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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Oct 01. 2018

오늘도 나는 미끼를 덥석 물었다.

마케팅일기 - 2018년 10월 1일 월요일 날씨:여행 가고 싶음

정의는 낚시 끝에 꿰는 물고기의 먹이인데 미끼란 말은 우리 생활 곳곳에서 사용된다. 첩보물이나 범죄영화에도 자주 나오고 뉴스에서는 취업을 미끼로 흙수저에게, 국민을 미끼로 안다는 둥의 말이 나오기도 한다. 인류 역사가 채집과 사냥에서 시작해서인지 인생이 사냥터여서 인지 미끼란 말이 와 닿는 것일지도 모른다.

환절기가 되니 가장 먼저 신호를 보내는 곳은 아이들의 목과 코다. 우리의 진앤준 브라더스도 예외가 아니니 바로 감기들이 걸리셨다. 단골 병원에 갔다 약을 받으러 갔는데 병원에서 우는 아이 달랠 때 주는 이 아이를 1+1 가격에 팔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텐텐~

<종합영양이란 말은 부모마음에 무시할 수 없는 미끼가 된다. >

병원이나 약국만 미끼를 던지는 것이 아니다. 나도 맨날 진앤준 브라더스에게 미끼를 던진다. 오늘 밥 잘 먹으면, 오늘 잠 잘 자면, 오늘 말 잘 들으면 요괴 메카드 사줄게 이러면서 말이다. 어쩌면 진정한 낚시인은 부모가 아닐까 싶다.


저 약국에서 부모들의 잔잔한 마음에 던지는 큰 파장인 어린이 종합 영양을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상품은 저거 하나 뿐은 아니다. 사실 저 밑에 보면 엄청남 미끼들이 많이 있다. 약국인지 장난감 가게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온갖 애니메이션물의 주인공과 로봇들이 상품에 박혀 있거나 장난감이 되어 같이 들어있다. 아이들에게는 눈을 돌릴 수 없는 신세계이지만 부모들은 약국을 가기가 두렵다.

병원을 가도 온갖 미끼가 넘쳐난다. 폐렴 예방을 해야 한다. 상처에 바르는 신개념 연고가 나왔어요~~

온갖 세상이 다 미끼다. 이 미끼를 얼마나 잘 꿰고 던지냐에 따라 그날의 어획량은 차이를 보일 것이다.

마케팅은 미끼다 이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렇게 말하면 온갖 마케팅 용어와 전략 전술이 나와야 하니까 오늘은 미끼 상품에 대해서만 좀 이야기해보려 한다.

저 약국에서 자신 있게 내놓은  1통 2만 5천 원은 거의 정가다 대부분 약국이 대략 저 가격이라고 생각한 부모라면 혹 하여 구매를 할 거 같다. 2통에 3만 5천 원이면 30% 할인된 가격이라고 생각하고 말이다.

하지만 싸게 파는 약국 잘 찾아보시라 1만 원대에도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굳이 시간과 교통비까지 써가며 종로거리를 헤맬 것까지야~~ 그렇게 생각하면 저 약국에서도 저가격에 팔 수도 있는 상품을 2개를 팔면서 매출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좀 찾아봤더니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아랑 선수가 하루에 13개를 먹고 키가 더 컸다는 입소문과 그래서 텐텐 모델로 발탁한 덕에 5개월 만에 1년 치 매출을 팔았다고 한다. 한미약품은 김아랑 선수를 통해 소비자에게 미끼를 던졌다. 성인이 되어서도 더 클 수 있다고 그러니 아이들에게 얼마나 좋겠냐고^^


미끼 상품을 영어로는 로스리더(Loss Leader)라고도 하는데 원가보다 싸게 팔거나 일반 판매가보다 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상품을 말한다. 미끼 상품이란 말이 좀 거칠고 없어 보였는지 유인상품, 특매상품 이렇게도 불리지만 미끼상품처럼 딱 떨어지는 이름을 찾기는 힘들 거 같다.

요즘은 많이 사라진 신문 속 전단지들엔 이런 미끼 상품들이 넘쳐나는 걸 보았을 것이다. 쇼핑을 하러 가면 모든 곳이 미끼다. 솔솔 풍기는 맛있는 치즈 떡뽁이 냄새가 그렇고 이를 먹어보라고 권유하는 낚시꾼들이 넘쳐난다. 손맛을 느끼기 좋은 장소라 꾼들이 몰리나 보다.

<정부가 나서서 소비를 위한 미끼를 던진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위한 이마트의 전단에 미끼가 넘친다.>


거의 첫 직장인 신세계를 다닐 때 수습을 마치고 발령을 받은 곳은 광주신세계백화점(광주는 별도법인이라 광주점이라 하지 않음^^)이었다. 당시 세일 때가 되면 오픈 전에 백화점은 광주의 모든 아주머니들이 출동한 듯 백화점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는데 이때 주로 미끼로 던진 상품이 라면 한 박스였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2천 원이었는지 3천 원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한 50%는 싸게 파는 상품들이 식품관의 미끼였고 많은 소비자들은 덥석 무는 모습을 보는 것은 매출이 좋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하는 재밌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이런 미끼 상품들을 준비할 때 그냥 막 던지면 잘 물지 않는다. 미끼 상품을 준비하기 위한 몇 가지 준비사항을 살펴보자.

