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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Sep 30. 2018

지하철9호선 시간이냐 공간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마케팅일기 - 2018년 9월 30일 일요일 날씨:곧 겨울

나이가 먹을수록 지하보다는 지상이 좋아지는 것 같다. 이동을 위해서 주로 이용하는 수단이 지하철에서 버스로 바뀌었다. 단거리는 거의 버스를 이용하고 중거리는 대체로 버스를 장거리는 대부분 지하철을 이용한다.

지난 금요일 패스트 캠퍼스에서 주관한 퓨처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아침 일찍 선택한 노선은 5호선을 타고 여의도에서 9호선으로 갈아타 봉은사(코엑스)에 내리는 코스였다. 문제는 아침시간에다 정해진 시간에 도착해야 하는지라 9호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데 콩나물시루로 악명이 높다. 9시가 시작인 줄 알고 혹여 늦을까 급행에 몸을 맡겼다. 다행히 신논현행이라 몸을 움직일 여유가 조금 있었고 신논현에서 다시 일반열차로 갈아타고 봉은사에 내렸다. 그런데 이럴 수가 시작은 10시부터였다. ㅜㅜ

<우주 여행할 시대가 되었는데 이 콩나물 시루는 해결을 못한다. 출처 : seoul.co.kr)

돌아오는 길이 문제였는데 봉은사에서 사무실인 여의도까지 급행을 타면 19분이고 일반을 타면 33분인데 14분(급행이 먼저 오면 거기다 5분 간격 정도 되기 때문에 20분까지 늘어난다)을 아끼기 위해 급행을 탈 것이냐 아니면 좀 여유 있는 나만의 공간을 위해 일반을 선택할 것이냐의 문제였는데 나는 기꺼이 공간을 선택하기로 했다. 20분을 투자하여 나의 바운더리(경계영역)를 더 넓히기로 한 것이다. 거기다 횡재라~자리까지 차지했다.

가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좀 더 빨리 집에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시간을 지배하려는 파와 빠른 도착보다는 여유로운 공간을 확보하려는 파로 나뉘었다. 당신은 시간을 선택하십니까? 공간을 선택하십니까?

이동은 시간과 공간의 움직임을 말한다. 일정 시간을 담보로 하여 어떤 공간을 통해서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물리적 운동을 스스로 혹은 매개를 통해서 하는 것인데 시간과 공간은 마케팅에서도 매우 중요한 키워드다. 마케팅은 시장 제공물의 효용을 판단하도록 돕는 활동인데 가장 중요한 효용 중에 중요한 2가지가 시간과 공간이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천지인의 원리로 창제하였듯이 마케팅도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람으로 이뤄지는 활동이다.

마케팅적 관점에서 시간과 공간의 의미를 잠깐 살펴보자.


첫째, 시간과 공간은 효율의 기준이다.

인류의 역사는 속도와의 전쟁처럼 보인다. 걸어 다니던 인류는 말과 같은 가축을 통해 빨라지고 자동차와 기차를 발명하고 비행기를 만들어내면서 속도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속도의 지배는 마케팅에서 매우 중요하다. 시간은 이어서 공간을 지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현지의 생물을 소비자에게 이동시켜주는 물류의 속도, 온라인에 공간을 만들어 굳이 시장에 나가지 않아도 집에서 필요한 물건을 주문하는 사이버 공간. 시간을 아껴주고 이동을 위한 에너지를 아껴주고 오프라인 매장이 필요 없어 공간의 효율을 만들어준다. 현대에 있어 시간과 공간의 변화는 바로 효율 그 자체를 의미한다. One stop shopping 이란 말이 이 효율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일 것이다.

가끔은 이런 기준도 의미 없는 경우도 있다. 최근 코엑스에 첫 매장을 오픈한 삐에로쇼핑이다. 일본의 돈키호테를 벤치마킹(사람들은 카피캣이라고도 이야기하지만 좀 변호해보자면 콘셉트를 비슷하게 만들 수 있어도 그 백스테이지까지 다 베낄 수 없기 때문에 겉만 보고 카피캣이라고 하는 건 좀...)한 뻬에로쇼핑을 보자.

<시간과 공간을 뒤북박죽 만들어버린 삐에로 쇼핑>

일반적인 마트가 최적화된 매대를 만들기 위해 연구하는데 이곳은 더욱 복잡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 노력은 소비자의 시간을 잡아먹는 역할은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복잡한 자신의 공간을 침해받으면서 사람을 헤치고 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뭔가 이상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이렇지 않기 때문에 삐에로쇼핑을 즐기는 것이다. 모두가 효율을 찾을 때 효율을 벗어나는 전략이 먹히기도 한다.


두 번째, 시간과 공간은 관계의 기준이 된다.

