 살펴보자. 가격 대비 성능이 매우 좋다는 말이다. 이 말처럼 모호한 말이 없다. 가격은 누구의 기준이고 성능은 또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냐 말이다. 이 말을 제대로 해석해 보자면 매우 고급 제품 기준으로 가격은 매우 저렴한데 성능은 그 제품과 같진 않지만 기본적 성능은 보장된다로 써볼 수 있겠다.(구매욕은 고급제품이지만 지불능력은 안되니 싼걸 사고 대략 성능을 감안하여 그냥 만족한다는게 더 정확하겠지만)

그러면 이렇게 정의해보면 어떨까 일반적으로 저렴한 상품은 성능이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려운데 그 기대를 저금 넘어서는 상태라고...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1. 가격에서 중요한 것은 기대란 것이다.

상품이나 서비스는 가치를 담는다. 가치란 소비자가 기대하는 수준을 의미하는데 이 가치는 여러 가지 효용을 해결해 줄 때 생긴다. 기대가치를 충족시켜주는 것을 만족이라 하는데 기대했던 가격보다 낮거나 기대했던 성능이나 품질이 우수하다면 소비자는 만족한다는 것이다.

2,900원짜리 짜장면을 먹으러 갈 때와 이연복 셰프가 해주는 짜장면을 먹으러 갈 때 기대 수준은 당연히 다르다. 이연복 셰프의 짜장면 가격을 2,900원으로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가격마다 기대하는 수준이 달라지는 것을 잘 고려해서 가격정책을 세워야 한다.

그래서 기업의 고객들이 그 기업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세분화된 시장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비즈니스에서 매우 중요하다.  


2. 가격이 저렴하다는 의미는 이미 성능도 포함된다.

시장 자본주의가 전 세계에 자리 잡고 글로벌 경제 시대에 가격이 저렴한 곳으로 세계의 공장들이 움직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지금 트럼프의 정책은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대통령을 한 30년 한다면 모를까?)

제조업을 정의하는 것은 원가경쟁력과 성능이다. 성능이 비슷해지면 원가 경쟁력이 최고의 가격정책이 된다는 것이다. 기술은 평준화가 되어가고 있는 경향이기 때문에 원가경쟁력이 있는 곳에서 생산된 제품은 기본적으로 잘 팔릴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수출뿐만 아니라 내수가 이를 받쳐준다면 이는 더욱 오래갈 수 있는 현상이다.

중국이 차이슨으로 무장하고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원가경쟁력에 성능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원가경쟁력만으로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을 수는 없다.

의류나 잡화 같은 상품들은 중국에서 다시 동남아나 아프리카로 옮겨갈 수 있지만 내수를 바탕으로 기술이 필요한 자동차나 가전, 스마트폰, 산업기계 등에서 중국의 기세는 꽤 오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가 가격만이 경쟁력은 아니기 때문이다. 에 가격만을 기준으로 삼으면 가성비가 높은 상품은 항상 옮겨갈 수밖에 없다.


3. 차별화가 심화할수록 동일화를 지향한다.

가격이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된다면 가격전쟁이 촉발될 것이다. 과거 대형마트들이 최저 가격 보상제 같은 것을 앞다워 실행한 일이 있다. 이는 정보가 적을 때지만 지금 같은 때에 스마트폰만 열면 가격이 나오는데 누가 신경도 안 쓴다. 이는 어딜 가나 동일하겠지란 생각을 만든다.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기능 전쟁을 치르는 때가 있었지만 요즘에는 어느 회사의 제품을 써도 기본 이상은 한다라 생각한다. 이러한 추세로 인해 우리나라 제품을 선택하려면 애국심이 필요하게 만든다.  

문제는 이러한 동일화가 차별화를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제는 신상이 최고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최고가 되는 것이다. 기업들이 상품전략에서 마케팅 전략으로 브랜딩 전략으로 그 힘을 옮겨가는 이유가 바로 가성비에 있다. 가성비로만 승부하는 것은 힘들다. 가성비도 브랜드가 되어야 하는 시대다. 샤오미가 가성비를 브랜드로 만들고 있는 브랜드가 아닐까 싶지만 언제까지나 가성비를 브랜드 에센스로 할수는 없지 않겠는가?


가성비 갑이란 말은 환경과 상황에 따라 그리고 기대치라는 것에 좌지우지된다. 그냥 한번 쓰고 버려지는 상품이라면 그냥 한번 스치듯 내 인생에서 별 필요 없는 서비스라면 가격에 매우 민감하겠지만 오래 써야 할 상품이라면 내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상품이나 서비스라면 가격으로만 선택하지 않는다.

많은 기업들이 상품기획을 하면서 가격전략을 수립하는데 지금 환경이라면 가격에 대한 전략을 고민하고 상품전략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가성비가 마케팅 전략의 최선은 아니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가격이나 성능이 매우 중요하지만 이제는 이 상품이나 서비스가 나를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이고 어떤 의미인지도 중요하다.

거기다 <강남역 뷰티 전쟁 이제 시작이다. https://brunch.co.kr/@clncompany/161>에서 언급했더니 어떤 유통전략을 가지고 시장에 접근할지도 중요하고 당연히 커뮤니케이션 전략도 중요하다. 그러고 보니 마케팅 일기에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덜 다룬 거 같은데 함 생각해 봐야겠다.

마케팅 하기 정말 어려운 세상이다.

마케터들이여 마케팅 일을 계속할 건지 깊게 한번 고민해 보시길 바란다.^^


http://cl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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