1. 미끼 자체가 매력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Loss Leader라 하더라도 미끼는 미끼다워야 미끼의 역할을 한다. 악성 재고를 털고 싶다거나 원가 자체가 낮아서 미끼로 던져도 손해 나지 않는다면 미끼로서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다.

미끼 상품 자체가 퀄리티와 네임 밸류 또는 가성비나 효용을 담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왝 더 독(Wag the dog)을 언급한 적이 있는데 미끼가 본품을 흔들 정도의 매력을 가질 수 있다면 더욱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 이마트 피자와 롯데마트의 통통 치킨이 나왔을 때 사람들이 벌 떼같이 몰린적이 있다. 피자와 치킨을 파는 것도 파는 것이지만 마트에 소비자를 더 불러들이기 위한 매력을 충분히 가진 상품이었다.

<미끼가 이정도는 되야 미끼지. 로우로우 가방 받으려고 대신증권 계좌 만들었었다.>

2. 타깃에 따라 미끼의 성격이 달라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주구매 소비자가 누구냐에 따라 미끼의 종류가 달라져야 한다. 그리고 실제 구매자의 취향도 고려해야 한다. 약국 이야기를 했지만 아이들 눈높이에 있는 장난감들이 아이들에게는 미끼지만 부모 눈높이에 있는 어린이 종합 영양 텐텐 1+1이 훨씬 매력적이다.

백화점들이 요즘에 사은행사를 대부분 상품권으로 하지만 과거 실물로 대부분 했을 때 상품들이 대부분 가정용품이었다. 왜였을까? 당연히 백화점 주 이용 타깃을 노린 미끼 상품 전략이다.

어떤 프랜차이즈는 본사에서 만들어준 미끼 상품을 공통적으로 사용하는데 가끔은 동네에 따라 달라졌으면 좋겠다. 학생들이 많은 곳이나 직장인이 많은 곳에 따라 선호메뉴가 다르지 않을까? 참고로 해피밀에 대해 언급한 적(https://brunch.co.kr/@clncompany/141)이 있지만 제일 정확한 미끼를 사용하는 곳이다. ^^


3. 미끼 상품은 심리싸움이다. 

댄 애리얼리의 <상식 밖의 경제학>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MIT슬론경영대학원 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아래 선택지를 주고 실험을 한 결과 1번을 선택한 학생은 16명, 온라인판 및 오프라인판 패키지를 선택한 학생은 84명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2번은 없었다.

1. 온라인판 정기구독 59달러

2. 오프라인판 정기구독 125달러

3. 온라인 및 오프라인판 정기구독 125달러

다음 실험에는 아무도 선택하지 않은 2번을 빼고 1번과 3번 중 선택하라고 했다.

이번엔 1번 온라인판을 선택한 학생은 68명으로 늘어났고, 3번 125달러 온오프패키지를 선택한 사람은 32명으로 확 줄었다. 미끼는 소비자가 이익을 취한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그런 마음이 들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낚시를 물고기와 낚시꾼의 심리싸움이라고 하는데 소비자를 낚으려면 마케터들은 심리학 책 좀 읽어야 하겠다.^^


4. 미끼라고 막 던지면 떡밥이 된다.  

낚시를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낚시가 요즘 핫한 액티비티라서 여기저기 자주 나온다. 예전엔 낚시방송에서만 나왔지만 요즘은 낚시 예능이 나올 정도이고 다른 예능에서도 낚시 가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뭉쳐야뜬다에 유시민과 이하늘이 나왔던 적이 있는데 이런 장면이 나온다. 이미지를 봐 주시라~

미끼로 안되니 떡밥을 왕창 뿌리는 유시민 작가에게 정형돈이 한마디 던진다. 차라리 고기를 사는 게 낫지 않냐고?^^

미끼는 미끼다워야 한다. 자주 뿌리면 떡밥이 되지 않겠는가? 그리고 정상품을 자주 미끼로 사용하다 보면 이 상품은 정말 미끼로서 역할밖에 못할 수 있다. 잦은 할인과 비정상적 가격정책으로 빙과류를 제값 주고 먹으면 이상한 것처럼 말이다.


5. 미끼가 가져올 도미노 현상을 고려하자.

미끼는 큰 물고기를 낚기 위한 설계의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참치를 잡기 위해선 참치를 잡을 미끼를 써야지 돔을 잡을 미끼를 쓸 수는 없다. 미끼 상품이 정말 미끼의 역할을 하려면 진행하는 프로그램 전체의 밑그림도 살펴보고 이 미끼가 가져올 파장도 고려해보고 선택해야 한다.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은 참 혼탁하다. 혼탁하다기보다 신뢰하기가 힘들다. 그 말이 그 말이구나. ㅎ 이는 미끼로 장난치다가 생긴 일이라 생각한다. 있지도 않은 자동차를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내놓고 찾아오면 다른 상품을 팔던가 협박을 하던가 하여 뉴스에 자주 나온다. 이런 미끼들이 쌓이고 쌓여 중고차 시장 전체를 색안경을 끼고 보게 만든다.

기업들이 미끼를 매출 보릿고개를 커버할 임시방편이라고만 볼게 아니라 미끼도 크게 상품전략이나 가격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설계도에 한 자리 차지하게 하면 좋겠다.


인간은 참 나약한 존재다. 미끼란 유혹에 매우 취약하다. 에덴의 하와도 사탄이 던진 밝은 눈이란 미끼에 넘어갔다. 기업은 미끼를 연구한다. 소비자도 미끼란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때다.


http://cl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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