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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Oct 07. 2018

자연광을 좋아하지만 이름은 조명광입니다.

마케팅일기 - 2018년 10월 7일 일요일:태풍이지난후에

강의에 갈 때마다 혹은 커뮤니티 모임에 참석할 때마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자기소개 시간이다. 예전에는 그냥 어디에서 일하는 누구입니다라고 하면 되는 일이었지만 독립을 하고 나서는 회사 이름을 이야기해봐야 아는 사람도 없고 해서 나를 잘 소개할 수 있는 방법이, 나를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제목과 같은 <자연광을 좋아하지만 이름은 조명광입니다> 자기소개를 하게 되었다.

사실 다른 이유도 있다. 내 발음이 부정확하기도 하지만 이름 자체가 쉽게 한 번에 알아듣기가 힘들다. 받침으로 이응이 두 개나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터넷을 검색하면 제일 많이 검색되는 조명광이 사진과 관련된 것이라는 것에 착안하여(누구나 네이버에 자기 이름 검색해 보잖아요? 연예인도 아니면서^^) 이름을 소개할 때 자연광과 같이 소개하면 쉽게 알아듣겠다 싶어서 시작하였는데 재밌게 받아들여줘서 지금은 시그니처처럼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도 그럴진대 외국인은 말할 필요가 없다. 어학연수를 갔을 때 외국인 친구에게 그냥 이름을 말했더니 한 글자도 못 알아듣겠다며 그냥 Man이라 부를게 해서 맨으로 불렀던 때도 있었다. 이후에 M과 K를 넣어 이름을 지어서 페북에 있는 이름 Mike가 영어 이름이 되었다.

나라 조에 밝을 명 빛 광으로 부모님이 나라에 큰 재목이 되라고 지으신 거 같은데 그 정도 밝은 빛이 되지는 못한 거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지만 이름에 만족하여 살고 있다. 그리고 과거에는 조명광을 치면 사진이야기만 나왔지만 지금은 책도 나오고 내가 쓴 글도 나오고 강의 다닌 이야기도 나오고 하니 이 정도면 부모님의 바램의 일부를 들어 드린건 아닐까 ㅎㅎㅎㅎ

<마이크란 이름으로 살때는 나이도 국적도 상관없이 살았었는데...^^>

오늘 한 페친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면서 오픈할 가게 이름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을 보았다. 이름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고 짓기가 만만치 않은 일이란 걸 알기에 뭐라도 도움이 되야겠단 생각으로 이것저것 검색을 해보았지만 썩 좋은 이름을 찾지 못했다.

한번 정해지면 바꾸기도 쉽지 않아서 이기도 하지만 그 가게만의 정체성을 담아야 하고 비전과 철학이 담겨야 하기에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사람의 이름이나 가게의 이름이나 상품이나 서비스 이름이나 기업의 이름이나 그리 고민을 많이 하는 것은 자신을 대표하고 그 이름이 가져야 할 책임과 역할을 제대로 담기가 쉽지 않은 일음을 보여준다.


이름이 자연스러운 기억을 유도하여 인지도를 높이는 역할도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름에 걸맞은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브랜드나 기업의 사명도 마찬가지다. 그 회사가 가지는 사회에 대한 인식과 기업으로서 목표를 삼는 이름은 그 존재의 정의(定義, Definition)가 되어야 한다.

마이클 샌델 교수가 말한 정의(正義)도 또한 중요하다. 이름의 정의는 정의롭기도 해야 한다. 어쩌면 이리 한자로 잘 지어놓으셨을까?

<정의(正義) 정의(定義)가 정의(正意)를 만든다?>

어떤 현상이나 키워드에 대해 설명하거나 배경을 찾고 어떤 문제를 정의할 때 먼저 단어의 정의(Definition)를 제일 먼저 찾곤 한다. 정의는 그 단어가 가져야 할 것에 대해서 정해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를 함 잘 곱씹어 보면 문제가 생겼을 때 어디에서 어떻게  단서를 찾아야 할지 실마리를 주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이것을 어려운 말로 본질(本質)이라고 하나 보다. 사전에 이렇게 정의되어 있다. 1. 본디부터 가지고 있는 사물 자체의 성질이나 모습 2. 사물이나 현상을 성립시키는 근본적인 성질

사물이나 현상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요구되는 근본적인 성질이 달라졌다는 말일 게다. 그래서 정의를 찾고 본질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어떤 일에서나 중요하다 생각한다.