멋드러진 친구 내 오랜 친구야

언제라도 그 곳에서 껄껄껄 웃던

멋드러진 친구 내 오랜 친구야

언제라도 그 곳으로 찾아오라던

https://www.youtube.com/watch?v=fBvEnys5hoc

이연실이 부른 <목로주점>이란 노래의 가사의 일부다. 친구는 오랜 기간 같은 공간을 공유한 사람들을 의미한다. 시간과 공간이 관계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마케팅에서도 시간과 공간은 관계를 만들어 준다.

기업의 단골고객들은 그 회사가 추구하는 목표를 공유하고 그들이 사업을 펼친 장소에서 오랫동안 그들을 만나왔다. 많은 기업들이 단골고객을 모아 VIP 초대회 같은 걸 한다. 많이 이용해주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긴 시간 변치 않고 찾아주는 고객들이 수치적으로는 모자랄 수도 있지만 오랜 기간 옆에 있어준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요즘엔 마냥 긴 시간과 오래 묵은 공간만이 관계의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취향을 나누기 위해 시간을 가지고 공간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위는 취향관  https://news.joins.com/article/22746947>

온라인에서 얼굴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이 팔로워가 되고 페친이 된다. 또는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서 커뮤니티라 불리는 곳에서 시간과 공간을 나누며 관계를 만든다. 위키피디아에 위워크는 이렇게 정의되어 있다. WeWork is an American company that provides shared workspaces for ... 이제는 낯선 사람들과도 시간과 공간을 나누며 관계를 맺기도 한다.

마케팅에서 관계는 매우 중요한 단어다. 마케팅의 다른 말은 'Relationship을 Management한다'이다. 새로운 고객과 관계를 맺고 기존 고객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마케팅의 목표다. 이러한 관계는 시간과 공간의 쌓임과 나눔에서 비롯된다.


셋째, 시간과 공간은 혁신의 기준이 된다.

혁신은 세상에 없던 것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혁신(革新)의 한자 뜻은 가죽 혁과 새로울 신을 쓴다. 가죽을 벗겨서 새롭게 한다는 것은 오래된 가죽이 새로움의 바탕이 된다는 뜻이다. 마케팅에서 혁신은 매우 중요하다. 상품을 혁신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혁신해야 소비자와 만날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의 혁신은 상품이 된다. 출처 : Forbes>

손 안의 디지털 모바일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O2O 비즈니스가 혁신을 주도한다. 배달의민족은 없던 일을 만들어 낸 비즈니스가 아니다. 음식을 주문하고 받고 배달이 안 되는 식당의 음식을 가져다주며 소비자의 시간과 공간을 대신해주는 서비스다. 에어비엔비도 없던 일을 만들어낸 브랜드가 아니다. 수많은 호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짧은 시간 안에 전 세계 수많은 로컬 공간을 보여주는 에어비앤비에 열광한다.

마케팅에서 시간과 공간은 많은 혁신을 지금도 만들어내고 있다.


마케팅에서 시간과 공간은 효율, 관계, 혁신의 기준이 된다. 그 기준을 어찌 쓰느냐는 사람의 몫이지만...

4차원을 보통 공간에 시간 개념을 더한 것이라고 한다(과학적으로는 그렇게 설명하진 않지만 그건 따로 찾아보시길) 말한다. 우리가 4차원이라고 하면 쉽게 약간 이상한 사람이라고도 했었다. 아마도 4차원은 우리가 가보지 못한 개념들이 들어있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 마케팅에서는 4차원이 필요하다.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동경 그리고 시간과 공간을 항상 새로운 관점으로 보는 시도가 필요해 보인다.

소비자들은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는 사람들이고 마케터는 시간과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이다. 어떻게 먹고 마시고 입고 사는지, 무엇을 먹고 마시고 입고 사는지 항상 새로운 효용을 제공해주는 일을 해야 선택받지 않을까? 이 새로운 효용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새로운 효용을 찾는 속도가 문제지만 원시부터 현재까지 그리고 미래까지 시간과 공간은 마케팅의 가장 큰 허들이자 디딤돌이지 않았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WMQMuld6qPs

<Route 66의 변화를 가져온 라이트닝 맥퀸>

디즈니 애니메이션 <카>에서 주인공 라이트닝 맥퀸은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쇠락한 한 마을에서 진정한 관계와 효율과 혁신을 발견하고 큰도시의 트랙으로 돌아가 우승을 한다. 그리고 다시 그 마을을 찾아간다. 이후에 이 마을은 다시 자동차들이 찾고 활력을 찾는 이야기다. 라이트닝 맥퀸은 시간과 공간을 가장 잘 활용한 마케팅 결과물이 아닐까? 마을의 재번영은 넛지이고^^

진앤준 브라더스가 옆에서 난리를 치고 있다 보니 오늘의 마케팅 일기는 선문답 같다. 이런 날도 있는 거지, 시간과 공간에 지배받는 사람이니까~~~


http://cl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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