마케팅에서도 정의란 매우 중요하다. 또한 그 정의가 가진 본질을 잘 살펴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제대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에 필요한 수많은 키워드들도 이런 정의가 당연히 중요하다. 제대로 된 정의와 본질에 대한 해석에서 모든 일은 시작된다고 본다.

마케팅을 한번 정의해보자.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 미국의 어떤 협회에서 정의한 것을 좋아해서 그 정의부터 언급해본다. AMA라는 미국 마케팅 협회는 일련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프로세스에 필요한 모든 활동을 프로모션이나 브랜딩 활동 등을 통해 판매가 되도록 돕는 온오프라인의 총체적 커뮤니케이션 활동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특별히 더 설명해줄 필요도 없다. 보통 학교교육을 받았다면 굳이 해석이 없어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이런 정의도 있어야 그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의 역할과 책임 그리고 경계를 정할 수 있으니 필요하다고 보는데 어떤 이들은 이런 정의를 별로 좋아하지 않거나 이런 정의도 상업적 목적에 따라 재해석을 하기도 한다. 이런 정의를 재해석하는 데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마케팅의 기본은 바뀌지 않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마케팅의 시대는 가고 브랜딩의 시대가 왔다는 둥 혹은 이제는 디지털 마케팅의 시대이니 이를 모르면 안 된다고 약을 팔기도 한다. 일부는 인정하는 부분도 있지만 사실 대부분 동의하지 않는다. 마케팅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고 여전히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은 그 본질적 정의가 바뀔 것이라 보지 않기 때문이다. 브랜딩이란 것도 과거에서부터 있었던 이름이다. 다만 지금 사용하는 방법론에서 진화를 해왔을 뿐이다. 이를 두고 이 시절은 가고 이 시대가 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 않을까 싶은데 그네들도 무엇을 팔아먹기 위해 마케팅을 하면서 마케팅을 죽이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는 시장인 것이다. 브랜딩을 모르면 그저 그런 마케터로 산다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디지털도 모르면서 어떻게 마케팅을...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죽인 적이 있던가??

<마케팅이 죽은 걸 본 사람은 누구인가? 출처 : lorenzen.world>

마케팅의 정의를 몰라도 브랜딩의 정의를 몰라도 잘하시는 분들은 그 본질에 맞게 잘 하시는 걸 자주 목도한다. 무엇을 정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정의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행위일 때가 있다. 본질이 태생적으로나 후천적으로 몸에 배어있는 이들의 행위를 볼 때다. 마케팅이 무엇인지 브랜딩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본질이 그에 부합한다면 정의도 무의미해진다는 뜻이다.


한 번은 페친이 브랜딩과 마케팅은 어떤 영역이 더 클까 이런 질문을 올린 적이 있었다. 사람마다 이게 크다 저게 크다 갑론을박했다. 나도 그때는 생각이 짧아 고민해보았는데 지금은 전혀 고민하지 않는다.

현재는 마케팅과 브랜딩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이 한 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 손 대기 시작하면 너무 커지기 때문에 다음에 좀 썰을 풀기로 하고 한마디로만 이야기해보자면 마케팅은 시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고 브랜딩은 상품이나 서비스가 가진 본질을 발산하는 것이고 비즈니스는 이런 행위들을 구조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너무 선문답인가? ^^

누군가의 말들이 섞여 온 것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생각하는 마케팅과 브랜딩과 비즈니스의 정의는 이렇다.

브랜딩은 소비자와의 약속을 정하는 일이고 마케팅은 그 약속을 지키는 일이고 비즈니스는 그 약속을 구조화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브랜딩을 잘 하려면 소비자와의 약속이 무엇인지를 정의하면 되고 마케팅을 잘하려면 소비자와의 약속을 어떻게 하면 잘 지킬지 고민하면 되고 비즈니스를 잘 하려면 이를 체계화 조직화하여 실행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마케팅과 브랜딩과 비즈니스는 한 몸이라는 말을 하는데 자꾸 이것들을 나눠서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눈다고 하고 있으니 웃긴 일이다. 기업에서 부서를 나누고 학문에서 정의로 가르는 것은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한 것이지 누가 더 잘 났는지를 겨루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마케팅이나 브랜딩이나 비즈니스를 잘 하는 사람이나 기업의 특징은 그 일이 무엇인지 정의로 아는 것이 아니라 행위로 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 무슨 개똥철학이냐고 욕해도~~

이름이 뭐가 중요한가 그 이름대로 잘 사는지가 중요하지~~ 이름이 중요하다고 해놓고 이 무슨 해괴한 결론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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